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인영 의원, 개헌포럼 공동개최] ① 건강권
평등한 건강 수준을 달성할 권리
소득·노동 등 결정요인 개선 필요
실효성 담보할 강제성도 규정을
건강권 발제를 맡은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건강권 발제를 맡은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건강권은 다소 낯설고 추상적이다. 건강은 개인적 요인과 유전적 영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소득수준이나 주거·노동환경 등 사회적 영향도 많이 받는다. 보건의료계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에선 다양한 요인들이 얽힌 결과인 건강권을 개정 헌법에 독립된 조항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미세먼지처럼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증가하는 것도 건강을 보편적 인권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011년 현재 유엔 회원국 가운데 36%가 전반적 건강에 대한 권리 보장을 헌법에 명시했다”며 △헌법 전문에 ‘생명과 건강 존중의 원리’ 적시 △건강권을 독립 조항으로 명시 △차별금지, 노동3권, 인간다운 생활권, 환경권, 주거권 등 건강권 관련 기본권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평등한 건강 수준’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요구되는 구체적 권리인 건강권은 보건권, 의료권과 함께 논의해야” 하며, “미세먼지나 핵 발전소 등 건강을 침해하는 다양한 사회적·환경적·물리적 요인들에 대처하려면 우리가 어떤 권리를 가져야 하느냐의 문제로 고민을 확장해가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인권은 하나하나 나눠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건강권만 해도 가난, 주거, 위생, 소득, 노동환경 등과 같은 사회적 결정요인(다른 인권)을 함께 다뤄야 풀린다”며 “생명에 대한 권리, 개인이 성취를 이룰 권리, 평화에 대한 권리 등 큰 범주로 묶어 인권에 접근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했다. 또 “건강과 보건의료, 복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제도, 정부와 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이를 구성하며 통제할 수 있는 집단적 권리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도 더 생각할 논점”이라고 덧붙였다.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론을 통해 “건강권을 개별 정책과 프로그램에 국한해 논의하다 보면 결과로서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간과하기 쉽다”며 김 교수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건강권이 헌법에 명시된다면 보건·의료 접근권은 하위범주로 포함돼야 하고, 건강권의 내용 속에 예방과 치료, 결과 등을 명시하는 다양한 하위권리가 배치돼야 한다. 건강권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고 짚었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건강권 등 사회권은 추상적 개념인데,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각종 지표와 수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현실에서 적용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어 “대다수 사회권이 갖는 현실의 토대, 즉 재원의 문제가 논의될 필요가 있다. 재분배를 위한 자원을 어떻게 조달하고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