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속 HERI
신고리 꼭 알아야 할 쟁점-‘핵발전과 공론화’ 전문가 대담
서균렬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vs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참여단의 종합토론회(13~15일)를 앞두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최한 두 번째 전문가 대담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렸다. 건설 재개를 주장하는 서균렬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서)와 중단을 주장하는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이하 윤)가 만났다. 두 전문가는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와 핵발전소의 기술적 쟁점을 두고는 견해가 갈렸다. 대담 사회는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이하 사회)이 맡았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과 교수(오른쪽)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왼쪽)가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에서 `신고리 원전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대담을 하기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과 교수(오른쪽)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왼쪽)가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에서 `신고리 원전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대담을 하기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회 전력수급 문제를 두고 입장이 엇갈린다. 한국의 전력은 충분한가? 전력 예비율은 어느 수준이 적당할까?

 전력수요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과다하게 예측됐다. 추세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초로 전력수요 증가 전망을 세운 뒤 늘어나는 수요를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면서 대규모 전원인 석탄, 원자력을 확대하는 방식을 택했다. 8차 계획을 보면 7차에 비해 11.3기가와트(GW)나 줄었다. 경제성장률도 3%를 넘기 어려워 전력수요가 많이 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가동에 들어간 신고리 3호기와 곧 가동될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까지 포함하면 전력 공급이 너무 과다하다. 예비율도 마찬가지다. 예비율이 과다하면 수요관리에 소홀하게 된다. 독일, 스웨덴 등 유럽연합(EU)은 수요 자체를 줄이는 걸 중시한다. 그다음, 필요한 에너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서 메운다.

 전력수급계획이 과다하게 예측됐다는 지적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한국은 독일 못지않게 전력 소비량이 많다. 국민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현실로 다가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급 위주로 생각했던 것만큼 수요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지능형으로 가기 때문이다.

우리의 원전과 석탄은 저렴하다. 미국의 절반 이하다. 발전소 짓는 기술이 우수한 요인도 있고, 세제 혜택도 무시할 수 없다. 보조가 없었다면 비싸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를 20%까지 끌어올리려면 초기 투자 등에 지원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원전이 버팀목이 돼야 한다. 또한 신재생에너지가 잘 될지 안 될지 모른다. 왜 미국이 다시 원전을 할까도 생각해봐야 한다.

안전이 문제라면 덜 안전한 고리 2·3호기를 줄여도 원전 개수는 똑같다. 한국은 아직 미국, 러시아, 일본 같은 원전 사고는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나라들조차도 아직 원전을 못 놓고 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전력수요·예비율 모두 과다예측
수요 먼저 줄이기 중시해야

미, 원전보다 신재생이 더 저렴
한국 원전 값싼 건 정책금융 탓

한 부지에 원전 10개 말도 안돼
인근에 380만 주민·핵심경제시설
자칫 사고나면 결과는 치명적

 이들 나라의 발전 시장은 우리와 다르다. 미국은 이미 원전 비중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더 높다. 캘리포니아는 2012년에 그리드 패리티(신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점)에 도달했다. 원전보다 재생가능에너지가 더 싸다. 얼마 전 서머 2·3호기 건설이 중단됐다. 5조3000억원이나 들어갔는데도 앞으로 들어갈 비용이 더 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핵발전 비용이) 계속 늘어날 일만 남았다. 내후년까지 1400메가와트(㎿)급 원전 3기가 더 가동에 들어간다. 올해만 해도 (전력 공급 여력이) 많이 남는다. 예비율도 6차까지는 15%였는데, 7차 때부터 22%로 높였다. 대부분 국가의 예비율은 15% 정도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서 수요와 공급을 잘 조절할 수 있다. 또 전기요금을 시간제별로 차등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면 비싼 시간대엔 알아서 사용을 줄이게 된다. 원전 사고가 나면 안전 규제가 강화되고 더 많은 부품, 설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더 큰 비용이 든다. 한국은 정책금융 때문에 생기는 가격 경쟁력이지, 기술적 경쟁력이라 보기 어렵다.

 한국의 원전 기술력은 우수하다. 한국의 유럽 수출형 원전인 ‘유럽연합 에이피아르’(EU APR)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다. 탈원전을 선언하면 원전 인력이 사라진다. 미국, 프랑스는 자국 인력이 없어서 뒤처졌다. 적어도 그렇게 되기 전에 현재 인력을 유지하면 좋겠다. 발전소가 내일 당장 문을 닫는 게 아니지 않은가.

사회 안전성 문제로 넘어가자. 신고리 5·6호기는 안전한가?

 원천기술은 여전히 미국에 있다. 유럽사업자요건 심사를 통과했지만, 문제는 유럽연합 에이피아르는 격납용기가 2겹이고 우리는 1겹이다. (유럽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성을 강화한 건데, 우리는 단일 격납고로 짓는다. 또한 한 부지에 (핵발전소가) 10기 들어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근에 380만여명이 산다. 신고리 5·6호기는 노심이 녹을 때 그 물질을 수집하는 기능을 가진 설비, 즉 코어캐처도 없다.

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인근 지역에 활성단층 60여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때 이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없었다. 울산 등 30㎞ 안에 있는 핵심 경제 시설도 사고가 나면 다 문 닫아야 한다. 단순히 원전 두 기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해 복구 비용이 215조원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서균렬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재생에너지 잘될지 불확실
경쟁력 생길때까지 원전 필요

안전이 문제라면 5·6호기 대신
덜 안전한 2·3호기를 줄여야

탈원전 선언하면 우리기술 사라져
지질적으로 지진 안전지대는 없고
신재생에너지로는 큰공장 못돌려

 코어캐처는 원자로에 구멍이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받아내는 거다. 우리는 나오기 전에 식도록 물로 채운다. 이중으로 하면 너무 비싸진다. 독일도 이중으로 했다가 너무 비싸서 결국 안 지었다. 또한 우리 같은 대형 건식 격납건물이 터진 적이 없다. 유럽에 수출하는 원전을 다르게 만든 것은 해당 국가 규제를 맞추기 위함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도쿄전력이 방벽을 충분히 높게 쌓지 않아서 생긴 사고다. 지진, 해일 때문이 아니라 인재라고 결론 내렸다. 원전 잘못이 아니라 도쿄전력의 잘못이다. 지질학적으로 지진에서 안전한 지대는 없다. 안전 기준은 철학의 문제다. 나라별로 충분히 안전하게 하면 된다.

윤 원자력 안전은 신화다. 당초에 해일이 와서 침수될 거란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대비하지 않았다. 기술이 완벽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건 사람이다. 조작 실수나 판단 착오가 개입할 수 있다. 이 개입이 가져오는 결과가 지나치게 치명적이라는 게 다른 발전과 차이다. 체르노빌 사고는 1986년에 발생했는데 아직도 30㎞ 이내에 사람이 살 수 없다.

사회 핵발전은 대체가 가능한가? 신재생에너지의 현주소와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과거 신재생에너지 예산을 확 늘렸던 거로 기억한다. 하지만 원상복귀됐다.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시장에서 증명이 되고 있다. 전세계 신규 발전 시설의 62%, 투자비의 63.5%가 재생에너지다. 투자비 가운데 태양광, 풍력이 90.5%를 차지한다. 일자리도 더 많이 만들어낸다. 독일 원전 비중이 30%였을 때 일자리 수가 3만개였지만, 현재 30% 정도인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서는 36만명 넘게 고용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가정집에는 적합할 수 있다. 하지만 포항제철, 현대차, 삼성에스디아이(SDI) 등은 24시간 가동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100% 충당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포항제철을 어떻게 태양광으로 운영하나.

 세계적인 변화를 봐야 한다.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발전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베엠베(BMW), 지엠(GM) 등은 2025∼2030년까지 생산 및 유통에 필요한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하겠다고 한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도 마찬가지다. 이들 111개 기업이 다 세계적인 기업이다. 이 가운데는 중화학 산업체도 있다. 원전을 유지하는 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위축될 거다.

사회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20% 수준으로 올리는 것에 찬성한다. 다만 신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이 생겨서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차악으로라도 원전을 버팀목으로 쓰자는 얘기다. (다리 역할로 언급되는) 액화천연가스(LNG)는 수입을 해야 한다.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메탄도 나오고 가격도 비싸다.

 앞으로 60년 동안 같이 가게 돼 있다. 2030년까지 설계 수명을 다하는 원전을 폐로해도 15개가 남는다. 엘엔지는 원전보다는 덜 위험하니까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전까지) 쓰자는 거다. 에너지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며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선회해야 한다.

정리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기획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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