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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일본 이어 국내 단체들도 성명 발표
“책임 가장 큰 한국이 더욱 적극 나서야”
‘피해 조사에 독립된 제3자 참여’ 한목소리 
아시아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응 움직임 주목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등 7개 시민사회단체가 라오스 참사 대응을 위한 국내 ‘시민단체 공동대응팀’을 꾸리고 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사회 공동대응팀 제공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등 7개 시민사회단체가 라오스 참사 대응을 위한 국내 ‘시민단체 공동대응팀’을 꾸리고 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사회 공동대응팀 제공

지난달 23일 발생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댐 붕괴 사고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해 타이와 일본 등 라오스 수력발전과 관련된 나라의 시민사회단체들이 각국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타이와 일본 시민단체들에 이어, 한국에서도 9일 오전 참여연대·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환경운동연합·발전대안피다 등 7개 시민사회단체가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미흡한 환경영향평가 및 참사 직전 위험을 인지하고도 불충분한 대응이 참사를 만든 ‘인재’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목표로 삼아 아시아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공동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참여연대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공동성명에서 에스케이(SK)건설과 서부발전, 수출입은행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인재임을 인정하고 충분한 복구와 보상체계 마련 ▲라오스 정부가 주도하는 사고조사위원회에 투명한 정보 제공 ▲유상원조기금(EDCF)를 통한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투자·융자에 대한 입찰 과정의 투명한 정보공개 및 환경·사회적 영향평가를 강화하는 세이프가드 전면시행 등을 요구했다.

방콕에선 ‘한국 ODA’ 관련 포럼도 열려

이날 타이 방콕에서는 ‘타이 기업의 해외 투자로 인해 영향을 받았거나 자국 투자가 해외 인권 상황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시민단체 네트워크’(시민단체 네트워크)가 ‘라오스 댐 비즈니스의 미스터리: 외국계 기업,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타이의 전력 계획과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붕괴’라는 제목의 포럼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1990년대 타이의 수력발전 사업으로 영향을 받았던 지역 주민이 직접 나서 “다국적 자본의 개발로 지역 주민이 받는 피해를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달 25일엔 시민단체 네트워크 이름으로 “라차부리전력 측과 타이 정부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피해 보상,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조사와 대비책 마련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이 나온 바 있다. 라오스댐 붕괴 이틀 뒤 나온 첫번째 대응이었다. ‘8개 메콩지역의 타이 주민 네트워크’, ‘어스라이트인터내셔날’, ‘메콩 커뮤니티 인스티튜트’ 등 스무 곳 넘는 타이 시민사회단체 및 재단, 연구자그룹이 이름을 올렸다.

세피안-세남노이댐 개발에 자국 자본이 대거 투입된 일본의 시민사회도 뜻을 모았다. 1993년부터 메콩강 유역 개발사업을 감시해온 ‘메콩워치’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어, 일본 역시 이번 사고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메콩워치는 이와 함께 독립된 전문가나 기관이 참여하는 철저한 진상 규명은 물론, 메콩강 유역 개발계획의 전면적 재검토를 요구했다.

지난달 25일 철저한 진상 규명과 대비책 마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타이 기업의 해외 투자로 인해 영향을 받았거나 자국 투자가 해외 인권 상황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시민단체 네트워크'(시민단체 네트워크) 대표자들. 타이어로 “타이 정부와 라차부리 전력은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 사건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있다.
지난달 25일 철저한 진상 규명과 대비책 마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타이 기업의 해외 투자로 인해 영향을 받았거나 자국 투자가 해외 인권 상황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시민단체 네트워크'(시민단체 네트워크) 대표자들. 타이어로 “타이 정부와 라차부리 전력은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 사건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있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반성

이처럼 우리나라를 비롯해 타이와 일본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잇따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라오스댐 붕괴 사고의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라오스로부터 값싼 전기를 끌어다 쓰는데만 몰두했던 타이가 대표적이다. 타이 정부는 1990년대까지 자국내 메콩강 줄기에 팍문댐 등 대규모 수력발전을 시도했으나, 시민사회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댐 추가 건설을 포기했다. 이후 타이는 라오스에 댐 건설자금을 지원하고 전력을 수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타이 시민단체 네트워크 쪽 담당자인 파이린 소사이는 <한겨레>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라오스 수력발전의 가장 큰 수혜자는 타이이므로, 타이도 책임이 크다는 점에서 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메콩워치에 따르면, 세피안-세남노이댐 개발을 담당하는 합작회사인 피앤피씨(PNPC)에 융자·투자 형태로 크룽스리은행, 아유타야은행, 크룽타이은행 등 타이 은행 자금이 들어가 있는데, 그 중 크룽스리와 아유타야는 2013년 일본 미츠비시도쿄유에프제이(UFJ)에 합병됐다. 미츠비시가 이들 은행 주식의 각각 76.88%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 대다수는 일본인이다. 실질적으로 일본 자본이 지배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밖에도 일본연기금(GPIF)이 크룽타이(약 1400만달러)와 수출입은행(약 5900만달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메콩워치는 “국경을 넘어 오가는 금융이 사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주민과 환경에 대한 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이를 감시하는 구조를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오스 정부, 피해 규모 축소 의혹

라오스 정부나 댐 공사를 맡은 건설사의 사후 대처가 소극적이란 점도 각국 시민사회단체들의 움직임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부실공사나 환경영향평가 부족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폭우 탓으로 돌리느라 급급한 에스케이(SK)건설의 태도를 꼽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라오스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의 피해 현장 접근과 사고 원인 조사를 막고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라오스 정부는 “공식 발표는 국영 매체인 <비엔티엔 타임즈>를 통해서만 나온다”며 개별 현장 접근 자제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 규모를 축소하려 든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2005년 라오스에서 설립된 국제 비정부기구 네트워크인 ‘아이엔지오 네트워크(iNGO Network)’는 지난 2일 라오스 외교부에 “복구 지원 과정에 비정부기구의 현장 접근성 강화, 투명한 정보 공개 등 시민사회와 협력을 강화하길 희망한다”는 공식 편지를 보냈으나 라오스 정부로부터 어떠한 답을 듣지 못한 상태다.

한국사회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눈길은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한 비정부기구 활동가는 <한겨레>에 “가장 책임이 크면서도 독립적으로 라오스 정부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런 소식을 제보한다”고 말했다. 단체명과 이름을 밝히지 말아줄 것을 요구한 이 활동가는 “가족과 삶의 터전을 개발 과정과 댐 붕괴 사고로 빼앗긴 주민에게 충분한 피해보상은 물론, 이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국제 사회의 감시가 꼭 필요하다”며 한국인들의 관심과 연대를 호소했다.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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