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속 HERI
국토부 주거실태 통계 부실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집계하는
국토부 조사, 통계청과 큰 차이 보여
“200만명 넘는 주거복지 대상 과소 추정
정부지원 2014년까지 4천가구에 그쳐”

비주택 거주자 빠져 통계 ‘착시현상’
시민단체 “통계청 센서스로 바꿔야”
한 고시원의 모습.
한 고시원의 모습.
<옥탑방 고양이>의 정다빈부터 최근 종영한 <비밀의 숲>의 배두나까지, 드라마 속 주인공이 사는 옥탑방은 낭만적으로 묘사되지만 실제와 다르다. 건물 소유주가 임의로 증축해 만든 간이주거시설이며, 대부분 불법이다. 건물 옥상에 있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고, 외부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더위와 추위에 취약하다. 옥탑방에 사는 이들의 주거환경은 드라마처럼 낭만적이지 않다.

주택의 품질과 주거환경을 국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 최저주거기준이다. 2000년 당시 건설교통부 고시(2000-260)로 제정됐고, ‘면적’ ‘설비’ ‘구조·성능 및 환경’의 세 가지 기준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는 면적 등을 올려 정한 2011년 기준을 따르는데, 1인 가구의 최저주거기준은 방 면적 14㎡(약 4.2평) 이상, 전용 입식부엌과 전용 수세식화장실, 목욕시설이 필수다. 가구원 구성에 따라 면적과 방 수를 달리한다.

문제는 이런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수를 집계하는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는데다, 오차가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2010년 센서스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전국 203만가구(전체 가구 대비 11.8%)였는데, 같은 해 이뤄진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184만가구(10.6%)였다. 19만가구 정도 차이가 났다. 2015년 조사에선 차이가 더 벌어져 오차가 53만가구에 이르렀다. 국토부는 이달 말 마무리되는 올해 조사부터 표본 수를 6만가구로 늘렸지만, 센서스의 정확도(2010년까지 전수, 2015년부터 20% 표본인 380만가구 조사)를 따라잡긴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국토부 조사 대상에 쪽방이나 고시원, 비닐하우스 같은 ‘집 아닌 집’(비주택)이 빠져 있는 것도 문제다. 실제 가난한 이들은 점차 이런 비주택으로 떠밀려나는데, 정작 그들의 현실을 보여줘야 할 통계에선 외려 주거빈곤 가구수가 줄어드는 착시가 이뤄지는 것이다. 실제 2010년 센서스에서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에 사는 가구는 12만8675가구였던 것이, 2015년 센서스에서는 두 배 이상 늘어난 39만1245가구로 나와 비주택 거주 가구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모두 쪽방이나 모텔, 여관, 고시원, 비닐하우스, 판잣집 같은 곳에 사는 이들이다. 최저주거기준은 웃돌지만 지하나 옥상에서 사는 가구(32만4565가구), 비주택 거주 가구(39만1245가구)를 더하면 실질적인 ‘주거빈곤’ 가구수는 2015년 227만6562가구인 것으로 나온다. 전체 가구의 12.0%로, 국토부 수치의 갑절을 넘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주거문제가 심각한 청년층을 포함해, 200만명이 넘는 주거복지정책 대상을 정부가 절반 이하로 과소 추정하고 있다”며 “실제로 비주택 거주 가구는 2005년 이후 크게 늘었지만,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사업 실적은 2014년까지 4022가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주거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달 말 국토부의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최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등의 주거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기준이 되는 통계를 통계청의 센서스로 바꿀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한편 센서스 자료로 새로 드러난 2015년 17개 시도별 현황을 보면, 서울의 주거빈곤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이전 서울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았지만, 2010년엔 14.4%로 전국 평균(11.8%)을 넘어서더니 2015년엔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다. 지하·옥탑 거주 가구 비율도 17개 시도 중 서울이 가장 높았다.

박기용 기자, 조창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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