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입법 기대 컸으나 국회서 계속 표류 
7일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관계자 500여명 국회서 집회
‘퍼주기’ ’재정 낭비’ 등 오해 풀고 속히 여야 이견 조율해야

‘시민행동’에 참여한 사회적 경제 관계자들이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김연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송경용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공동의장, 윤호중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시민행동’ 제공
‘시민행동’에 참여한 사회적 경제 관계자들이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김연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송경용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공동의장, 윤호중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시민행동’ 제공

시민사회가 오랜 기다림 끝에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전국에서 온 500여명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관계자는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회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집회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네트워크인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이 주최했다. ‘시민행동’에는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 한국사회적기업활성화 전국네트워크 등 54개 네트워크 조직과 그에 소속된 개별 사회적 경제 기업과 지원 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윤호중, 박광온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충재 한국 와이엠시에이 전국연맹 사무총장,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회 상임대표, 김재구 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김인선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산하 사회적 경제 전문위원회 위원장, 임종한 한국사회적경제 연대회의 상임대표, 안인숙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기본법이 없어 사회적 경제의 힘이 모아지지 않아”

광주 광역시에서 새벽에 올라와 집회에 참가한 류광수 광주권역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은 “기본법이 없다보니 현장에서 부처간 사업이 충돌되는 일이 많을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힘을 모아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국의 광역, 기초 지방자치단체에는 약 260여건의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 조직 관련 조례가 있지만 근간이 될 기본법이 없다보니 부처, 지자체별로, 더 심하게는 담당 공무원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행정력과 자원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의 열쇠가 될 사회적 금융을 위해서도 기본법 제정은 중요하다. 조성된 기금을 사용하는 원칙이 기본법이기 때문이다. 박정선 화성시 굴렁쇠 협동조합 대표는 “화성에는 619억원의 사회적 경제 기금이 조성돼 있지만 이를 사용할 근거가 되는 기본법이 없어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관의 협력을 위해서도 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는 “지금까지 정책의 성과가 미비한 이유 중에는 민간의 다양성과 자발성을 무시하는 지나친 관 주도 방식이 있었다”며 “기본법에 민관 협치를 원칙으로 못 박아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를 대표해 ‘시민행동’의 취지와 원칙을 담은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김진아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이사장. ‘시민행동’ 제공
참석자를 대표해 ‘시민행동’의 취지와 원칙을 담은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김진아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이사장. ‘시민행동’ 제공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는 ‘시민행동’이 요구하는 기본법 제정의 다섯 원칙에 담겼다. 이는 △사회적경제의 존재 및 그 간의 기여와 공헌에 대한 법적, 제도적 인정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적경제 정책 환경의 조성 △민관 협치에 기반을 둔 효율적 지원 체계 구축 △민간의 자율적이고 다양한 연대, 협력의 촉진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직 · 간접적 지원 근거의 확보 등이다. 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일부 변경되더라도, 발의 취지를 잘 담으려면 이런 다섯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열쇠를 쥔 야당, ‘퍼주기’ 등 오해 해소 시급

사회적경제기본법은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여야 간 이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사회적 가치’를 국정 운영 기조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해 시민사회는 “이번에야말로 기본법이 통과될 것”이라며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려는 시점이다.

법 통과의 열쇠는 사실상 야당이 쥐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사회적 경제는 사회주의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기본법 제정에 부정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기본적으로 동의하나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입장이다. 조경태 의원 (자유한국당,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회적 약자 배려에는 공감하나 자본주의 경제의 원칙을 깨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퍼주기’식 예산 지원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행동’ 집회에 참석한 윤호중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중앙 정부의 기금 설치 및 예산 지원 항목을 삭제하자는 국민의당의 입장을 여당이 수용해 일부 합의에 이르렀다. 정부 기금 활용 여부는 여야간 가장 큰 입장차 중 하나인데, 야당에 이 부분을 일정하게 양보해 이른 시일 내 기본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사회적 경제 관계자들은 기본법 제정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 협동과 상생의 가치를 우리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기본법을 제정하고, 사회적 금융을 활성화 시키는 보증, 투자, 융자 정책 등 제도를 개선해 환경을 조성하면, 민간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자율적으로 꾸려가겠다는 것이다. 안인숙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식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라도 그간 사회적 경제가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를 인정하는 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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