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장전략과 노사정의 역할

한국 지식기반경제 전환중
노동자 역량 높이는 정책이
기업 생산성-국가성장 보탬

서구에서 사용자들도
사회정책 적극 참여할 결과
기업신뢰 높아져 이익 커져

노도도 기업 규모별 기존 틀 넘어
내 일자리 지키기식 운동이 아닌 
모두에게 이득되는 방향으로 나가야
지난해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 폐회식에서 노사정이 모여 ‘좋은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고령화 대응, 사회적 대화를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 을 발표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해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 폐회식에서 노사정이 모여 ‘좋은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고령화 대응, 사회적 대화를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 을 발표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저성장 시대, 우리는 어디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사회정책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포럼 둘째 날인 31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주관해 열리는 ‘새로운 성장전략과 노사정의 역할, 그리고 사회적 대화’는 국내외 사례들을 통해 그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성장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성장의 촉진제로서 지식과 혁신에 주목했다. 한국 경제도 이미 지식 의존도가 높은 지식기반경제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 일수록 유연하고 숙련도가 높은 노동력이 중요하다. 노동자들이 변화하는 수요에 쉽게 적응할 때 기업의 생산성도 높아지고 국가 전체의 성장도 가능해진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 사회정책, 즉 직업훈련과 평생학습 등이 중요하게 부각된다.복지국가 스웨덴이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과감한 개혁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변화에 노동자들이 신속히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실직이 되더라도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는 사회안전망과 인적투자를 중시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역할이 컸다.

‘새로운 성장전략과 사용자의 역할’을 발제할 예정인 캐시 조 마틴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서구 국가들을 비교?분석해,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정책이 생산성 증대로 이어져 사용자들에게도 유리한 결과가 됐음을 입증한다. “노사 간 연대와 협약을 통해 복지국가를 이룬 북유럽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 성장과 복지를 이루었던 비결도 지속적 사회정책의 추진에 있다”고 마틴 교수는 말한다. 복지국가를 약화하려는 중도우파정부에 노사가 함께 맞서서 사회정책을 지켰고 그 결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도 높아져 경제가 살아나는 선순환을 이뤄냈다. 이처럼 사용자들이 사회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기업의 비용 증가로 전가되지 않고 오히려 이익과 성장에 도움이 된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복지국가가 발전해 온 경로를 보면 산업화가 진행될 수록 노동자를 위한 복지가가 함께 커가지만 한국은 예외에 속한다. 한국의 경제는 선진국이지만 복지는 ‘후진국’에 가깝다. 박정희 정부 이후 ‘수출 지향 산업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복지 지출을 낮추는 전략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전략과 정부의 역할’을 발제하는 정무권 연세대 교수(글로벌행정학)는 “한국의 산업화는 급속히 이루어졌지만 복지 수준이 낮게 형성되면서 지금의 성장 위기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하다 보니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으로 실업을 하면 재기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산업구조 개편 작업을 신속히 추진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경제는 점점 저성장 늪에 빠지게 되고 위기가 심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해법은 결국 적극적인 인적투자에 있다고 정 교수는 강조한다. “지식기반경제에서는 기업, 노동자, 시민 등 각 주체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결국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에서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한국은 사용자가 노동자보다 독점적 우위에 있기 때문에 노동복지, 인적투자 등과 같은 노동의 요구를 외면하고 단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매몰되어 있다”며 “노동 역시 계급 전체의 이익보다 개별 기업의 이익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배제적 노동체제, 복지체제가 성장을 위협하므로 지금이라도 인적자본 투자 등 과감한 사회지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서는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새로운 성장전략에서 노조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 이 연구위원은 “새로운 성장전략인 ‘포용과 연대’로 가기 위해서는 노조도 기존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가 최우선 과제인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기업규모별로 분절된 현재의 노동조합 체제로는 노동의 불평등이 더 심화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지금의 노동조합운동은 노동시장 안팎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목소리를 직접 대표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는 현재의 기업 단위의 단체교섭 구조를 기업을 초월하는 단위로 확장해야 한다. 초기업 수준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과 직업훈련, 고용서비스의 질 향상, 산업 발전방안 마련 등 노동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위원은 노조에는 정책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정책역량은 지금의 내 일자리 지키기 식의 ‘기득권 추구 운동’이 아니라 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추구하는 ‘설득력 확보 운동’을 펼치기 위한 토대”라고 의미 부여했다.

네 번째 발제는 경사노위 박명준 수석전문위원인이 맡는다. 그는 새로운 성장전략에서 경사노위의 역할로 ‘일자리를 위한 연대’를 제시한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노동존중 사회는 소득주도성장 전략의 ‘노동 버전’이고 그 핵심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박 위원은 요약한다. 악화하는 고용부진은 저소득 계층의 삶의 위기와 양극화 심화를 부르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 창출은 우리 사회가 집중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노사 간 참여와 대화보다는 예산 중심,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로 협소화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새로운 사회적 대화체제로서 ‘일자리를 위한 연대’는 노사의 참여 등 사회적 연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사회적 대화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hgy421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