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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0 어느 대기업 중견 간부를 만났다. 마주 앉아 경제 걱정을 한참 하던 중, 그는 뜻밖의 의문을 던졌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것은 맞다. 그래서 사회공헌활동 예산은 어려울 때 더 늘려야 한다는 데까지도 공감한다. 그런데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넘어서, 다른 기업까지 도와야 하나? 사회적 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요즘 주변에는 그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많이 일어난다.

사회적 기업 ‘안심 생활’은 장기 실업자 등 취업 취약계층을 고용해,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종합적인 일상생활 서비스를 해드린다. 사업에 사회적 가치가 깃들어 있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이 목표다. 간병 등 돌봄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매출을 올려 시장에서 성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회적 기업은 현대자동차로부터 시설이나 운영비 일부와 경영 노하우를 지원받고 있다. 자동차 회사가 간병 회사 경영을 지원한 것이다.

올해 노동부가 ‘함께 일하는 재단’을 통해 연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거나 여기에 관심 있는 이에게 사회적 기업 경영에 필요한 지식을 전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에스케이(SK)는 이 교육 프로그램을 후원해, 전국 19개 교육기관에서 600여명의 수강생이 배출되도록 했다. 통신과 에너지가 주력 사업인 기업이 사회적 기업 경영 교육을 지원한 것이다. 이들은 왜 다른 기업의 경영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었을까?

기업의 책임은 경제적 책임, 환경적 책임, 사회적 책임으로 나뉜다. 그중 경제적 책임은, 환경이나 사회적 책임에까지 가기 전에 먼저 거론되는 ‘원초적’ 책임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부정하는 사람은 있지만, 경제적 책임까지 부정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런데 기업의 경제적 책임은 두 갈래로 이해할 수 있다. 한 갈래는 주주, 즉 소유주에 대한 책임이다. 기업은 투자한 주주의 뜻을 충실하게 집행하고, 합당한 투자수익을 돌려줄 책임이 있다. 또다른 한 갈래는 국민경제 전체에 대한 책임이다. 기업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도 한다.

기업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메커니즘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혁신을 창출하는 것이다. 경쟁 과정에서 혁신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면 소비자 후생이 커진다.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혁신을 전파하는 것이다. 기업이 체득한 경영 혁신 역량과 기법을 사회 다른 부문에서 배우고 따라 하면서, 해당 업종이나 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높아지게 된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기존 대기업의 지원은 바로 이 마지막 대목, 즉 혁신을 전파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경영 노하우를 경영 자문이나 경영 교육으로 사회 다른 부문에 전파하면서,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이렇게 이루는 성장은 미래형이다. 혁신으로써 생산성을 높여 경제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노동이나 자본 같은 요소 투입으로 이루던 과거의 양적 성장과는 다르다.

물론 사회적 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비영리기관에 대한 경영 지원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새로 노동시장에 들어서는 청년이나, 제2의 인생을 찾는 중장년층에 대한 경영 역량 지원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이 모든 것은, 당장은 나라의 경쟁력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해당 기업의 경쟁력으로 되돌아온다. 경기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라도, ‘혁신 전파자’로서 기업의 구실이 절실한 때다.

이원재/한겨레경제연구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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