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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6·13―여성과 청년, 생활정치를 바꾼다] ③ 이향희 노동당 울산 중구 구의원 후보

두 차례 국회의원 선거 낙선 뒤
“와닿지 않는 구호 외치는 대신
옆에서 일하는 사람 돼야” 깨닫고
동네 골목 누비며 ‘주민 속으로’
육아 경험 나누며 생활정치에도 눈 떠
“압도적 표차로 당선돼 일하고파”

주민들과 소통하는 정치를 강조하는 이향희 노동당 후보. 이향희 후보 제공
주민들과 소통하는 정치를 강조하는 이향희 노동당 후보. 이향희 후보 제공

“옳은 말만 해서는 당선될 수 없죠.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치인이 될 겁니다.” 울산 성안동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이향희(42) 노동당 후보의 목소리와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 울산 중구 구의원 후보로 출마한다. 2002년 보궐선거부터 2016년 총선까지 4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내리 낙선만 반복한 그인데, 이번 선거에 유독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지역 주민들과 쌓아온 신뢰가 있으니까요. 지역주민들과 신고리 원전 5기 백지화, 무상급식 등의 활동을 하면서 ‘믿을 만한 정치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누구보다 지역 주민의 곁에서 활동하는 이 후보지만, 사회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지금과 아주 달랐다. “당선이 안 될 때는 유권자를 원망하기도 했죠.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원. 우리가 내세우는 공약이야말로 서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책인데 왜 우리 대신 보수를 뽑지? 우리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몰라서 안 뽑는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이향희 후보는 “활동가에게 익숙한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친근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향희 후보 제공
이향희 후보는 “활동가에게 익숙한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친근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향희 후보 제공

이런 그를 변화시킨 건 2004년 총선이었다. 2002년 보궐선거 때 7.9%를 득표하며 원외정당 후보로는 놀라운 성적을 얻어 ‘다음’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어진 2004년 총선 득표율은 3.1%에 그쳤다. “돌이켜보니 유권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더라고요. 옳은 말, 좋은 말만 할 게 아니라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같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건데 말이죠. 돌아보니 저는 울산시민들에게 ‘참신한 후보’였을 뿐이더라고요. 좋은 공약을 내놓기는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인지는 증명이 안 된 거였죠.” 울산시민들의 눈에는 그도 ‘선거 때만 반짝 눈에 띄는 정치인’에 불과했다. 울산시당위원장을 맡아 장애인,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재래시장 상인 등 약한 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곳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지만, 대다수의 주민들 눈에는 드러나지 않는 활동이었다.

사람들에게 와닿지 않는 구호를 외치기보다, 옆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깨달음은 그를 ‘활동가’에서 ‘골목정치인’으로 바꿔놓았다. “탈핵, 무상급식 등을 얘기할 때 이전에는 큰 사거리에서 행인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하고 정책을 설명했었어요. 그런데 큰 관심을 안 보이더라고요. 주민들과 소통하기보다는 그냥 우리의 목소리만 외치고 있었던 거죠. 활동가한테 익숙한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친근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뒤로는 식당, 술집, 골목 등 주민들이 모이는 곳에 찾아가서 내용을 설명하고 함께 토론했어요. 속도도 느리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이제야 같이 일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2010년 결혼과 뒤이은 출산도 그가 주민들과 관계 맺는 방식,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전남 진도 출신인 그는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2000년에 울산에 왔다. 함께 학생운동을 하던 친구들과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노동자 학습모임을 만들고 노동조합을 만들며 10년을 보냈지만, 울산시민들의 눈에 그는 잠깐 노동운동하다 서울이나 고향으로 돌아갈 ‘뜨내기’ 중 하나로 비쳤다고 한다. “노동운동을 할 때 제 별명이 ‘6개월’이었대요. 노동자들 사이에선 제가 6개월만 있다가 떠날 것처럼 보였나 봐요. 2010년에 결혼을 하니까 그제야 가까운 노동자 한 분이 ‘이제 정말 울산에 살 건가 봐요?’라고 말씀하시더라니까요. 그때가 울산에 산 지 10년이나 됐는데도요.” 결혼으로 이웃들에게 ‘시민권’을 인정받은 그는, 임신과 출산으로 ‘생활정치’에 눈을 떴다. 노동운동가, 진보정당 당원, 시민단체 활동가와만 교류하던 그가 임신부 교실에서 만난 또래 엄마들, 산후조리원 동기들과 어울리며 ‘생활 속 가려운 곳’이 무엇인지 얘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직접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정부의 출산 지원·장려 정책이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지 알겠더라고요. 임신·출산 진료비를 지원해주는 국민행복카드의 경우 지원금액을 늘리면 병원에서 과잉진료를 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차라리 진료 내역을 투명하게 하고 공공성을 갖도록 하는 게 훨씬 낫죠.”

이렇게 주민들과 보낸 시간은 성과로 돌아왔다. 비록 당선은 안됐지만,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거대야당 후보들을 제치고 20.5%를 득표해 2위에 오른 것이다. 그랬던 그가 구의원 선거에 나선다니 주변에선 의아해하기도,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2002년 보궐선거와 2004년 총선은 주변에서 요구하니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마했던 거예요. 사실 2004년 총선 이후로는 주민들 곁에서 함께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어서 지방선거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시민들과 관계를 다지고 정치인으로 입지를 넓히며 기회를 기다려왔다는 얘기다. 2012년 총선에 나서기도 했지만 그땐 사회당과 합당한 진보신당(노동당의 옛 이름)의 ‘존재감’을 증명하려는 이유가 컸다. 지난 총선에는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이향희의 이름을 알리려고” 출마했다. 그리고 이번엔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어서” 구청장도, 시장도 아닌 구의원 후보로 나선다. “사회운동을 오래 해온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이 일상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쌓는 게 우리 사회를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민주시민 소양교육을 쌓는 셈이죠. 제가 모든 걸 다 해결하겠다는 마음보다는 제2, 제3의 이향희가 나올 수 있도록 주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지지해준 중구 구민들을 위해서라도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고 싶다”는 이향희 후보. 이향희 후보 제공
“지금까지 지지해준 중구 구민들을 위해서라도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고 싶다”는 이향희 후보. 이향희 후보 제공

불안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2002년 보궐선거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저를 지지해주셨던 유권자를 만난 적이 있어요. 도대체 언제 당선될 거냐고, 희망고문도 이런 희망고문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차라리 보수적인 중구 대신 (진보정당 지지세가 강한) 북구나 동구로 지역구를 바꾸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전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건 중구 구민들이잖아요. 이번 선거에는 꼭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어서 일하는 모습 보여드려야죠. 그게 그동안 지지해주신 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니까요.”


울산/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jysong@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administration/846229.html#csidxd3260aea1d71fc487733b1da96a7c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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