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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6·13―여성과 청년, 생활정치를 바꾼다] ①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중년·고소득층 된 기존 정치인, 사회 요구 발 못 맞춰
성차별·억압 없는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만들 것…
당선 안돼도 5%만 득표하면 머잖아 한국사회 변화”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8일 오후 서울 방배동 선거사무소에 걸린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8일 오후 서울 방배동 선거사무소에 걸린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언론에선 연일 한국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지만 많은 이들의 실제 삶은 여전히 회색빛이다.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한대도 집을 사거나 아이를 낳을 엄두는 나지 않는다. 매일매일 목과 코를 괴롭히는 미세먼지처럼, 현실은 갑갑하고 미래는 불안하다. 이런 고민을 스스로 풀어보고자 발벗고 나선 이들이 있다. ‘중앙정치’와 거대 담론에 묻혀 유난히 주목받지 못하는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소수 정당의 여성·청년 후보들이다.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몇몇 광역단체장 유력 후보의 지지율이나 판세 분석에 가려진 생활정치를 실천하려 노력하는 이들이다. 각자 삶 속에서 피부로 겪은 문제를 풀 대안을 제시하고, 골목골목에서 민주주의가 살아숨쉬는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를 가진 이들을 몇 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지금의 586세대는 20∼30대 때부터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지금 20대인 저도 충분히 서울시장이 될 수 있죠”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이렇게 말했다. 8일 오후 서울 방배동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신 후보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위해 정치인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들이 단순히 젊기 때문에 권력을 넘겨달라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 중년의 고소득층인 기존 정치인들이 사회의 요구에 발맞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0∼30대의 80%가 동성혼에 찬성하는데, 국회에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차별금지법도 10년째 계류 중입니다. 이제는 새로운 정치인이 권력을 가질 때가 됐습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을 “586세대가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장이었지만, 자신의 영역 안에서만 활동했다”고 평가했다. “586세대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민주주의는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세대입니다. 작년에 박 시장이 연 미세먼지 공개토론회는 3000명의 시민을 모아놓고 2시간 동안 관련 정책을 논의했습니다. 이걸 제대로 된 숙의 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을까요? 소수자 문제에서도 임기 초반에 시민인권조례를 폐지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다음 서울시장은 좀 더 진보적이고 페미니즘을 당당히 내세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출마했습니다.”

신 예비후보는 2012년 녹색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져왔다. 하지만 그 ‘싹’은 중학생 때 자라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청소년 두발자유화 운동을 하며 ‘한국청소년모임’을 만들어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공직선거법이 만 19살 이상만 정당의 당원 가입을 허용하고 있어 무산되긴 했지만, 그 당시 민주노동당의 청소년위원회 설립을 준비하기도 했다. 녹색당에 가입한 뒤엔 2014년 지방선거 서울 서대문 선거본부 활동, 2015년 서울시당 대의원, 2016년 녹색당 정책대변인을 거쳐 2016년 20대 총선에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같은 해부터는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아 지금까지 녹색당 서울시당을 책임지고 있다.

신 예비후보가 그리는 서울은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다. 만약 이번에 당선된다면, 임기가 끝날 때쯤 성차별과 억압이 없는 서울로 만들어놓겠다는 것이다. “성평등하지 않은 기관이나 회사, 단체에 서울시의 예산이나 인력이 투입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특히 2차 가해가 벌어지는 곳엔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을 거고요. 급진적인 정책이긴 하지만 서울시가 먼저 나서야 현장이 바뀔 거라 기대합니다. 서울시 내부에 존재하는 유리천장을 깨는 것도 목표입니다. 2017년의 서울시 7, 9급 공무원 합격자를 보면 여성이 더 많은데 4급 이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수가 현저히 줄어들거든요.”

그래서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는 것도 차별금지조례 제정과 젠더건강센터 설립이다. 신 예비후보는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앞에서 정당연설을 했을 때 겪은 일을 털어놓으며 우선 차별금지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마이크를 잡고 발언한 성 소수자 당원이 ’누군가가 뒤에서 자신을 공격할까봐 두렵다’고 얘기하더군요. 성 소수자들은 이렇게 일상에서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데, 보수나 기독교 단체들은 성 소수자의 존재가 자신들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인권은 타인의 존재로 침해받는 게 아닌데 말이죠. 한국도 유엔(UN) 가입국으로서 유엔의 여성차별철폐협약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안에 따라야 합니다.”

젠더건강센터는 여성의 초경부터 완경까지 월경과 관련된 모든 교육과, 생리컵 등 용품 보급을 담당하는 기구다. 인공임신중단 여성의 지원과 상담도 맡는다. 형법상 낙태죄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서울시가 ‘불법 행위’를 지원하겠다는, 다소 민감한 공약이다. 그는 낙태죄 때문에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이 인공임신중단을 선택할 때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안전하지 못한 수술환경으로 인한 건강상 위협, 사회적 낙인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젠더건강센터 설립은 여성이자 서울시민인 이들의 권익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다른 정책들도 기존 정치인들과 궤를 달리한다. 서울 안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고자 한 해의 개발사업 규모를 제한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 개발하는 개발총량제라든지, 145만명에 이르는 서울의 20대 청년에게 매년 12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기본소득이 대표적이다. 정치인은 유권자의 대리인으로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믿는 그는 시민투표제를 통한 의견 수렴도 제안했다.

이런 급진적인 정책이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신 예비후보는 “그동안 한국 정치는 집과 땅이 있는 사람들, 즉 한 지역에 오래 거주한 사람들을 과하게 대변해왔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가장 크니까요. 반면 2년마다 이사를 가야 하는 세입자들은 지역 현안을 잘 모르고 관심을 가지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개발 정책이 항상 인기를 끌었죠. 이제는 세입자나 소수자를 위한 공약도 나와야 하지 않겠어요? 지금까지 비슷비슷한 공약과 정책을 내세운 정치인들 사이에서 유권자들이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선거였다면, 이번에 저는 완전히 다른 선거판을 제시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민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지지하는 후보를 속으로 정해두어도 막상 투표소에 들어가면 흔들리잖아요. ‘내가 뽑은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면 내 표는 사표가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저는 오히려, 이길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게 사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박원순 시장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잖아요. ‘어차피 시장은 박원순’일 테니, 차악을 선택하지 마시고 과감하게 자신의 마음에 와닿는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하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이 안 된대도, 득표율로 한국 사회가 무얼 추구하는지 보여주어야 하니까요. 서울에 사는 100명 중 5명이 제 정책에 찬성한다면 머지않아 한국 사회가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jy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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