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속 HERI

시민단체·한겨레경제사회연 토론회

‘지배력 강화 제한’ 재벌개혁 공감대
‘보험사 통한 지배력 확대 해소’ 이견
“구체성 없이 나열식 공약 제시” 비판도

재벌 기업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총수 일가의 지분을 늘리는 ‘자사주의 마법’에 대해 주요 대선 후보들이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보험회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 한도(3%)를 산정할 때 주식 가격을 취득 가액이 아닌 시가로 바꾸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19대 대선 정경유착 근절 및 재벌개혁 공약 평가’ 토론회에서 김성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주요 정당 후보 캠프가 보내온 재벌개혁 관련 답변 결과를 발표했다. 토론회에는 문재인(더불어민주당)·안철수(국민의당)·유승민(바른정당)·심상정(정의당) 후보 캠프가 참석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쪽은 불참했다.

김 위원장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자사주를 통한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제한하는 상법 등 개정에 동의하느냐’는 참여연대의 질의에 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는 모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재벌 기업들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때 기존 회사 주주들이 분할된 회사의 신주를 원래 지분만큼 배정받는다는 점을 이용해 총수 일가의 지분을 늘려 왔다. 분할 전에 회사 돈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면 분할 뒤 그만큼 총수 일가가 지배할 수 있는 지분이 늘어나게 된다. 총수 입장에선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낸 10대 공약에 ‘자사주 등 우회적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차단 방안 마련’을 포함시켰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주요 정당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자사주를 통한 지배력 확대 방지’를 약속한 셈이다.

그러나 ‘보험회사를 통한 지배력 확대 해소’와 관련해선, 안철수·심상정 후보가 보험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 가격 산정기준을 취득 가액이 아니라 시가로 바꾸는 데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반면, 문재인 후보는 찬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문재인 후보 캠프의 김상조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은 “선관위 10대 공약에 포함되어 있는 통합금융감독시스템 구축을 통해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승민 후보는 참여연대의 질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고 있으나 금융위원회 고시는 주식 가격을 계산할 때 시가보다 낮은 취득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보험사들이 시가 기준으로 3%가 넘는 주식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의 7.6%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 평가 기준을 시가로 바꾸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선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4%로 제한)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두고는 안철수·유승민 후보는 찬성한다고 했고, 문재인 후보는 명확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심상정 후보는 반대 뜻을 밝혔다. 재벌의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한 기업분할명령제는 안철수·심상정 후보만 도입 의사를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선 주요 후보들의 재벌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은 “후보들의 공약이 대체로 근본 문제인 소유지배구조 개선에는 소극적인데다 재벌 개혁의 지향점과 일관성 있는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한 채 구체성을 결여한 나열식 공약 제시에만 급급해 보인다”며 “공약 실천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실행계획과 일정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어 차기 정부에서도 실효성 있는 재벌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총평했다.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은 “안철수 후보의 경우, 기업분리명령 도입이나 지주회사 제도 개혁과 같은 적극적인 조치를 약속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다만, 이와 같은 재벌 개혁을 위해서는 강력한 행정의지가 필요한데 안 후보는 다른 공약 부분에서는 시장과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보다는 민간이 주도하는 개혁을 선호하고 있어 이런 점이 재벌 개혁 행정에서는 달리 나타날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후보에 대해선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계열사 부당지원, 중소기업 영역 진출, 하도급업체 등에 대한 불공정행위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재벌들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정부가 개입해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세워야 할 필요성은 오히려 부실화하고 있는 재벌 기업이 더욱 크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점에서 4대 재벌에 개혁을 집중한다는 방향보다 각 재벌들의 특성에 맞게 재벌 개혁의 핵심과제를 설정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향”이라고 제안했다.

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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