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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청와대 국민청원’ 분석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 업체 오피니언 라이브,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와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을 분석해보니, 언론 보도가 청원의 계기인 경우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을 통해 사안이 알려지거나 확산되면 국민들이 반응하는, 언론의 전통적인 의제 설정 기능이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청원의 주제에 따라 이런 기능이 차이가 있다는 점도 발견됐다. 의제 설정과 공론장의 역할, 나아가 전자민주주의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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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 가운데 2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 158건을 분석해보면, 국민청원의 51.9%(82건)가 언론 보도에 근거해 작성됐다. 가령,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저지해달라’는 서한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보냈다는 보도가 나오면 ‘나 의원의 조직위원직 파면’ 청원이 올라오는 식이다. 청원은 이렇게 보도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도 있지만, ‘나 의원 딸의 부정입학 조사’ 청원처럼 보도 내용에서 파생된 간접적인 내용도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인터넷의 영향력이 크지만, 국민청원의 근거가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인 경우는 7.6%(12건)에 그쳐, 최소한 국민청원에서의 의제 설정은 언론이 주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부 주제별로 차이가 발견된다. 정치, 경제, 성폭력, 인권 등이 주제인 청원은 대체로 언론 보도에 근거한 것들로, 이 분야에서 언론의 의제 설정 기능은 매우 강력해 보인다. 특히 성폭력이나 인권 분야에선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 재조사’, ‘미투 운동 발화자 보호’ 청원 등을 통해 알 수 있듯, 그동안 개인들이 타인의 시선이나 불이익을 우려해 쉽게 말하지 못하던 문제를 언론이 나서서 제기함으로써 여론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언론학 박사인 조인호 오피니언 라이브 빅데이터 부문 총괄 대표는 “언론이 여론을 이끌고, 의견 개진에 적극적인 이들이 청원을 내는 데 영향을 미쳤다면, 의제 설정 기능이 긍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반려동물, 노동, 성평등 등을 주제로 한 청원은 언론의 의제 설정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로 동물학대 금지·처벌이 내용인 반려동물 관련 청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먼저 사건이 알려지고 관련 여론이 확산된 뒤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언론 보도는 그 이후였다. 노동 분야에선 장시간 노동, 불합리한 처우에 시달리는 개인 당사자가 자신의 상황을 폭로하거나 호소하면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청원이 대부분이었다. 너무도 고질적이고 일상적인 문제여서, 언론의 기사 판단 기준에선 후순위로 밀리는 이슈다. 국민의 절박함과 언론의 관심이 ‘따로 논다’는 비판도 가능한 대목이다. 성평등 관련 청원에는 ‘초중고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처럼 언론이 먼저 의제화하기 힘든 제안이 많았다. ‘여성의 군 복무 의무화’ 청원처럼 남성들의 저항심리가 강한 제안 역시 언론이 다루기 힘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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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이 큰 관심을 끌면서, 청원 게시판 자체가 언론 보도의 주요한 정보원이 되고 있는 ‘역의제 설정’ 현상도 확인됐다. 분석 대상 청원 158건 가운데 83.5%인 132건의 내용이 청원 이후 언론에 보도됐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런 청원이 올라왔다’는 단순보도가 절반 이상(54.4%, 86건)이지만, 해당 청원을 계기로 기획기사나 분석기사를 쓴 경우도 19%(30건)나 됐다. 10.1%인 16건은 기사의 주장이나 주제를 뒷받침하는 주요 팩트로 언급됐다. 인터넷 카페와 댓글이 활성화되기 시작할 무렵 언론이 여론의 반응을 살피거나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내려고 자주 이들을 살펴봤던 것처럼, 지금은 국민청원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조인호 대표는 “국민청원이 언론 보도에 영향을 주고 토론을 확산시킴으로써, 그 자체가 하나의 미디어이자 공론장이 되고 있다. 논란은 있지만, 전자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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