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속 HERI
발달장애인 연주단 <드림위드 앙상블>의 하루
장애인과 가족이 미래를 꿈꾸는 사회적협동조합
“부모가 없어도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드림위드 앙상블> 공연 모습.                                                               사진 김하늘 씨 엄마 이월순 씨 제공
<드림위드 앙상블> 공연 모습. 사진 김하늘 씨 엄마 이월순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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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10주년을 맞아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변화를 살펴보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새로운 시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걸음’ 등 다양한 의미가 조명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경제활동도 가능하고, 조직 구성원의 참여가 중시되는 특성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발달장애인 연주자들의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위드 앙상블>이다. 지난 16일 ‘광명 사회적경제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연주자와 가족의 하루를 취재했다 (편집자)

발달장애인 아들 재능 키워주려 어디든 다닌 10년…“아플 틈도 없었다”

“10년 동안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둘이 함께 아프네요.” 은성호씨의 엄마 손민서씨는 말한다. 성호씨는 서번트증후군(자폐증 등 뇌기능장애를 가진 사람이 특정 분야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것)을 앓는 발달장애인이자, <드림위드 앙상블> 수석 단원이다. 민서 씨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10년 전부터 아들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연습, 공연이 가능하면 무릎 관절이 다 나가도록 어디든 다니면서 정신력으로 버텼는데…한계가 왔나 봐요."

공연 준비를 하는 은성호 씨와 엄마 손민서 씨. 벽에는 콘서트 포스터가 붙어 있다.
공연 준비를 하는 은성호 씨와 엄마 손민서 씨. 벽에는 콘서트 포스터가 붙어 있다.

부랴부랴 짐을 챙겨 기다리던 차에 탄다. <드림위드 앙상블> 멤버인 민경호와 어머니 최진이씨가 타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가족들은 대부분 승용차를 이용하고, 카풀을 통해 부담을 던다. 합류 2년 차인 경호 엄마는 성호 엄마 같은 ‘선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더 심했죠. 발달장애인을 치워야 할 문제라거나 재능이 있을 리 없다고 봤으니까요. 그런데 재능을 키워 사람답게 살게 하겠다고 애쓴 성호 어머니 같은 분 덕분에 지금은 인식이 훨씬 나아졌죠.” 자연스레 대화는 그간의 설움에 대한 토로로 이어졌다. “수영을 배우려 했는데 강사가 물에 강제로 밀어 넣었다”, “아이들의 돌발 행동이 답답하다며 교사가 손을 묶고 때렸다” 는 등 일반 아동이었다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사례가 줄줄 나온다. “요즘은 덜하다”지만 인간적으로 존중받는 느낌을 갖기엔 아직 멀다고 말한다. “상처를 크게 받아서 일주일간 밥도 먹지 않은 적도 있어요. 아이들도 알건 다 알아요. 자기를 무시하는지, 존중하는지… 단어는 몰라도 뜻은 알아요.”

장애 있어도 ‘프로 음악가’, 끈끈한 관계로 만들어내는 협동의 하모니

공연장에 엄마들이 속속 도착하며 서로들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엄마들 중 막내인 진이씨가 악기를 챙기는 동안 민서씨는 아이들을 챙긴다. 다른 엄마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단원들의 옷매무시를 고치고, 악기 조율을 도우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 진다. 사람들 눈에는 그저 장애인일 뿐이지만 엄마들 눈에는 아이들 성격과 개성이 다 보이는 모양이다. “현준이는 말을 잘하고, 하늘이는 남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려고 해서 스트레스 받는 성격이고, 우진이는 풍채가 부장님 같아서 별명이 부장님이에요, 하하.”

<드림위드 앙상블> 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드림위드 앙상블> 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리허설이 시작되자 엄마들 표정에 긴장감이 돈다. 오늘은 야외무대 공연인게 걱정이다. 감각이 예민한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야외 공연은 불리하다. “아이들이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나 움직임에 시선을 뺏기기 쉽거든요. 가능하면 야외 공연은 안 하려고 하죠.” 짧은 리허설이 끝나자 단원들이 다시 한곳에 모여 지도자 고대인 씨의 조언을 진지하게 듣는다. “아까 실수한 거 알려주시고요, 공연 때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요.” 현준 씨가 설명한다. 리허설 후 잠시 숨을 돌리자 바로 실전이다. “긴장했어요?” “아니요!” “그럼 지금 기분 어때요?” “좋아요!” 단원들은 클라리넷을 가슴에 안고 씩씩하게 무대로 올라간다.

엄마들은 공연이 시작되자 한곳에 모였다. “경기도민 여러분, 이 자리에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또박또박 인사하자 박수가 쏟아진다. “저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대?” “애들이 일취월장이네” 인사가 이어지면서 엄마들 얼굴에 대견함이 깃든다. “시민들을 위해서 더 좋은 연주를 해 나가겠습니다” “돈을 벌어 좋습니다.” 엄마들 얼굴에 웃음이 피어오른다. “종현이 잘한다!”, “소리가 좀 더 커야 하는데…” 엄마들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무대를 바라본다. 하늘씨 어머니 이월순 씨는 벌써 맨 앞자리로 나가 사진을 찍고 있다.

공연을 지켜보는 <드림위드 앙상블> 어머니들.
공연을 지켜보는 <드림위드 앙상블> 어머니들.

공연이 끝났다. 그런데 엄마들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준비했는데 앙코르요청이 나오지 않아서…” 특히 공연 중간에 악기에 문제가 생겼던 종현씨는 감정이 격해졌다. 뜻 모를 말을 반복하며 앉았다 섰다를 계속한다. “괜찮아, 종현아, 잘했어. 오늘 좋았어” 익숙하게 종현 씨를 달래던 현준씨 엄마 이영미 씨가 말한다. “종현이는 화가 나면 이래요. 이 아이들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요. 그걸 저렇게 표현하는 거죠.” 방법이 다를 뿐, 완벽한 공연을 하고 싶은 마음은 같다. 뒷정리가 끝나자 각자 짐을 챙겨 인사하고 헤어진다. “월요일 연습 때 봐요.” 단원들은 물론 동행하는 어머니들까지, 공연과 연습으로 채워지는 일상을 함께하는 동료가 되었다.

장애 가진 자녀 키우며 ‘더 약한 사람들 살피게 된다’는 엄마들

리허설을 살피는 민경호 군 엄마 최진이 씨.
리허설을 살피는 민경호 군 엄마 최진이 씨.
단원들과 엄마들 대부분은 가방에 세월호 배지를 달고 있다. 엄마들은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며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더 커졌다”고 말한다. “강남에서 나고 자랐다”는 진이 씨는 “경호 덕분에 부모와 자식 관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경호는 둘째예요. 큰 애 키울 때는 과외, 학원 돌리는 ‘강남 엄마’였죠. 그게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경호 키우면서 내 생각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경호가 첫째였다면 큰애에게도 더 잘했을 것 같아요.” 하늘 씨 엄마 월순 씨도 “예전에도 제가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하늘이를 키우다 보니 그 마음이 더 커졌어요. 우리 아이 보다 장애가 심하거나 힘든 사람들 보면 돕게 되고…여기엔 자기 애만 챙기는 엄마는 없어요” 하며 활짝 웃었다.

복지재단 ‘졸업’하고 사회적 협동조합 만든 이유

이들은 왜 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을까. 성호 씨를 비롯한 <드림위드 앙상블> 단원들은 사회복지재단인 <하트하트재단>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복지재단을 ‘졸업’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이다. 재단을 통해 지도자인 고대연 씨와 만나고, 공연 기회도 얻었지만 비영리재단 특성상 이들의 공연도 무료 자원봉사 활동만 할 수 있었다. 자립을 꿈꾸는 이들이 언제까지 ‘사회에 참여할 기회’를 갖는데 만족할 수는 없었다. 또 개인 사정으로 잠시 쉬게되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컸다. 경제적, 사회적 안전망을 고민하다 독립을 택한 것이다.

협동조합을 알게 된 것은 그런 고민을 할 무렵이었다. 참여자가 조직의 주인이 되고, 경제활동도 가능한 협동조합은 엄마들이 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여러 가족들이 십시일반 출자금을 냈다. 2015년 성남시 사회적경제 창업팀으로 시작해 그해 8월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고 이듬해 6월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지금은 10대부터 30대까지, 연령과 성별이 다양한 12명의 단원이 활동중이다. 올해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진행한 캠페인 <사회적기업 ○○○을 부탁해!>에 장애인 부문 우수 사회적기업(협동조합)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경제적으로 자립하되 협동의 원칙은 유지하는 조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내가 죽더라도 아이들이 시설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살아가길 바란다”는 엄마들. 그러기 위해서는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지금은 발달장애인이 프로그래머나 연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무조건 장애인은 안 된다고 했어요. 장애인도 경제활동도 가능하고,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인식이 바뀌니 길이 열린 거죠.”

작업치료사 지석연 씨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나와 다르고 이상해 보이는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우리 사회 감수성 문제”라고 말한다. 발달장애인이 잘 살 수 있는 사회는 일반인들에게도 더 좋은 사회가 된다는 얘기다. ‘발달장애인 부모의 꿈은 자녀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재 발달장애인의 사회·경제적 자립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기에 <드림위드 앙상블>은 단원과 가족에게 단순한 직장이 아니다. 자립하되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공동체를 꿈꾸는 이들의 꿈이 협동조합을 통해 날개짓을 시작했다.

글·사진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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