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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자발적인 출자기금 토대로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청년들에 보증금 지원 
청년주택 ‘터무늬있는 집’ 1호점 열어
올해 서울·경기 2·3호점 오픈 목표

이미지: 사람 9명, 웃고 있음, 실외
서울 강북구 번동 신한주택 옥상에서 열린 ‘터무늬있는 집’ 1호점 집들이를 축하하기 위해 청년입주자들과 출자자, 주민 삼십여명이 함께 모였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지난해부터 시민들이 출자한 기금을 운영해, 청년들의 전세 보증금을 지원하고 입주 청년들이 연 4%이자를 월세로 함께 분담해 내도록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11일 저녁, 서울 강북구 번동 주택가의 한 빌라 옥상이 시끌벅적해졌다. 엄마 손을 붙잡고 온 예닐곱살 아기부터 이십대 청년,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시민출자기금으로 마련한 청년주택 ‘터무늬있는 집’ 1호점 집들이를 축하하기 위해서다. 청년 입주자들이 준비한 옥상 공연판에 노장년의 개인 출자자들과 주민들도 흥겹게 어울렸다.

터무늬있는 집은 청년들이 지역에 터전을 마련하고 무늬있는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청년주택 프로젝트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지난해 청년들의 주택 보증금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주거안정기금을 조성했다. 기금은 정부 지원금이 아니라 오롯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출자금으로 마련됐다. 시민출자금은 일정 기간이 지나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복지기관에 전액 후원하는 기부금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시민들은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까지 청년주거안정기금에 출자할 수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출자금과 이자를 함께 돌려받을 수도 있다. 이자율은 무이자에서부터 1%까지 출자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출자금 규모도 100만원부터 자유롭게 고를 수 있고, 100만원 이하 소액출자도 가능해 시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까지 여섯 곳의 단체를 포함해 개인 출자자 28명이 참여해 1억9천만원이 모였다.

“주거는 개인의 가장 중요한 권리”

이번에 문을 연 1호점은 서울 강북부 번동의 20평가량 되는 빌라로, 2년간 전세 보증금 1억2천만원에 계약했다. 맘씨 좋은 부동산 사장님과 집주인의 배려 덕에 주변 시세보다 조금 저렴하지만, 그래도 20대 청년에게는 부담스런 금액이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이 보증금을 연 4%의 이자로 청년 입주자들에게 지원해준다. 1호점에 입주한 청년들은 모두 여섯 명. 이들은 재단에 내야 하는 이자와 공과금을 합쳐 매월 개인당 1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벽지 도배 등 인테리어 비용을,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과 노원구 재활용센터에서는 냉장고, 침대 등 가전 집기를 무상으로 지원해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1호점 청년 입주자 중 한 명인 박철우(29)씨는 입주 전, 십여 평 되는 투룸 반지하방에 예닐곱 명의 친구들과 함께 살았다. “1억2천 목돈을 신용등급이 높지 않은 청년들이 구하기는 쉽지 않죠. 보증금이 없고 주거환경이 좋은 집들은 또 월세가 너무 비싸요. 그래서 청년들은 고시원처럼 빈약하고 고립된 곳으로 갈 수 밖에 없어요. 사회투자재단의 지원(보증금)은 청년들이 함께, 보다 안전한 집에 살 수 있게 해주죠.”

터무늬있는 집의 또 다른 특징은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집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주택과는 달리, 청년들이 본인이 살 지역과 집, 나아가 공동 입주자들도 직접 구할 수 있다. 실제로 1호점도 번동에서 오랫동안 지역운동을 해왔던 청년들이 직접 입주할 친구들을 찾고, 한달 동안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구했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의 김홍일 신부는 “주거는 개인의 가장 중요한 권리”라며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지역에서 접점을 찾고 지역 공동체에서 역할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청년들에게 주거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또 청년주택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게 아니라, 청년들과 함께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이영림 터무늬있는 집 사업팀장은 “터무늬있는 집 입주자 혹은 예비 입주자들은 사업 운영위원들이 참석하는 운영회의에 매월 참석할 수 있다”며 “청년들이 주거 문제를 포함해 지역 공동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제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터무늬있는 집 2호점으로 낙점된 ‘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은 부천에 터를 잡고, 2013년부터 청년 주거 문제를 중심으로 지역 공동체와 인연을 맺으며 지역활동을 해온 단체다. 지난해부터 번동 1호점 청년 입주자들과 함께 터무늬있는 집 운영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터무늬있는 집은 올해 2호점(부천 ‘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과 3호점(광진구 ’숨과쉼’ 주거 공동체)를 차례로 오픈할 계획이다. 현재 터무늬있는 집 누리집(https://themuni.co.kr)을 통해 2호점 시민출자자를 모집 중이다. 강북 지역의 청년 지역활동가 홍종원씨는 “터무늬있는 집을 중심으로 비싼 집값으로 지역을 떠도는 청년들이 안정된 주거를 갖고, 지역 사회와 만나 의미있는 영향력들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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