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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회] 기획/행복한 아파트 공동체 만들기②

김밥 만들기·손바느질 등
혼자서는 힘들던 ‘숙원사업’
동네의 숨은 고수 만나 함께하니
정보·친구 모두 얻는 ‘일석이조’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희망제작소가 진행하는 ‘행복한 아파트 공동체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서울 상암동 월드컵 아파트 8단지 주민들이 최근 단지 안 작은 도서관에 모여 면생리대를 만들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희망제작소가 진행하는 ‘행복한 아파트 공동체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서울 상암동 월드컵 아파트 8단지 주민들이 최근 단지 안 작은 도서관에 모여 면생리대를 만들고 있다.


“김밥 재료 준비하는 게 손이 많이 가는 일이잖아요. 다 같이 모여서 김밥 만들고 팁도 공유하니까 좋네요. 누드김밥을 쌀 때 김발에 비닐을 씌우면 된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어요.”(변희동씨)


“멀리 안 가고 집 근처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파트가 외진 곳에 있어서 문화생활을 하려면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가야 했거든요.”(곽지현씨)


서울의 동쪽 끝자락, 변씨와 곽씨를 포함해 신내동 우디안 아파트 2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 열댓명이 최근 단지 안 작은 도서관에 모였다. 지난달 중순 시작한 ‘혼자서는 못하겠고 같이 할 사람 있나요?’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들이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희망제작소가 진행하는 ‘행복한 아파트 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하나인 이 프로그램은, 혼자 하기 힘들거나 아까운 취미생활 등을 공유하는 소소한 모임을 통해 ‘동네 친구’를 사귀고, 사람 냄새 나는 아파트살이를 해보자는 시도다.


3주 전 첫 모임에서 주민들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과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을 적어 냈다. 각자의 필요와 재능이 교집합을 이루는 모임 세 개가 만들어졌다. 주변에 김밥 잘 만들기로 소문난 주민 소진숙(38)씨는 강사가 되어 ‘밥맛을 좋게 하려면 밥 지을 때 다시마 넣기’,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김밥 써는 칼에 식초 바르기’ 같은 유용한 정보를 알려줬다. 오이, 어묵, 삼겹살 등 각자가 선호하는 김밥 재료와 양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던 소씨의 조에서는 “여러 명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일은 피곤하고 지치지만 그 과정이 중독성 있다”고 평했다. 천연화장품 만들기, 전래놀이 모임도 진행됐다. 천연화장품 재료는 대용량으로만 판매되는데다 유통기한이 짧아 여럿이 함께 만드는 게 여러모로 낫다. 전래놀이 전문강사를 준비 중인 조현순(39)씨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아이들 일곱명이 나무젓가락으로 물고기, 의자, 집 등의 모양을 만들었다가 일부를 움직여 방향이나 모양을 바꾸는 산가지놀이를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서울 신내동 우디안 아파트 2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각자 배우고 싶은 것과 가르칠 수 있는 것을 적었다.
서울 신내동 우디안 아파트 2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각자 배우고 싶은 것과 가르칠 수 있는 것을 적었다.


서울 반대쪽 끝, 상암동 월드컵 아파트 8단지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다양한 바느질 소품을 만들고 싶어하던 김희진(46)씨는 면생리대 만들기 모임을 꾸렸다. 30년 넘게 바느질로 옷과 소품을 만들어온 조숙자(70)씨를 이 프로그램에서 운명처럼 만난 덕분이었다. 김씨의 바람과 조씨의 경력이 잘 들어맞은 이 모임엔 10여명이 참가했다. 한땀 한땀 바느질하면서 “깨끗이 세탁할 방법을 공유해보자”, “천연세제를 만들어보자”며 다음 모임 약속도 잡았다.


같은 단지에 사는 주민들이 2시간 넘게 얼굴을 맞대고 앉아 있다 보니, 화제는 자연스럽게 동네 이야기로 흘렀다. 동네 사정에 밝은 주민들이 단지 내 공유자동차 주차장 설치, 통신사 중계기 설치 등 최근 동대표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설명해주자 다른 주민들은 귀를 기울이거나 각자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김정희(43)씨는 “평소에 친한 이웃들을 만나면 주로 자녀 육아나 교육 이야기만 하는데, 잘 모르던 여러 사람들을 만나니 아파트 돌아가는 소식도 알게 돼 좋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안수정 희망제작소 연구원은 “아는 사람이 없어서 마을 활동에 참여하기를 주저했던 주민들에게 이런 작은 모임이 이웃을 만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jysong@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39147.html#csidx423741393e3302db58c34f86e99fbd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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