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뉴스를 읽을 때도 ‘넛지’가 필요해

admin 2017. 11. 27
조회수 456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넛지
리처드 세일러·캐스 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리더스북(2009)

<넛지>의 내용을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난 10월 공동 저자 중 한명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을 때 여러 매체에서 서평을 다시 내보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사람들은 체계적으로 틀린다. 그 틀리는 방식을 잘 연구해 활용하면 개인과 사회를 유익하게 할 수 있다”는 <넛지>의 통찰을 언론과 독자의 관계에 적용해 보려 한다.

책에 나오는 한 실험 결과를 보면, 학교 급식실에서 음식의 진열만 바꾸어 놓아도 학생들이 몸에 좋은 음식을 최대 25%까지 더 먹는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넛지 활용을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 부른다. 사람들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유도한다는 의미다.

신문과 방송의 뉴스는 저자의 표현대로 하면 ‘자유주의적 개입’을 한 사례다. 언론인이 시급성, 공공성 등의 기준에 따라 뉴스를 고른 뒤 중요한 순서대로 크기를 달리해 배치한 것이다. 영양사가 몸에 유익한 음식을 눈에 잘 띄게 배열하고, 입만 즐거울 뿐인 음식은 눈을 돌려야 볼 수 있는 구석에 둔 배식대에 비유할 수 있다. 신문을 펼치거나 텔레비전 뉴스를 볼 때는 관심을 끄는 뉴스뿐 아니라 그 옆에 있는 내용도 한두개 같이 보거나 듣게 된다. 비록 맛은 없을지 모르나 몸에 필요한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

반면, 온라인 뉴스는 무작위로 늘어놓은 뷔페식당과 같다. 신문?방송 뉴스가 묶음으로 소비된다면 온라인 뉴스는 단품으로 선택된다. 온라인 뉴스라는 뷔페에선 당근이나 시금치 같은 음식에는 아무래도 손이 잘 안 가고, 영양은 적지만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편식하기 쉽다. 언론도 이런 변화를 재빨리 알아채고 자극적인 뉴스 생산을 늘려왔다.

균형 잡힌 판단을 위해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골고루 접하는 게 여전히 중요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흘러간다.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이미 가진 생각과 취향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뉴스를 소비한다. <넛지>에도 소개된 인간의 ‘확증편향’, 즉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이 온라인에서는 한층 강화된다. 여기에 에스엔에스(SNS)에서 친구끼리 뉴스를 추천하고 ’좋아요’를 누르며 격려하는 ’메아리방 효과’까지 더해지면 편향된 의견이 신념으로 굳어지게 된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우리는 민주주의의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며 들떴다. 언론과 엘리트의 오만과 독주를 깨고, 보통 사람에게 발언권을 돌려줌으로써 숙의민주주의가 네트워크에서 활짝 피어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걱정하는 것은 디지털 포퓰리즘과 그에 따른 민주주의의 위기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나 그 몇달 앞서 벌어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도 유권자의 ‘확증편향’이 강하게 작용한 사례다. 정확한 정보와 균형 잡힌 토론이 없이 건강한 민주주의는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고 디지털이 이미 우리 삶의 일부가 된 마당에 올드미디어의 향수에 젖어 있을 수는 없다. ‘달달한’ 뉴스만 찾는 독자들이 건강한 시민성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접하게 하는 넛지(선택 설계)는 무엇일까?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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