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선정 ‘10대 사회적기업’에
현행 지원제도 장단점 물어보니…

인건비·사무공간 지원 등 초기 정착에 큰 도움
복잡한 절차·사회적 목적 재투자 등은 걸림돌

전문가들 “단순 지원 넘어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 시급”
온라인 투표 및 전문가 심사위원단의 평가로 선정된 각 분야 10대 사회적기업 선정 결과.  ‘사회적기업 ○○○을 부탁해!’ 누리집 갈무리
온라인 투표 및 전문가 심사위원단의 평가로 선정된 각 분야 10대 사회적기업 선정 결과. ‘사회적기업 ○○○을 부탁해!’ 누리집 갈무리
사회적기업가는 사회적기업 관련 제도를 어떻게 평가할까? 지난 7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온라인 시민투표와 전문가 심사위원단의 평가를 통해 ’10대 사회적기업’을 선정했다. 취약계층 고용, 주거 문제 완화, 먹거리 안전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대규모 투자 유치(우주), 영국 캠브리지대가 관심을 보인 신소재 개발(세진플러스), 자체 플랫폼을 통한 크라우드 펀딩(농사펀드) 등 대기업이나 유망 벤처기업들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실력을 가진 기업들이다. 이들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관련 제도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사회적 가치와 사업성 모두를 갖춘 사회적기업이 성장하려면 어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지 이들의 이야기를 서면 인터뷰로 들어봤다.

가장 도움이 된 정책은 인건비·사업비 등 실비 지원

사회적기업들은 대부분 가장 도움이 된 지원정책으로 인건비 등 실비 지원을 꼽았다. 소규모로 시작하는 사회적기업의 특성상 인건비나 사무공간 지원이 초기 사업 안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주(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셰어하우스)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이 스타트업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포함한 기본 운영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데, 우리의 경우 일자리 지원 정책제도를 통해 큰 도움을 받았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사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보호한 제도도 큰 도움이 되었다.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지역 농산물 소비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동조합) 전문인력, 일자리 지원, 사회보험료 지원 등 인건비 지원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큰 도움이 되었다. 단기간에 큰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는 웹사이트나 카탈로그 제작에 지원된 사업개발비도 단비 같은 존재였다.

에이컴퍼니(작품 유통을 통한 예술 활동 지원) 인건비 지원이나 공공구매제도가 도움되었다.

농사펀드(친환경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중개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초기자본이 많지 않았는데 사무공간과 인건비 지원이 아주 큰 힘이 되었다.

세진플러스(친환경 소재 의류 기업, 장애인 고용 사업장) 친환경 신소재인 플러스넬을 개발할 당시 재료비, 기계임차료 등 큰 자금이 필요했는데 사업개발비로 일부 도움을 받았다.

업종 맞춤형 지원, 복잡한 행정절차 개선, 공공의 ‘아이템 날치기’ 방지 필요

사회적기업들은 지원제도 가운데 가장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행정절차 간소화”를 꼽았다. 인건비 지원 등이 도움은 되나, 실제로 받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복잡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지 않는 기업도 생겨나는 실정이다. ‘배분 가능 이익의 2/3는 사회적 목적을 위해 재투자해야 한다’는 규정은 투자 유치의 걸림돌로 지목됐다. 공익 추구라는 목적은 지키되, 기업이 자립할 투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기업에는 특수설비 지원이나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회적기업의 아이디어가 공익성이 있다보니 공공에서 아이템을 베껴 피해를 입는 황당한 경우가 있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사업개발비 지원제도의 취지나 목적은 좋으나 집행과정 개선이 절실하다. 예산항목이 비실용적이고, 사업 초기에 세부계획과 예산을 확정해야 한다는 점, 상황에 맞춰 이를 중간에 변경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용하도록 되어 있는 ‘이(e)나라도움 시스템’(국고보조금 전산화 및 통합관리 플랫폼)이 복잡하고 불편하다. 이 시스템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이 나라에 있기는 한가?

세진플러스 배분가능한 이윤의 2/3를 사회적 목적으로 재투자해야 한다는 규정과 과도한 행정절차가 바뀌어야 한다. 최근 중국에서 억 단위가 넘는 투자 제안이 있었는데 재투자 규정 때문에 성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적기업 특성상 규모가 더 커지면 고용이나 환경 기여 등 사회적 가치도 늘어나는데 좀 더 유연해지면 좋지 않을까. 또 현재 성북구에 공장이 있는데, 동네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연말까지 공장을 이전하라고 통보받았다. 장애인 고용 사업장의 경우 적합한 공간을 찾고 설비를 갖추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포기하지 않도록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

뉴시니어라이프(어르신 여가생활과 자아실현을 위한 시니어 프로그램 진행) 시니어들을 패션쇼 모델로 세우는 시니어 패션쇼 프로그램은 뉴시니어라이프의 가치를 알리는 대표 프로그램인데, 최근 정부 지원기관, 모델학과 등이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개발한 사업 아이템을 대학이나 정부 지원기관이 베끼는 일은 없도록 막아줘야 하지 않을까.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공정무역을 통한 개발도상국 자립 지원)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만큼 전문인력도 필요한데,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액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제도 개선 꼭 필요”…목소리 내는 사회적기업가들

사회적기업 지원제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사회적기업가들의 조직적 움직임도 시작됐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등 시민단체와 사회적경제 조직 57곳이 모인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행동’이 22일 출범해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 중인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올해 정기국회 안에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다. 부처 간 분절화 해소, 법인격이나 등록제 신설, 사회적경제 발전 기본계획 수립, 공공구매 확대, 사회적 금융제도 마련 등 제도적 불편을 해소하고 민관의 유연한 협력을 보장하는 내용이 이들의 요구사항에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사회적기업 성공 모델이 나오려면, 정부가 지원금을 주고 관리하는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회적 금융, 공공구매 진입 지원 등 공익을 추구하는 경제 활동을 전반을 뒷받침할 근본적인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은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사회적기업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유연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사회적경제기본법뿐만 아니라 공동체 이익을 우리 사회의 규범으로 삼는 사회적가치기본법이 함께 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선 희망제작소장은 “지원을 얼마 해서 일자리 수를 이만큼 늘렸다는 등 일자리에 갇힌 시선을 벗어나, 사회적기업의 실제 필요를 지원해 역량을 극대화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