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과 새로운 시도 중요성 인정하되 
뿌리인 주체성·자발성 더 키워가야” 다짐 
지난 13일∼15일 대구광역시 산격2동 엑스코에서 열린 ‘2018 사회적경제 박람회’에는 사흘간 모두 3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기획재정부 등 13개 부처와 대구광역시가 공동주관한 이번 박람회는 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다.
지난 13일∼15일 대구광역시 산격2동 엑스코에서 열린 ‘2018 사회적경제 박람회’에는 사흘간 모두 3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기획재정부 등 13개 부처와 대구광역시가 공동주관한 이번 박람회는 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다.

“대중과 정부의 관심이 커진 것에 들뜨지 말고, 사회적경제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살펴 전망을 그려야 한다.”

지난 13일∼15일 대구광역시 산격2동 엑스코에서 열린 ‘2018 사회적경제 박람회’ 현장.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회적경제 분야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기획재정부 등 13개 부처와 대구광역시가 공동주관한 이번 박람회는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 사회적경제 행사로, 사흘간 모두 3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열기를 띠었다. 14일 열린 기념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참석했다. 행사장엔 사회적경제 기업 부스 350여 개가 설치됐고, 사회적 농업, 사회적 금융, 정책 포럼, 아이디어 공모전·시상식·경진대회, 공연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졌다. “사회적경제는 사회주의 하자는 것 아니냐”는 등 오해와 싸우며 사회적경제의 씨앗을 뿌린 참가자들은 대규모로 치러진 행사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물론 참가자들 사이에선 “기본 가치를 잃지 않아야 한다”며 ‘성장보다 진정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데 자연스레 의견이 모였다.

지난 14일, 대구시 산격2동 엑스코에서 열린 ‘2018 사회적경제 박람회’중 열린 ‘사회적경제 100인 위원회’에서 신명호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장이 한국 사회적경제의 현주소와 과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14일, 대구시 산격2동 엑스코에서 열린 ‘2018 사회적경제 박람회’중 열린 ‘사회적경제 100인 위원회’에서 신명호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장이 한국 사회적경제의 현주소와 과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100인 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내용

“성장한 것은 분명하나 과제도 많다.”

행사 기간 중인 14일 오전 ‘사회적경제 100인 위원회’가 내놓은 진단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100인 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선출된 기관은 아니지만, 각 지역 사회적경제 협의회 등 당사자 조직이 모여 의견을 나눈다는 의미를 담은 상징적 표현이다. 신명호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장이 총 21인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준비한 ‘한국 사회적경제의 현주소와 과제’를 발표했고, 이에 참가자들이 의견을 보탰다.

그간의 성과로는 양적 성장과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데 주목했다. △사회적경제 조직과 네트워크의 양적 성장 △활동 주체의 다양화 △주민 지도자들의 성장 △일반 대중의 인식 변화 등이다. 사회적경제의 대표적 역할로 알려진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경제 기업뿐 아니라, 먹거리·환경·돌봄·출판·공연예술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이 확장된 점을 꼽을 수 있다. 활동 주체가 다양해졌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이 과정에서 역량을 쌓아온 주민 지도자들도 성장했을 뿐더러, 경쟁 일변도의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꿈꾸는 대중의 관심이 널리 확산됐다는 점도 성과다.

하지만 한계 및 과제 또한 적지 않다. △지나친 정부 주도 △부족한 민관협력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일자리 창출로만 국한해 바라보는 관점 등이 대표적이다. 신명호 센터장은 “법과 제도가 밑으로부터가 아니라 위로부터 내려오는 방식”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각 부처·지자체에 따라 다르게 진행되는 정책·조례를 교통정리 해줄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고는 있지만, 이 역시 의원실에서 작성한 후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하향식일 뿐 아니라 소통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밖에도 사회적경제는 이미 단순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먹거리·환경·공연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여전히 정부의 시각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 멈춰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14일 오전 열린 ‘사회적경제 100인 위원회’에선 그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한계 및 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14일 오전 열린 ‘사회적경제 100인 위원회’에선 그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한계 및 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회적경제 활동가 좌담회…“아래로부터의 정책평가 준비 중”

같은 날 열린 ‘사회적경제활동가 좌담회’에서도 “협치에 기반한 민관거버넌스 확립과 현장 당사자들의 주체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오는 10월께 발표 예정인 문재인 정부 1년 사회적경제 정책 중간점검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참석한 사회적기업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정책평가는 금융·기본법·로드맵 등 관련 정책 전반에 대해, 약 500여명의 사회적기업가·연구자·중간지원조직 등이 현장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고 개선 방향을 제언하려는 시도다.

하재찬 지역위원장은 “정부 정책을 당사자들이 평가한다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정책 평가에 앞서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살핀다는 것, 둘째는 관리·감독받는 대상이 아닌 정부를 당사자들의 파트너로 삼는 관계의 변화를 이뤄낸다는 것이다.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도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조는 민관 거버넌스 확립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사회적경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없는 상황에서, 각 지자체마다 지자체장의 이해도 등 사회적경제 기업이 처한 환경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순히 조례·규칙이나 선례만을 따지거나 기계적인 행정에 매달려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치가 협치’라며 정부나 지원체계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왕의 대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팀장은 “우리 스스로도 우리의 활동이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고 소외계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사회적경제 당사자’라는 벽을 만들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민을 포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김종수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의제가 정말 시민 주도적으로 만들어지는지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영역의 확장이 아니라 포괄적인 인권, 삶의 질에 기여하는가를 생각하며 출발선상의 진정성을 되새기는 것이 사회적경제의 역할이고, 정책 평가도 같은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적경제 박람회 기간 중 14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사회적경제 활동가 좌담회’모습
사회적경제 박람회 기간 중 14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사회적경제 활동가 좌담회’모습

“자발·자조의 가치 잃는다면 사회적경제 아냐”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무엇보다 주체성과 그를 지켜낼 민관협치를 중요시하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가치 자체가, 시민들이 힘을 모아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경제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사회적경제는 지원금으로 연명한다”며 사회적경제 활동을 폄훼하지만, 당사자들이 자조 목소리를 낸 것은 그 때문이 아니다. 처한 환경이 각기 다른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내 손으로 해결하겠다’는 주체성이 꼭 필요하다.

정부나 관련 공공기관도 현장의 요구에 “근거 조항을 대라”거나 “선례가 있느냐”는 식의 관료적 대응이 아니라 적극적 협치의 자세를 꼭 갖춰야 한다는 지적은 여기서 나온다. ‘지방으로 권한 이행’, ‘민관협치’, ‘소통’, ‘주체성’ 당사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열쇳말이다. 김인선 신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은 “사회적 기업가 출신으로 민관협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진흥원을 단순한 행정 전달자가 아닌 현장과 호흡하는 전문 기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구/ 글·사진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