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속 HERI
참여연대·비판복지학회 공동주관 토론회
김연명 교수 “복지로 가처분소득 높여 소득주도성장 이끌어야”
시장에 방치하면 영미형, 남유럽형 혼합 복지모델될 수도 
노조조직률 확보 등으로 참여 주체 만들기 과제

지난 20일 참여연대와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탈산업화 시대 한국 사회복지의 과제: 소득보장 중심으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있다.  이들 단체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마다 이 토론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조창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uni@hani.co.kr
지난 20일 참여연대와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탈산업화 시대 한국 사회복지의 과제: 소득보장 중심으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있다. 이들 단체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마다 이 토론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조창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uni@hani.co.kr

“문재인 정부 복지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복지·고용·성장이 함께 가는 ’골든트라이앵글’ 모델이 실질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복지가 고용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도록 구체적 정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김연명 중앙대(사회복지학) 교수의 말이다.

지난 20일 참여연대와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비판복지학회)가 공동으로 기획한 ‘문재인 정부의 사회정책과 복지국가’ 토론회에서 김 교수는 “공공복지의 기능을 강화하고, 재정개혁,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성장·고용·복지가 함께 가는 ‘골든트라이앵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정책을 복지와 재정문제라는 틀을 넘어 경제정책, 사회정책과의 결합을 통해 종합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사회분과장을 맡았다.

‘골든트라이앵글’은 복지(사회서비스, 수당확대)·고용(일자리 확충)·성장(총수요 확대)이 선순환하는 형태다. 복지를 늘리면 사회서비스형 일자리가 늘어나고, 현금수당이 확대돼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올라간다. 가처분 소득 상승은 내수와 총수요 부족을 일정 부분 해소해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복지->일자리, 현금수당 확대->가계소득증가->내수확대’의 순환구조다. 여기에 공공 보육시설, 요양시설 등 사회인프라 투자가 결합되면 정부가 구상하는 ‘소득주도성장’의 큰 그림과 맥이 닿는다.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창한 엥겔베르트 슈토크하머 영국 킹스턴대 교수와 외즐렘 오나란 영국 그리니치대 교수는 지난 11일 한겨레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과 공공투자가 결합했을 때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사회서비스공단을 설치하는 안을 거듭 제시했다. 사회서비스공단은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등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공 보육, 요양시설을 직접 운영한다. 김 교수는 “지역 단위에서 복지부 하나 생긴 것으로 보면 된다”며 “복지 전달체계도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교수는 현 단계의 한국 복지국가 수준을 초기 단계로 진단하며 이마저 ‘시장과잉’ 상태로 분석했다. 보험과 복지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민간 비중이 높아 공공 영역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도입 전부터 사보험 시장이 발달했기 때문에 민간보험이 사회보험의 확대를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다. 보육, 요양 등 복지서비스도 민간사업자에게 위탁실시해 공공 사회복지서비스가 민간 공급자의 서비스와 충돌한다.

김 교수는 “현재처럼 사보험 시장이 크고 민간영리공급자를 통해 사회복지를 공급할 경우 영미형 복지모델과 남부유럽형 복지모델의 안 좋은 특징이 결합되는 가장 비효율적인 복지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영미형 복지모델은 복지서비스에서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저소득 계층은 복지 수급 수준이 낮다. 남부유럽형 복지모델은 노동시장의 지위에 따라 수혜가 양극화돼 있고, 광범위한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김 교수의 대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동의하며 문재인 정부가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제언을 보탰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은 정치력을 발휘해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실행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영국의 복지국가의 기틀을 다진 로이드 조지가 되겠다고 말한 적 있다”며 “로이드 조지는 정치력을 통해 복지국가에 필요한 법률안, 예산안, 체제개혁, 의회개혁 등을 이룬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복지국가를 지지할 주체 형성을 강조했다. “현재는 정부지지율이 높고 촛불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자’고 하지만 앞으로 지속할 수만은 없다”며 “노조조직률 20%대로 높여 정부가 노조를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서강대 교수는 “정책 대상에서 청년과 젠더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며 “현재 사회정책의 최우선 대상은 청년층이 돼야 하며, 양성평등은 저출산 구조를 극복하고 성장동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초”라고 제안했다.

참여연대와 비판복지학회는 “탈산업화 시대 한국 사회복지의 과제: 소득보장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연속 포럼을 개최한다. 하루에 한 주제씩 매월 둘째 금요일에 진행되며, 다음 달 17일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문제로 허선 순천향대(사회복지학) 교수가 발표한다.

조창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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