HERI 뉴스
이창곤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


문재인케어·남북관계 성과, 미세먼지·균형발전 미흡
부동산과 청년, 노인빈곤 문제 해결이 향후 역점 과제
대통령에게 하고픈 제언, “초심, 진정성 유지해나가길”

광복 100주년 향한 ‘국가미래비전 2045’ 올 8월 마무리 
한국 사회, 생태·분권·다원성의 가치를 받아들여야
현실정치 파행은 선거제도 때문, 비례대표제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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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어느덧 2년의 시간, ‘국민과의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국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었고, 앞으로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촛불의 힘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란 비전을 제시하며 100대 국정과제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 2주년을 맞아 이 약속에 대한 각계의 평가가 줄을 잇는 가운데, 대통령 직속 정책 자문기관인 정책기획위원회는 지난 2년의 국정 성적표를 어떻게 매길까? 남은 기간, 정부가 어떤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이 기구를 지휘하는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은 우선 현 상황을 두고 ‘기득권층은 반격하고 지지자들은 실망감으로 인해 공격하는, 양쪽으로부터 공격받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정부가 역점을 두어야 할 핵심 정책으로는 주거권 보장을 포함한 부동산 정책, 청년 문제, 그리고 노인빈곤 문제 해결을 제시했다. 정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 성적표에 대해선, 문재인 케어로 의료비가 낮아지는 등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부족했고 권력기관 개혁 역시 성과가 충분치 않으며 미세먼지 문제와 분권·균형발전에서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인터뷰는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4층 위원장실에서 이뤄졌다.


―지난 7일 정책기획위원회는 ‘2년의 변화, 3년의 희망’이란 주제의 정책 콘퍼런스를 열어 문재인 정부의 국정 2년을 평가했다. 총평한다면?


“정책기획위원회는 3월29일부터 2주에 걸쳐 82개의 주요 정책과제에 대해 일반 국민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시행했다. 이 조사에서 국민은 문재인 케어로 인한 의료비 부담 경감, 노후생활 안정 지원, 취약계층의 사회보장 강화, 재난안전체계 구축 등을 체감할 만한 변화로 꼽았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으로 상징되는 남북관계 개선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과제도 적잖았는데,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부족했고 권력기관 개혁 역시 초기와 비교하면 성과가 충분치 않으며 미세먼지 문제와 분권 및 균형발전은 국민이 아직 체감하지 못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중요한 건 국민의 삶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더 나아지게 했는가일 것이다. 이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꾀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경제 부문에서는 임금노동자, 특히 상용직 노동자들의 소득이 높아졌다. 일자리는 전체적으로 부족하지만 공공 일자리는 확실히 늘었다. 소방과 경찰 등 민생공무원을 3만5천명이나 늘렸고 사회서비스 부문의 일자리도 늘었다.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 18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미흡한 건 민간 부문이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경기가 하강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고 전통 제조업이 약화되면서 민간 일자리가 늘지 못했다. 국민이 만족하는 부문은 복지 등 사회정책 쪽이다. 예컨대 아동수당이 도입되어 확대됐고 기초연금 및 장애인 연금도 인상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도 단계적으로 폐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수혜를 본 분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특히 의료비 부담이 많이 줄었다. 초음파 및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관련한 국민 부담이 많이 줄었다.”


―그렇지만 ‘촛불 정부’답게 복지 쪽을 포함해 좀더 과감히 정책을 펼쳤어야 했다는 지적도 많다.


“촛불 혁명 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다 보니 실제 정책 성과와의 격차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이게 실은 돈과 관련된 문제다. 이를테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더 과감하게 하고 싶을 것이지만 기획재정부(장관) 입장에서는 돈을 마련해야 한다. 부처 간의 생각 차이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흡한 부분들이 나타나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여러 평가나 이미지를 보면 실제(성과)보다 더 낮거나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각종 비난성 담론과 공격 프레임, 여론 왜곡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탓도 크다는 지적이 있는데.


“제가 보기에도 충분히 반론을 펼치지 못한 것 같다. 정책홍보랄까? 그런 부분이 좀 약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지지자들에게도 이런 상황이 있다고 설득하는 한편, 필요하면 논쟁도 해야 했는데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부족했다. 그런 왜곡과 비난성 담론이 여론을 나쁘게 해 정책의 기본 방향을 뒤흔들기도 했다.


“프랑스 혁명을 봐도 그렇지만 역사에서는 앞으로 나가려는 힘이 있으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과거 기득권(세력)의 반격이 나타난다. 지지자들도 기대 수준이 높았다가 실망감을 느끼면 공격하게 된다. 정부는 양쪽에서 공격받게 된다. 제가 볼 때 지금이 그런 상황인 것 같다.”


―민심의 향방은 확실히 갈림길에 서 있는 듯하다.


“핵심 문제가 경제인데 많은 학자가 보수적 편향을 가지고 있고 진보 경제학자의 수는 매우 적다. 대통령이 밖에 나가면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포용적 성장이라고 말씀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맥락이 같은 방향이다. 하지만 이 얘기를 하는 국내 학자는 별로 없다. 왜 우리의 다수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옛날식의 경제성장만 주장할까. 솔직히 궁금하다.”


―문재인 정부가 실제 뭘 할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이와 관련해 정책기획위원장으로서 대통령을 만나 직접 제언한다면 어떤 얘기를 하겠는가?


“먼저 대통령의 초심, 진정성이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대통령은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애정이 많은데 그 관심, 진정성을 안 놓쳤으면 좋겠다. 기득권의 비판이나 공격이 심해지면 이런 것을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 정부가 약자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다 함께 제대로 살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초석 같은 것을 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요약하면,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국민을 항상 생각하고 과거의 기득권에 너무 주눅 들지 말고 미래를 위한 어렵지만 새로운 기반을 구축하는 데 힘썼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가 이것만은 놓치지 말고 힘있게 추진했으면 하는 정책이 있는가?


“부동산 정책을 꼽고 싶다. 우리 국민이 가장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부동산 문제다. 누구는 부동산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데, 다른 누구는 집이 없다. 부동산은 안정화 방향을 넘어 이제는 서민들의 주거권 보장 차원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안정화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또 하나는 청년 문제다. 우리의 청년들은 사회에 나와도 일자리가 없다. 정부는 책임감을 갖고 청년들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는 노인빈곤 문제다. 지금 나이 드신 분들은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어렵게 살면서도 노력을 많이 한 세대다. 이분들이 어려운 것은 복지 수준이 너무 낮아서다. 우리나라가 복지에 쓰는 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략 10~11% 사이다. 유럽 선진국들은 60년대, 일본은 80년대 초에 이미 이 정도 수준이었다. 노인 대상 특별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정책기획위에서 준비하면 되지 않나? 준비 중인 특별대책이 있나?


“정책기획위원회 안에서 노인 정책 관련 티에프(TF)를 꾸려 운용하려 한다. 아직 진전이 있는 건 아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복지를 늘리자면 재정 당국은 늘 돈이 문제라고 한다. 이런 시각 자체가 문제 아닌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필요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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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서어동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기획재정부가 재정의 안정을 고민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정은 어디까지나 국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복지가 굉장히 약화돼 있거나 경기가 어려울 땐 (돈을) 써야 한다. 지난 2017년 14조3천억원, 2018년엔 25조4천억원, 이렇게 세금이 더 걷혔다. 이렇게 초과 세수인데도 기재부의 기조는 계속 안정이었다는 건 문제였다.”


―국가 중장기 계획의 수립도 정책기획위원회에서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다. 이런 맥락에서 국가비전 보고서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안다.


“국가 미래비전 2045이다. 지금 2단계 작업 중이다. 1단계는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정책기획위원회 안에서 준비했고,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2단계 작업을 하고 있다. 포용적 민주주의, 포용적 성장, 포용적 사회, 포용적 분권 발전, 신한반도체제 등 5개 부문의 추진단이 꾸려져 운용되고 있다. 올 8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뭔가?


“2045년은 광복 100주년이 되는 해다. 26년 정도가 남았다. 한 세대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역사를 보면 광복 후 분단과 전쟁을 겪은 세대, 그다음에 발전국가 세대가 있다. 이어 1987년 6월항쟁 이래 30년간의 한 세대가 있고, 촛불 항쟁 이후 2045년까지가 또 다른 한 세대가 될 것으로 본다. 이 시기는 과거와 다를 것이다.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 발전되었지만 양극화가 심해지고 시민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2045년까지의 한 세대 동안 우리 사회를 골고루 다 함께 잘 사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 국가 미래비전 2045의 목표다. 핵심 단어를 말한다면 그 첫째가 포용이다. 포용은 배제가 아닌 모든 국민이 다 함께 잘 살 수 있음을 말한다. 다음은 혁신이다. 포용은 혁신을 통한 발전이 있어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분단 체제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평화’다. 평화 뒤에는 번영이라는 단어가 붙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평화라는 기반이 구축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한, 나아가 동아시아가 함께 번영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포용, 혁신, 평화와 번영이 국가 미래비전 2045의 핵심 내용이다.”


―포용적 민주주의가 눈에 띈다. 배경과 내용은 뭔가?


“포용적 민주주의는 정치와 관련이 있다. 정치는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이다. 정책은 그런 요구를 수용해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포용적 민주주의는 ‘대화 민주주의’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독재와 분단을 거치면서 갈등이 심했고 물리적 충돌 경험도 많았다. 이제는 대화를 통해 발전해야 한다. 또 하나는 새로운 가치를 많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가치가 조금 좁다. 예를 들어 ‘생태’ ‘분권’ ‘다원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 문화가 있어야 한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해 국민이 직접 참여할 기회가 늘었다는 점에서 디지털 민주주의와 참여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도 포용적 민주주의의 중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정치학자로서 묻는다. 한국 정치가 파행을 겪고 있는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


“요즘은 좀 짜증이 나더라(웃음).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의 선거제도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다. 이 제도가 양당제를 낳는다. 주요 정당이 두 당밖에 없으니깐 격렬하게 싸우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면 다당제 효과가 있다. 한 당이 (국회 의석의) 50%를 넘기 힘들다. 그러면 정치적 타협이 일상화할 수가 있다. 그래서 선거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이창곤 논설위원 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goni@hani.co.kr


-


엷은 미소를 지닌 진보 성향 정치학자


정해구는 누구


정해구 위원장은 온유하다. 엷은 미소를 지은 채 차근차근 말을 건넨다. 겉으로만 보면 백면서생 같다. 하지만 그는 한국 정치에 자신의 목소리를 꾸준하고도 단단히 내온 진보 성향의 정치학자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은 2012년 대선 때부터다. 진정성과 개혁 가능성 두 가지를 보고 문 대통령을 돕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한때 대선을 대비해 각 분야 교수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정책 공부를 했는데, 당시의 두뇌 그룹, 이른바 ‘심천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두루 중책을 맡았는데 정책기획위원장은 그중 하나다. 정부 국정과제를 점검하고 대한민국 중장기 발전 전략과 방향을 수립하는 게 핵심 임무다.


“지난해 2월부터 한달가량 국민헌법자문 특별위원장으로서 개헌안을 만들 때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그래도 현 정부의 비전인 ‘혁신적 포용국가 전략’을 수립한 게 나름 잘하고 보람찬 일이었다고 기억했다. 다만,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고 자평했다. 위원장으로서 대통령과 독대한 적 있느냐는 물음에는 “현 정부에는 독대 시스템이 없다”고 답했다. 195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고려대에서 최장집 교수의 지도 아래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성공회대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고 있다.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장,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원장, 한국정치연구회장, 생활정치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93936.html#csidxaef1e00879ded50a3c4eda9215fab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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