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소득주도 성장론의 좌표와 쟁점: 소득주도 성장의 경제, 사회정책적 논의’ 좌담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번 좌담회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협동조합,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공동 주최로 열렸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소득주도 성장론의 좌표와 쟁점: 소득주도 성장의 경제, 사회정책적 논의’ 좌담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번 좌담회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협동조합,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공동 주최로 열렸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와 함께 지난 11일 엥겔베르트 슈토크하머 영국 킹스턴대 교수와 외즐렘 오나란 영국 그리니치대 교수,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차장 정책특보를 초청해 ‘소득주도 성장론의 좌표와 쟁점: 소득주도 성장의 경제·사회정책적 논의’ 좌담회를 열었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개념이다. 스톡해머 교수 등은 ’소득주도 성장론’에 큰 영향을 준 ‘임금주도 성장론’을 강조해온 경제학자들이다. 이날 좌담은 최영준 연세대 교수(행정학)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정혜주 고려대 교수(보건정책관리학), 주상영 건국대 교수(경제학),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 등이 전문가 패널로 참석했다.

최영준(이하 최) 각자 자기소개 하면서 시작하면 어떨까.

김연명(이하 김) 중앙대에서 사회정책을 연구한다. 한국 사회에서 소득주도 성장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주상영(이하 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다. 다 정책 전문가이시겠지만 저는 좀 다를 수 있겠다. 배우는 입장에서 질문하겠다.

정혜주(이하 정) 고려대에서 노동정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공부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모를 수도 있으니까 가능하면 쉬운 말로 하면 좋겠다. 먼저 두 학자가 소득주도 성장을 연구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다.

외즐렘 오나란(이하 오나란) 터키 출신이다. 경제발전사를 공부하다 한국이 터키와 대조되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임을 알게 되었다. 1950년대 한국의 GDP는 터키보다 낮았는데 내가 한국을 공부하기 시작한 1990년대에는 터키의 3배 이상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궁금해졌고, 한국의 70~80년대 경제성장과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 이 성장이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떨지 궁금했다. 한국과 터키의 가장 큰 차이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임금소득의 증대 여부다. 1970~80년대 터키의 노동소득 비율(노동소득분배율)이 굉장히 낮아졌다. 그런데 한국은 7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 경제발전과 함께 노동소득이 늘었다. 이것이 한국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성장 모델도 계속되지는 않았다. 경제 위기를 맞으며 이후 한국도 임금소득 비율이 낮아지는 등 신자유주의적으로 개편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은 심한 불평등이 존재하는 나라다. 내 연구의 문제의식은 “불평등이 전체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된다”는 논리에 저항하는 것이다. 평등한 성장은 가능하고, 결국 사회통합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증명하는 실제 사례도 많다.

엥겔베르트 슈토크하머(이하 슈토크하머) 소득주도 성장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실증적, 이론적 측면에서 모두 이유가 있다. 이론적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소득주도 성장의 개념은 주류 경제학 모델과는 많이 다른데, 케인즈주의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반면 주류경제는 신자유주의 이론에 뿌리를 둔다. 이 이론이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정책을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줬고, 결국 유럽 노동시장의 탈규제화를 정당화하는 데 쓰였다. 기본 가정은, 임금을 낮추면 고용이 창출되고 실업률이 낮아진다는 것.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 시기 유럽을 보면, 임금은 낮아졌으나 실업률은 올라갔다. 신자유주의 이론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이런 잘못된 이론을 바탕으로 IMF 등에서 많은 제도가 나왔다. 이런 사례들과 이론의 불일치를 보며 새로운 경제 모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경제 이론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높은 임금은 좋지 않다고 한다. 고용률이 낮아지고, 투자도 축소된다는 것이다. 경제의 독이라는 식이다. 임금을 높여야 한다고 하면 일단 의문을 품고 본다. 기업 경쟁력을 낮춘다, 결국 실업률이 올라간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이때 케인즈 경제학은 이미 이 시기에 임금이 경제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임금이 낮아지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주류 경제학 이론의 기본적 전제가 틀렸음을 증명하는 사례를 목격하며 관심을 갖게 되었다.

 G20(주요 20개국) 미팅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소개하고 논의를 이끌었다고 들었다. 거기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나?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윤주도 성장에 더 관심을 보일 거라고 생각하고, 특히 1990년대에는 더욱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시기부터 연구를 해온 사람으로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나.

와즐렘 오나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와즐렘 오나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나란 흥미로운 주제다. 1997~1999년에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ILO(국제노동기구)에서 내가 발표한 연구서가 그 질문에 답할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한국을 포함한 G20 국가, 각종 국제기구 등 세계가 주목하고 있던 것은 최하위 소득 군의 생활 수준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시기에 발표된 이 보고서가 ILO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매년 발행하는 연차보고서에도 이 내용이 들어갔다. 이 내용을 보고 국제노동조합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노동조합은 노동환경을 좋게 하는 게 목표니까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주목한 것은, 평등함이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사회적 가치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전체 시장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에 주목했다. 그래서 이 내용을 국제노동조합이 G20에 목소리를 내는 통로인 L20(Labour20)에도 포함시켰다. 이때가 2014년 호주에서 열린 G20이다. 우리가 가장 강조한 것은 소득증대가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득증대를 통해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만으로는 전체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적어도 G20 국가가 원하는 정도의 경제 효과를 미치기 위해서는 말이다. 경제에 실제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소득주도로부터 시작해서 공공투자 및 사회보장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G20 미팅에서도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치는 영향이 크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두 축을 강조한다. 소득을 올려서 수요를 촉진하는 것이 한 축이라면, 그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다른 한 축이다. 소득을 올리는 것, 그래서 수요가 늘고 투자가 확대되는 것은 단기간에도 영향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영향을 장기간의 경제성장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공공투자가 필수다. 공공투자의 확대는 결국 민간투자의 확대로도 이어진다. 민간투자가 확대되면 결국 일반 경제에도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민간의 임금소득이 높아져 생긴 수요 증대, 이를 뒷받침하는 공공투자라는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간다면 효과는 훨씬 크다. 국제노동조합도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라고 판단했고, 미디어도 이 내용에 주목했다.

당시의 G20 보도에서도 이 내용이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임금을 올리면 수출에 악영향이 있지 않겠나 하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소득이 올라가면 내수가 촉진되고, 민간투자도 결국 활성화되고, 말했듯 공공투자와 함께 가면 더 빨리 투자가 확산된다. 전체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이를 촉진하는 공공정책도 함께 가면 훨씬 더 효과는 커진다. 정부가 우려하는 수출 저하 등은 G20 경제에는 아주 미미한 영향만 미칠 것이다. 이 내용을 가장 잘 이해하고 보도한 곳이 <파이낸셜타임즈>다. 이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본이 승리했다. 그러나 아주 공허한 승리일 뿐이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이윤주도 성장으로 자본은 이득을 보는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전체 경제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결국은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다.

 근본적 질문일 수 있겠는데,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비판자들은 소득주도 성장은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답하겠는가?

오나란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임금 수준을 올리고, 그래서 소비가 진작되고 결국 투자도 늘어난다고 하는 논리가 단기적 영향으로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장기적 관점을 간과한다고 말한다면 옳지 않다. 장기적 영향을 아주 중요하게 본다. 장기적 경제 선순환을 위해서는 결국 생산성 향상이 관건이다. 그렇다면 묻겠다. 무엇이 생산성을 올리나? 우리의 실증연구에 따르면 높은 생산성을 일으키는 4가지 요인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당연히,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낮은 임금이 결코 생산성을 전체적으로 올리거나 노동자 개인의 능력, 생산력을 올리지도 않는다. 당연히 그 반대다. 임금이 적정 수준으로 계속해서 올라갈 때 새로운 기술을 열정적으로 습득하고, 자기 일에서 창조적으로 하려고 하는 동기가 생긴다. 두 번째 중요한 것은 수요다. 수요가 충분해야 세 번째 요소, 투자도 늘어난다. 투자가 없으면 경제가 둔화하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투자는 당연히 수요가 있다고 생각해야 늘고, 수요는 임금이 충분할 때 일어날 수 있다. 네 번째는 산업 정책과 정부의 투자다. 이 네 가지는 각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맞물려 가는 것이다. 한국은 이를 배우기 가장 좋은 사례였다. 특히 네 번째 요소에서. 그런데 한국도 지금 위기다. 소득에서 노동소득 비율이 낮아지고 있고, 임금은 적절히 오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소비도 둔화하며 수요가 적어지고, 그러니까 투자도 줄고 있다. 한국 경제를 발전시킨 좋은 연결성이 끊어진 것이다. 이를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는 이 높은 소득 비율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결국 소득증대는 장기적 경제성장을 일으키는 생산성 증대와 전체 경제 활성화에 꼭 필요하다.

 이 네 가지 요인이 결국 소득주도 성장 관점에 포함된다는 것인가?

오나란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정책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소득증대를 보장하는 노동정책과 그것이 평등한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현명한 공공 투자 정책, 이어지는 민간투자 활성화 등이다.

엥겔베르트 슈토크하머.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엥겔베르트 슈토크하머.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슈토크하머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하게 될 것 같다. 먼저 우리 주장은 ILO에서 발표한 G20에 관한 보고서에 담겼다. 이 안에는 소득이 소비와 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내용도 있지만, 소득증대가 공급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도 썼다. 소득증대는 결국 생산의 증대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소득증대는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고, 단순히 임금을 올리는 것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공급, 금융 모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득주도 성장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주로 두 가지 우려를 말하며 장애가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수출입 균형이 깨진다는 것이다. 임금이 높아지면 결국 수출이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이론적으로는 그 말이 맞다. 그러나 실제로 임금 확대와 수출 저하와 그로 인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각 국가, 시점에 따른 분석이 필요하다. 일반론적으로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수 없다. 일단 한국에서 임금 수준이 높아지면 수출이 악화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내 답은 ‘아니오’다. 무역수지상 한국은 7% 정도 이윤이 있다. 그래서 당장 임금이 올라간다고 해서 바로 압력에 시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여지가 있다. 지금 무역 적자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경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에서 생산성이 가장 떨어지는 산업 분야는 서비스분야다. 이 분야의 생산성은 다른 나라 절반 정도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국가다. 서비스분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의 수요 증대가 필수적이다. 국내 수요를 어떻게 올리나? 답은 소득증대라는 것을 계속 설명했다. 결국 서비스 공급자들, 즉 사용자도 올라간 임금의 도움을 받게 된다.

두 번째 장애 요소로 주로 언급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다. 임금 수준이 높아지면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것은 맞다. 임금이 올라가면 기업은 인건비 지출로 생긴 손실을 메꾸려 가격을 높일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일반론적으로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특정 국가, 시기에 따라 분석하고 고민해야 한다. 한국 상황에서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가계부채 아닌가.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가계부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가계부채가 소득 대비 170% 정도다. 가장 쉽게 해결할 방법이 가계 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생기더라도 가계 소득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생긴 인플레이션이라면 가계부채 문제 해소에는 결국 도움이 된다.

 질문이나 의견 있으면 받겠다.

 거의 동의한다. 소득주도 성장을 단기부양책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전형적인 주류 경제학적 사고라는 데 동의한다. 언급하신 내용 중 케인즈 이론에 따르면 임금 증대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수요,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가 틀렸다는 부분이 중요하겠다. 수요와 공급은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경기침체기에 수요를 진작해서 생산성을 높여 가는 방식이 핵심으로 들린다.

 한 가지 확인하고 싶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한국 주류 경제학이 하는 비판의 핵심은, 소득주도 성장 하나 가지고 장기 경제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은 난센스라는 거다. 오나란 교수님과 다른 분들 글을 읽어 봤더니 임금을 상승시켜서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논리 외에 산업 정책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공공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많이 강조되어 있어서 놀랐다. 그런데 소득주도 성장이 경제성장을 장기적으로 가져온다는 게, 임금상승, 소득증대가 되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아니라 공공투자, 사회정책과 함께 가는 종합적 정책 제안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이해가 맞나? 그렇다면 국내의 소득주도 성장 둘러싼 논쟁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다.

오나란 그렇다. 소득주도 하나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종합적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 투자 모두가 함께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득주도 성장은 결국, 평등 주도성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득주도 성장에 사회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이미 계산했다. 이 질문에 대해서 단답형으로 대답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단답형을 요구한다면 대답은 ‘그렇다’이다.

슈토크하머 나도 ‘예스’(yes)다.

 오나란 교수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노동소득 분배율이 왜 떨어지는가를 연구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을 하는데 노동소득 분배율은 왜 떨어지나를 봤더니, 단순히 경제적인 게 아니라 사회적 영향이 컸다. 그 중 오나란 교수가 특히 주목하는 건 재정지출, 사회 간접자본의 약화 등이다. 이것이 결국 노동자들의 임금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소득분배율 저하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임금을 올리자’는 게 아니고 노동소득 분배율을 떨어뜨리는 구조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포괄적 사회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거기서 나왔다.

김 국내 소득주도 성장 논쟁은 이런 방식이 아니다. 사회정책과 연계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윤이냐 소득이냐를 양 극단에 대립시켜 논쟁이 반복되는데, 사회정책과 종합적으로 이야기되지 않는다. 특히 주류 경제학의 논지가 그렇다. 새 정부는 입장이 다르리라 기대한다.

최 득주도 성장에서 단순히 임금상승을 단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 아니라 평등한 경제성장을 위한 종합적 정책 제안이라고 정리하면 되는 건가?

오나란 그렇다. 핵심 문제의식은 적은 소득이 높은 생산력, 성장으로 이끌고 가지 않는다는 것. 이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G20 국가도 마찬가지다. ‘소득주도 성장이 가능한가’라고 물어도 가능하다고 대답하겠다. 다만 임금을 올리는 것 하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매직 키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투자나 노동규제 등 정책과 함께 가야 한다. 패키지다. 소득 올려서 결국 사회 지출을 줄이자는 게 아니다. 평등 주도적 성장이라는 말을 쓰기를 더 선호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사회복지, 보장도 함께 늘어야 한다. 특히, 사회 인프라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G20 회의에서도 이미 이 내용은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고, 나를 포함한 소득주도 성장론자들이 장기적 관점을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대목 중 하나다.

 다음 질문이다. 지금까지 논의에서 어느 정도 나온 것 같다. 노동 유연성 확대 움직임을 규제하는 것도 쟁점 중 하나다. 그래서 국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선 분배, 분배, 재분배에 대한 논쟁이 있다. 이를테면, 새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간접고용 등의 문제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런 조치가 기업 경쟁력을 약화한다며 반발한다. 이 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가가 소득의 분배 과정에 끼어들면 결국 자연스러운 선분배, 분배, 재분배 사이에 긴장이나 갈등이 있다고 생각하나?

슈토크하머 이것도 예, 아니오로 대답해야 하나? 그렇다면 ‘아니다’다. 진보적인 사회정책을 추진하는 데 임금상승, 노동시장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부라면 밀고 나가면 된다. 선분배와 분배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20~30년간 소득 분배의 큰 변화를 보면 정부의 영향이 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노동과 자본의 관계, 금융화, 세계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컸다. 시장에 분배의 모든 과정이 맡겨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 국제적인 금융의 흐름이 가능하게 했지 않은가. 이 과정에서 소득분배율도 영향을 받았고, 결국 정부 정책의 영향이 있었다. 없다고 할 수 있나? 그렇다고 해서 소득 분배를 또 전적으로 정부의 영역이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규제를 피해 공장을 임금이 싼 곳으로 옮기는 등 기업의 선택도 컸고, 이윤 추구의 기반을 생산에서 금융으로 옮기기도 했다. 정부보다 더 큰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의 영향이 하나도 없었냐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정부의 사회보장지출만 봐도 분배 과정에 정부의 영향이 크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선분배, 분배, 재분배 간의 갈등이 아니라 원래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선택이 함께 분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실증적으로 본다면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래서 분배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일반적으로는 사회보장 지출을 늘리자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론의 핵심은, 노동시장에서 소득 분배가 계속 불평등해서 생기는 분배의 불균형을 언제까지 정책적인 지출로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 제기다. 이런 방식은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정책적 부담만 가중된다. 또 정치적 역작용을 받기에 딱 좋다. 왜 일 안 하는 사람들 돈 주나 하는 공격을 받기에 딱 좋다. 대표적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에서 불평등 지수가 올라간 이유를 분석해보니, 결국 노동시장에서의 소득 분배가 낮아진 때문이었다. 소득주도 성장은, 노동시장을 정상화해서 임금을 적절한 수준으로 보장하고, 그 이후에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한 재분배를 통해 불평등을 안정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중요하다. 또 한국은 분배와 재분배의 차이도 크지 않다. 소득 분배 악화의 기본적 원인은 노동시장에서 생긴다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말씀이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소득주도 성장과 포용성장은 어떻게 다른가?

슈토크하머 좋은 질문이다.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먼저 말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성장은 다른 말로 불평등 주도 성장, 이윤주도 성장이다. 물론 낙수효과를 말한다. 지금은 불평등이 좀 있어도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의 효과가 모두에게 미치므로 괜찮다는 논리다. 신자유주의를 따르게 만드는 전략일 뿐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이 주장이 틀렸다는 데서 시작한다. 신자유주의적 경제, 사회 환경에서 “이윤 중심으로 성장한 경제의 혜택은 결국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신자유주의가 어느 정도 성장을 가져온 것도 맞다. 그러나 이 성장은 높은 가계부채, 금융화다. 이를 가능하게 한 규제 완화도 물론이다. 신자유주의적 성장은 실질적이고 물질적인 투자가 아니라 금융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앵글로색슨적인 금융주도 성장을 보자. 빚과 금융의 이윤을 기반으로 생겨난 성장이다. 성장했다고 말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것은 높은 가계 및 금융부채다. 소득주도 성장은 수요를 늘려가면서 건강한 경제성장을 유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신자유주의적 수출 모델도 보자. 국내외의 희생을 바탕으로 생겨난 수출 균형일 뿐이다. 예로 일본 경제성장 모델을 보자. 수출 확대를 위해 금융 자유화나 노동 유연화로 내수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수출입 균형은 이렇게 맞춰졌다. 또,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의 사례를 보자. 독일이 수출로 많은 이윤을 내면서 그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었고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이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다. 결국에는 다 경제 위기로 이어졌다.

이뿐 아니라, 이게 정말 신자유주의 이론과 맞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잘 알려졌듯, 신자유주의 논리는 규제가 완화되면 투자가 활발해져 결국 전체 경제가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낙수효과가 미쳐 결국엔 임금도 올라가고 국내외 희생도 줄어든다는 것인데 과연 그렇게 되었나. 그렇지 않다. 독일, 일본과 같이 성공한 사례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희생이 해소되는 낙수효과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론 자체가 틀린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이러한 이론적, 경험적 실패에 대한 아주 명확한 대안 경제다. 경제를 제대로 성장시키자는 거다. 간단하다. 사람들이 소비해야 한다. 이 소비를 촉진하는 데 가계부채를 지는 불건전한 방법이 아니라 소비능력 자체를 키우고 수요를 확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연히 좋은 임금이 필요하다. 포용성장과의 차이는 여기서 나온다. 포용성장은 수요 확대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임금 수준 올리자는 이야기가 없다. 사용자 친화적인 입장이다. 불평등, 삶의 질까지 이야기하면서도 임금에 대해서, 노동조합에 대해서, 사회협상력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이론이다. 구조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1차 노동자들이 가진 혜택을 그보다 아래 계급의 노동자들에게 풀어주면서 문제가 다 해결된 듯 좋은 노래를 반복해 부르는 거다. 불평등이 생겨나는 구조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 없는 논리다.

오나란 덧붙이자면, 평등 주도발전, 개발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가장 아래 계층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중간층 등 보다 위 계층에 대한 분배도 중요하다. 포용성장은 주로 가장 밑바닥 소득 군을 끌어올리는 것만을 이야기하는데, 일반적 사람들의 소득 수준을 올리는 것도 구조를 바꿔야 가능하기에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구조를 바꾸는 정책 결정에 시민의 목소리는 어떻게 들어가나? 노동분배율이 감소하는데 왜 일하는 우리는 구조적 문제를 제기할 수 없나? 이게 소득주도 성장이 가진 문제의식이다. 포용성장과는 이 부분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물론 포용성장도 지금까지 IMF나 OECD가 취해왔던 입장에 비하면 매우 진보했다. 불평등이 성장에 절대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화, 금융화는 어쩔 수 없는 추세고, 노동소득분배율의 저하는 기술 발전의 영향이라 어쩔 수 없다는 논리가 건재하다.

소득주도 성장은 이에 도전한다. ‘가장 밑바닥 소득군이라도 돕자’가 아니다. 소득분배율을 근본적으로 높이고, 그게 가능하도록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최근 INET(institute of new economic thinking)을 통해 발표한 연구 결과가 있는데, 노조 조직률, 사회지출 증대, 최저임금, 성별 간 임금 격차 해소에 정부의 정책 참여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 손에 달려있다고 믿는 것이 소득주도 성장, 평등 주도성장의 논지다. 이렇게 발언권을 갖고 목소리를 내고, 조직된 힘을 만들 사회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임금이 필수적이고, 이를 지지하는 정부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결국 이것이 전체 사회의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한다는 논지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제기가 포용성장에는 없다.

 첨언하자면 IMF나 OECD도 포용성장에 대한 통일된 입장은 없다. 다만 분배를 부차적인 문제로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성장이 되면 분배는 자연스레 된다고 믿었으니 분배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는데, 이제 분배도 신경 쓰자.’ 소득주도 성장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렇기에 분배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더라도 실제 내놓는 정책은 사용자 중심이다. 경제활동, 투자 촉진한다, 그래서 구조조정도 결국은 불평등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주장까지도 있다. 불평등에 대해 알고는 있다고 해도 실제 정책을 보면 예전 한국의 실수를 반복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소득주도 성장론자들이 항상 강조하는 것은, 포용성장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속지 말자는 말이다.

 한국에선 여전히 혼란이 있다. 포용적 성장이라는 말은, 말 자체 때문에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반면에 소득주도 성장은 진보적인 메시지, 즉 재분배도 중요하지만 분배도 중요하다는 논지다. 오늘 두 분 교수님 말씀을 들으니 포용성장이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차이점을 한국의 논쟁에서 정확히 할 필요가 있겠다.

 소득주도 성장에서는 임금 자체와 노동 소득 분배를 늘리는 것, 소득 내 불평등을 줄이는 것을 중요시한다. 우리나라는 사회지출이 덜 강조되는 나라다. 유럽은 이미 사회지출이 GDP의 2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 늘릴 여력이 없지만 우리나라는 GDP 대비 10%밖에 안 되니 사회지출을 늘릴 수 있다. 한국의 상황에서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받아들이되 국내에 적용할 때는 재분배가 보다 강조될 필요가 있겠다.

오나란 그럴 수 있겠다. 소득주도 성장론도 공공지출을 강조한다. 전체적으로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 도입이 중요하다. 노동의 자본에 대한 협상력이 낮아지면 노동친화 정책이 축소된다. 이렇게 되면 사회보장을 위한 공공지출도 준다. 보건, 교육, 주거를 위한 공공지출이 그 예다. 이들이 줄면 사람들의 삶이 불안정해진다. 공공지출이 이를 탄탄히 받쳐주면 새로운 경제적 활력이 생길 것이다. 재분배 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불평등이 심할수록 소득 상위 계층은 미디어나 정책입안자를 매수해 평등을 추구하는 정책이 입안되지 않도록 방해할 것이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시민들의 자본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소득증대는 그 자체로 좋은 정책이지만, 소득주도 성장론의 전부가 아닌 한 축이다. 그러나 아주 중요하다. 공공지출과 사회보장이 중요하다고 계속 말했는데, 이때 세수를 늘리는 방법도 결국 소득증대다. 누진세도 도입해야 한다. 소득 상위 계층과 자본 소득에 높은 세율이, 노동소득에는 낮은 세율이 책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노동소득에 대한 세율은 늘고 자본 소득에 대한 세율은 줄었다. 이런 상황을 바꾸자는 거다.

또 재분배 정책이나 누진세 도입이 중요한 이유는, 노동자에게 소득이 돌아가는 것이 결국 국가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세전 소득을 기준으로 말하면, 한국의 경우 자본 소득에 높은 세율을 부과하고 노동소득에 낮은 세율을 부과할 때 더 많은 세수도 창출된다. 한국뿐 아니다. 최근 15개의 EU(유럽연합)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험해보니 이러한 세제를 적용하면 더 많은 세수 확보가 가능하고, 국가 경제 성장률도 높아졌다. 재분배 정책은 불평등 완화뿐 아니라 더 많은 일자리 창출, 전체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오나란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국내 소득주도 성장 논쟁을 돌아봤다. 기본적 이해 자체가 협소해 공허한 논쟁이 반복된다고 생각된다. 노동시장의 분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제, 사회, 노동을 둘러싼 정책이 중요하다는 뜻인데 이해 자체가 부족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단순히 소득을 올려서 수요를 증가시키면 그게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여러 경제사회정책을 보면 현금수당, 기초연금, 아동수당 확대가 있고, 공공 부분의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여 총 고용량의 3%, 즉 81만개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등 노동자들의 교섭력을 높이는 정책이 있다. 나는 정책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했는데, 정책 흐름이 두 교수님의 제안과 거의 동일하다고 본다. 한국에서 소득주도 성장이 이야기될 때 단순히 임금 올리자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복합적 정책이 함께 가는 경제성장 모델로 이야기될 필요가 있겠다.

 소득주도 성장은 근본적으로 수요주도성장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히 임금 올리면 다 해결된다는 논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이해해야 한다. 케인즈적인 재정 확장과 함께 가야 수요와 투자의 확대 등과 함께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효과가 커질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재정을 확대할 것인가? 두 교수가 언급한 누진세, 증세가 함께 추진되어야 효과가 클 것이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오나란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회보장의 재분배 효과만이 아니다. 지금 현재 노동자들의 경우 교섭력이 약하다. 사회보장지출이 늘어나게 되면 일반적으로 노동자의 교섭력이 올라가며 협상에서 유리한 지점을 확보할 수 있다. 조세 문제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조세 정책을 편다면 최상위층이 정치를 포획하는 경향이 줄어들 수 있다. 이렇게 정책에도 효과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점이 중요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계층별 협상력의 균형을 맞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말씀하신 4가지를 요약하자면, 첫 번째는 재분배를 통한 평등의 증가이다. 두 번째는 노동자의 협상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본에 의해 국가 권력이 포획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재분배를 통해 자본의 독점을 줄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재정 확보를 위해 누진세 도입, 법인세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한국에 지니는 함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 국가에는 소득주도 성장이 효과가 없는 거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도입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오나란 몇 가지 숫자를 제시하고 싶다. 한국은 수출 중심 경제일 뿐만 아니라 기술도 발달한 국가이다. 한국은 노동 집약 생산품을 수출하는 국가가 아니다. 임금상승은 수출품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치겠지만 중국, 인도, 멕시코, 터키 등의 노동 집약 생산품을 수출하는 국가들과 달리 한국이 수출하는 상품은 노동 기반 상품이 아니다. 기술 집약적 상품이기 때문에 대체될 가능성도 적고, 실제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 한국은 독일과 비슷한 수출 모델인데, 임금이 상승할 경우 당연히 수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겠지만 그에 수반하는 다른 긍정적인 영향에 비하면 그 영향은 매우 적다. 임금이 늘어나면 가계 구매력이 향상될 것이고 투자도 늘어날 것이다. 국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정부 투자가 늘어나면 민간투자도 늘어난다. 저임금 정책으로는 이런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소득증대는 생산성 증대와도 연결된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임금상승으로 인해 한국이 얻는 손해는 내부 수요 증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으로 상쇄될 것이다. 한국이 수출 중심의 경제일지라도 경제 구조 개편을 한다면, 한국에는 이득이 될 것이다. 한국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은 이미 G20에 속하는 경제 대국이며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노동소득 분배율을 올림으로써 경제와 사회 성장에 이익을 볼 수 있는 나라다. 향후 5년간 모든 G20 국가에서 공공 투자 정책의 도입과 함께 GDP 대비 노동 임금이 5% 증가한다면 한국은 가장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한국의 수출 대상국들의 경제가 성장할 경우 한국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은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이 한국의 정책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도 한국은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임금을 줄이는 것은 개별 기업에는 이득일 수 있다. 하지만 국가 또는 세계 차원에서 봤을 때는 이득이 아닐 수 있다. 임금을 다들 줄이면 누가 소비를 할 것인가? 만약 모든 국가가 임금을 줄이면 이득을 얻는 나라는 없다. 모든 국가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것이다. 세계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모든 국가가 임금을 줄여서 전체적으로 소비력을 잃으면 경제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 한국은 소득주도 성장을 리드할 정도로 큰 국가다.

 소득주도 성장에서 문제가 되는 건 수출의 절대량이 아니라 순수출이다. 한국의 수출은 GDP의 40%를 차지한다. 소득분배율이 떨어지면 수출은 늘겠지만 소비가 줄고 수입도 감소한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기는데 이건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가 과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가? 한 국가의 순수출은 타 국가의 순수입을 의미하는데 이게 과연 옳은 것인가? 전 지구적으로 공존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수출 주도 경제를 바꾸기 어렵다 보니 내수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내수를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진보 진영 내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나는 사회정책 전문가로서 그 지점에서 이야기하겠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회지출을 늘리려고 소득주도 성장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에서는 공공인프라 투자를 강조하는데 인프라 투자의 경우 물리적 인프라 구축과 소셜 인프라 구축 이렇게 두 가지가 있지 않나. 전자는 도로, 항만 등을 건설하는 거고, 후자는 병원, 보육시설 등을 설립해서 고용을 늘린다는 거 같은데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공공 고용 확대와 비슷해 보인다. 소셜 인프라 확대와 소득주도 성장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오나란 사실 이런 정책은 영국 노동당이 취하는 정책과 동일하다. 공공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는 소득주도 성장을 통한 고용 확대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교육, 보건, 보육 부분의 사회지출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물리적인 인프라가 아니라 사회의 장기 생산성을 고려한 매우 중요한 소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교통, 통신, 에너지 등의 인프라만큼이나 이런 식의 소셜 인프라가 중요하다. 소셜 인프라를 구축하면 개인은 소득이 증대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기업은 인건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평등 주도 성장이라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평등 주도 성장은 노동과 자본의 평등, 빈부 격차 해소, 성별 간 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중 젠더 문제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얘기하자면 젠더 불평등은 소득에 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인력 활용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성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료로 돌봄 노동을 행하고 있는데 사실 이러한 돌봄 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큰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가 부담할 영역이기도 하다. 이를 국가의 사회서비스 영역으로 확대해서 경제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남자의 임금을 낮추어 평등해지자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했던 영역에 대한 보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역을 국가가 제공하는 직업 영역으로 가져오면 또다시 어느 정도 성별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보육, 보건, 교육 분야는 여성의 고용률이 높다. 이 분야에 대한 공적 고용을 확대하면 여성의 고용률이 올라갈 것이다. 현재는 주로 여성들이 가정 내에서 아이와 노인을 돌보기 때문에 노동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발생한다. 또한, 세계은행의 연구를 보면 여성의 소득이 늘어나면 자녀, 배우자와 같은 가족에 대한 영양, 보건, 교육의 지출이 늘어난다.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여자의 임금을 향상하는 것은 사회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이를 페미니즘의 상징색인 보라색에서 따와서 ‘퍼플 인베스트먼트’ 라고도 한다.

 제시한 성장 방식은 지출을 수반하기 때문에 여러 비판이 있다. 재정 건전성이 매우 중시되는 한국의 경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득주도 성장의 성공을 위해 어느 정도 재정 적자를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설득하기 쉽지 않다.

슈토크하머 신자유주의는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고, 신자유주의 그 자체에도 좋지 않다. 전체 경제 위기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부채 기반 성장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도래한 이후 여러 나라가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하며 새로운 성장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문제를 해결한 것도 아니다. 이제 국가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할 때다. 임금상승, 노동시장 규제 등이 필요하다. 한국 내에서 소득주도 성장 논쟁이 협소하게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GDP 대비 노동소득 비율 증가, 법인세 인상, 소득세 감소 등 우리가 언급한 정책을 시행하면 성장할 수 있다.

오나란 해당 예산 정책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세세히 살펴보고 논쟁할 필요가 있다. 소득 분배, 진보적인 세금정책, 사회지출이 증가했을 때 정부 지출이 늘어나더라도 결국 예산 균형이 높아질 확률이 높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세입도 같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원한다면 앞서 언급한 ‘퍼플 인베스트먼트’ 등이 필요하다. 완전고용과 지속가능 성장을 도모하면 결국 세수도 늘어난다는 실증 연구가 많다.

정리 송진영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so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