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삶의 질 그리고 복지국가

짓누르는 보건의료-교육비 짐
위기 대처, 온전히 각자 어깨에

불평등이 결속력 해치는 주범
평등과 성장, 양자택일 문제 아냐

복지 사각지대에 ‘재기’ 기회 줘야
포용적 복지 작동할 체계 구축을
고려아연 임직원과 적십자 봉사자들이 10월 24일 서울 노원구 상계 3동과 4동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66세대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줄을 서서 연탄을 나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려아연 임직원과 적십자 봉사자들이 10월 24일 서울 노원구 상계 3동과 4동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66세대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줄을 서서 연탄을 나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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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모한 유일한 국가. 늘어나는 기대수명, 매년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높은 학업 성취도. 전례 없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 한국은 국제개발협력을 비롯해 교육, 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국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삶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2005년 부터 2017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은 한국의 것이었다. 이 국제기구의 ‘삶의 질’ 평가에서도 한국은 여러 해 동안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소득수준은 어떤가? 국민총소득 3만 달러 진입(2017년, 2만9745달러)이 눈앞에 있지만, 가계의 실질소득은 2016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했다. 경제규모는 커졌지만, 가계 몫으로 돌아가는 크기는 줄었다는 뜻이다. 낙수효과가 사라진 성장 패턴과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간의 굳어진 빈부 격차가 원인이다. 경제성장이 국민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깨어진 지 오래다. 그렇다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는 어떤 복지 정책을 필요로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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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아시아미래포럼 이틀째인 31일 오전에 열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주관의 분과 세션 2는 삶의 질을 높이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복지 정책, 그리고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토론하는 자리이다. 첫 발제자인 이현주 보사연 소득보장정책 연구실장은 국가의 성장과 국민 삶의 질에서 명암이 드러나는 이유를 국민에게 지워진 보건의료 및 교육비 부담에서 찾았다. 오이시디 통계를 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중 보건의료를 위한 가구 지출 비중은 2015년 기준 2.7%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제도를 운용 중이지만, 국내 가구의 이런 의료비 부담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이다. 2014년 현재 가구당 의료비 비중은 덴마크 1.5%, 스웨덴 1.7%, 영국 1.5%, 일본은 1.4%였다. 이 실장은 이러한 가계비용지출 구조가 사회적 위기에 개인이 대처하게 하고, 이는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이 실장은 근로 빈곤층의 기초생활 보장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임금 격차를 줄여 가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저소득층의 소득을 잠식하는 주거비와 의료비,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도록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케이트 피킷 영국 요크대 교수(공공보건역학)는 소득 불평등과 건강 불평등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아울러 해외의 사례를 통해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피킷 교수는 불평등은 사회의 결속력을 약화하고 범죄율을 높이는 등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해악’이라 정의한다. 그는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 즉 ‘사회적 관계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로세토 마을을 예로 들어, 높은 유대관계가 사망률을 낮추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평등과 경제성장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몰고 가는 일각의 흐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왔다. 경제는 삶의 질과 사회의 응집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교육, 고용, 산업구조, 조세 정책을 비롯해 경기순환 관리 등 많은 것을 사회정의, 그리고 사회분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지여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이번 포럼에서 강조할 내용이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는 ‘포용적 복지국가’가 불평등 해소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김 교수는 근본적 혁신이 없이는 우리 사회의 낮은 삶의 질과 높은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복지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경제발전에 걸맞게 복지급여 수준을 높이는 것이 포용적 복지국가라 정의했다. 저성장과 양극화는 많은 사람을 시장경제에 참여할 기회마저 빼앗았다. 이들은 성장의 혜택을 누릴 기회도 함께 잃게 되며 점차 빈곤의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렇게 시장경제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기 위한 다양한 복지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봤다. 높은 사회적 비용을 들이고도 삶의 질과 불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남유럽국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처한 사회?문화적 특수성과 4차 산업혁명, 초저출산과 급격한 고령화 등의 새로운 사회적 도전을 고려해 포용적 복지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사회경제 정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자로는 포럼 첫날의 기조 연사를 맡았던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학교 사회역학 명예교수를 비롯해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 최영준 연세대 교수(행정), 권순만 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가 나서며, 조흥식 보사연 원장이 좌장을 맡는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ekpark@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7412.html#csidx690fffbff5dd02a91b96d328b686c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