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인플레이션의 시대
김동환·김일구·김한진 지음/다산북스(2017)

9년 전 이맘때, 세계는 6천억 달러의 빚을 지고 손을 들어버린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충격에서 헤매고 있었다. 나날이 들려오는 경제 소식은 최악이었다. 세모의 거리에서 웃는 얼굴을 만나기 어려웠다. 그 10여년 앞서 겪은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의 몸서리치는 기억이 떠올라 앞날이 한층 불안했으리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수십년간 진리 행세를 하던 신자유주의 도그마가 회복불능으로 깨져버렸다. 자본주의도 환골탈태를 하지 않으면 경제체제로서 앞날이 없으리란 생각이 퍼져나갔다.

미국 5대 투자은행 중 3개를 날리고, 남부 유럽 국가들의 위기로 번져 유로 체제에 타격을 주고, 수많은 직장인의 실직과 가정파탄을 불러온 2008년 금융위기, 그 위기도 이제 막을 내리는가 보다. 제로금리도 모자라 무제한 돈을 푸는 ‘양적 완화’의 초강경책을 쓴 것이 결국 효력을 발휘했는지, 2016년 이후 세계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독일, 일본 같은 선두권 경제는 구인난을 겪을 만큼 호황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금리를 올리며 풀어놓은 돈줄을 죄고 있다. 한국은행도 다음 달에는 기준금리를 근래 처음으로 올릴 전망이다.

세계가 ‘값싼 돈’의 따스한 이불에서 나와야 할 때가 됐다. 세계 경제의 이런 변곡점에서 <인플레이션의 시대> 저자인 3인의 경제분석가가 대화를 나눈다. 저자들은 여의도 금융가에서 잔뼈가 굵어온 이코노미스트들인데 이론과 실물동향을 두루 고려해 현재를 진단하고 앞날을 예고한다. 세 명 모두 2008년발 금융위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이 위기가 순순히 물러가지는 않을 것이란 데도 의견을 같이한다. 그간 각국 중앙은행이 풀어놓은 바닷물 같은 유동성이 어떤 위기를 불러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장 주시해야 하는 곳은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이다. 위기를 겪는 동안 시나브로 부풀어 오른 부동산, 주식이 금리의 기조적인 상승세를 만나면 큰 소리를 내며 붕괴할 수 있다. 미국 증시의 다우지수뿐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의 코스피 지수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세계 주요 60개국의 주택 가격 지수도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런 자산가격에는 제로 금리시대에 조달한 빚이 만들어 낸 ’거품’이 끼어 있다. 미국의 처분가능소득과 순 자산을 비교한 지표는 2000년 닷컴 버블 수준을 넘어선 상태라는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물론 2008년 이후 미국인들의 부동산 투자 패턴이 매월, 매 분기 현금 수입이 생기는 쪽으로 바뀌어,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급하게 팔아치우는 일은 없으리란 낙관론도 있다. 아울러, 중앙은행이 경기나 자산가격을 보면서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하는 만큼 급속한 금리상승에 따른 충격파는 기우일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은 대화에서 짚는다.

누구 말이 옳을지는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이다. 다만 과거 미국이 저금리 기조를 거두고 긴축을 하는 시기에는 예외 없이 신흥국에 경제위기가 온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자연의 계절도, 경제도 환절기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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