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사회정책연합학술대회 
가족 체감 복지 수준, “비보장과 가족복지 중간 쯤”
사회보험 중심 복지, 중산층 이상에만 혜택
지난 13일 2017 사회정책연합학술대회에서 '외환위기 전후 20년 한국복지체제: 사회정책의 변화와 과제' 를 주제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 조창훈 연구원
지난 13일 2017 사회정책연합학술대회에서 '외환위기 전후 20년 한국복지체제: 사회정책의 변화와 과제' 를 주제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 조창훈 연구원

한국 복지의 두 변곡점은 1987년 민주화와 1997년 외환위기다. 1987년 정치적 민주화 이후 사회경제 영역으로 민주화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사회보험을 주축으로 하는 복지시스템이 본격화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복지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였다.

이후 20년간 한국 복지체계는 어떻게 발전해왔고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까? 이를 모색하는 토론회가 지난 13일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열렸다. “IMF 경제위기 20년, 한국 사회의 격차해소 전략과 정책”을 주제로 열린 사회정책연합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한국 복지 성격을 규정하고 문재인 정부 복지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논했다.

발제를 맡은 남찬섭 동아대(사회복지학) 교수는 한국 복지의 역사를 세 시기로 구분했다. 1987년부터 1996년까지를 한국 복지의 ‘제도확장기’, 1997년부터 2017년까지를 ‘복지국가 태동·조정기’, 2017년 이후를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기’로 정리했다. 이 중 중요한 사건으로 1995년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을 꼽았다. 이 개정으로 한국복지의 방향이 ‘국가책임 최소’, ‘시장기능 강화’로 틀지어졌다는 주장이다. 남 교수는 “사회보장기본법은 복지재정 조달을 원칙적으로 수익자부담으로 하고 절대빈곤층만 정부가 책임진다는 내용”이라며 “이후 사회복지가 확장하는 데 제약조건이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2010년 무상급식 논쟁은 높게 평가했다. 무상급식 논쟁에서 나온 보편성, 사회투자성, 분권지향성 키워드는 새로운 복지국가가 참고할만한 방향이라는 평가다. 남 교수는 “보편주의 대 선별주의에서 보편주의가 선택받았고 교육 영역이라는 사회투자적 성격이라 호응을 얻었다”며 “지역의 농산물 소비하는 지역성·분권지향성은 현재의 시장중심적인 복지구조를 해결할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한국 복지는 혜택이 중산층 이상의 특정 계층에 집중된 체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홍식 인하대(사회복지학) 교수는 이를 ‘상향적 선별주의’로 정의했다. 윤 교수는 “공적복지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업재해보험 등 사회보험 중심으로 발달해 고용이 안정적이고 소득이 높은 계층에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심화됐다. 윤 교수는 “사회보장과 부동산, 금융자산 등 사적 보장 체계를 모두 갖춘 소수와 공적·사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사람들, 그 중간에 부유하는 불안한 중간계층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한국 가구들의 복지체감도가 낮다는 결과도 발표됐다. 김성욱 호서대(사회복지학) 교수와 한신실(국민연금연구원) 주임연구원이 2차~18차 한국 노동 패널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가구들이 가장 많이 경험한 복지체제는 ‘비보장형’(38.7%)으로 나타났다. 비보장형은 공적, 사적으로 보장체제가 없다는 뜻이다. 내전 등 정치적 불안정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나타난다.

한 가족에게 복지를 준 주체를 국가, 시장, 가족으로 나누고, 그 액수를 따져봤을 때 복지경험 역시 미미했다. 국가복지의 경우 20년간 수혜를 경험하지 못한 가족이 53.8%, 받더라도 최대 20만 원인 경우가 42.3%로 나타났다. 10가구 중 9∼10가구(96.1%)가 매우 약한 수준의 복지만을 경험했다. 가족복지로 불리는 이전소득도 전체 가구의 51.9%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 나와 가족복지 역시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김 교수는 “실제로 우리나라 가족이 경험한 복지는 비보장과 가족복지의 중간 정도가 될 것 같다”며 “중산층 이상의 복지 동맹을 통해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복지체감도 자체를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창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