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아시아미래포럼] 세션4 직장 앞에 멈춘 민주주의

노동자, 회사 주요결정 참여 권리
독일 ‘노사공동결정제도’ 성공사례
한국 ‘노사협의회’는 실효성 낮아
민주노총 산하 조합원 설문 발표도
올해로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난 지 30년이 되었다. 특히 지난 1년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촛불’을 타고 사회 곳곳으로 번져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유독 직장 문 앞에서는 침묵하거나 작동을 멈추었다.

아시아미래포럼 두번째 날인 16일 오후에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산별노조연구원 공동주최로, ‘직장 앞에 멈춘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분과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설 정승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정책연구소장은 일터의 민주주의가 직장 울타리를 넘어 산업민주주의, 경제민주주의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유럽의 이론과 역사를 중심으로 발표한다. 두번째 발제는 ‘직장 내 권력 작동의 실태’라는 제목으로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이 맡는다.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 서비스노조, 공무원노조, 사무금융노조 등 산별 노조원 2231명과 노조 간부 291명을 대상으로 직장민주주의의 실태를 물은 여론조사와 인터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토론자로는 김성혁 전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 송기훈 사무금융서비스노조 부위원장, 이희우 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장, 이상민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나서 각 현장의 실태와 고민을 나눌 예정이다. 좌장은 이주호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연구원장이 맡는다.

직장 민주주의는 노동자들이 인사와 경영권 등 회사의 주요 결정에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독일의 ‘노사공동결정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이해당사자들 특히 노동자와 주주, 그리고 은행이 공동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로 ‘노사협의회’가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번에 산별 노조 간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경영상 또는 기술상의 사정으로 인한 인력의 배치전환·재훈련·해고 등 고용 조정 △업종전환·휴업·폐업·회사이전 △노동자 증원·감원·채용 같은 인력 수급 계획 등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 변화와 관련한 핵심 사항에서 ‘노사간 합의에 따른 공동 결정’을 한다는 응답은 10% 이하에 그쳤다. 반면, 아예 ‘사전에 정보도 없이 회사가 결정한다’는 응답은 과반에 육박했다. 하지만 ‘노사공동결정제도 등 노동자도 기업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것을 법과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노조 간부, 노조원 대다수가 공감을 표했다.

이번 발표 내용에는 직장 내부의 미시적 권력관계 실태도 포함된다. 자유로운 반론 제기, 고충 토로, 합리적 업무분장 등 일상적 의사결정의 민주성은 직장 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가늠하는 핵심적 항목들이다. 성차별 문제제기 등 부당한 것에 대한 시정 요구, 평가의 공정성, 퇴근이나 휴가 등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자율성 등도 직장 내 일상의 민주주의와 관련되는 중요한 사항들이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hgy421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