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한국인이라면 우선 재생에너지 힘쓸것 원전은 최후 선택이어야 | |
등록 : 20111103 20:30 |
아시아미래포럼 연사에게 듣는다 ㅣ 트리 뭄푸니 2011년 막사이사이상
트리 뭄푸니(47)는 사회적 기업을 통해 아시아가 당면한 빈곤, 에너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을 제시한 인물로 2011년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 그는 포럼 둘쨋날(16일) 열리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적 기업가 정신’ 세션에서 소수력발전으로 인도네시아 시골마을의 에너지 자립과 빈곤 완화에 기여한 사례를 발표한다. 그를 최근 전자우편으로 인터뷰했다. -소규모 수력발전으로 지역사회가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 계기가 무엇인가? “1990년대 초 스위스를 방문했을 때 소수력발전을 우연히 접하게 됐다. 소수력발전을 하려면 유량과 낙차가 필요한데,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수자원과 지형 조건이 이에 매우 적합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소수력발전은 그리 어렵지 않은 기술이어서 지역주민들 스스로 유지보수가 가능하다.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는 섬들이 넓은 범위에 흩어져 있는 나라여서, 정부가 전기를 공급해주지 못하는 지역이 꽤 있다. 소수력발전은 이런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기를 공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해 마을공동체가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지금 몸담고 있는 사회적 기업, 이베카가 시도하고 있는 사업을 소개해달라. “친타메카르라는 지역에서 시도한 인도네시아 최초의 민관협력 프로젝트가 있다. 정부와 지역의 민간기업, 이베카의 공동투자로 소수력발전 설비를 마을에 건립했다. 그리고 민간기업과 마을공동체가 공동으로 설비 지분을 소유하는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었다. 우리는 이를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부른다. 생산된 전기는 우선 마을주민들이 사용하고, 남은 전기는 정부에 팔아 그 수익을 민간기업과 마을공동체가 50 대 50으로 나눈다.” -민간과 정부를 아울러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기까지 난관이 많았을 텐데? “이 사업의 성공 요인은 물리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기 전에 지역주민들의 역량 강화에 힘을 썼다는 데에 있다. 대부분의 정부 주도 프로젝트는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고, 인프라가 건립된 뒤에는 지역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우선 2년간 마을주민들과 매우 긴밀하고도 강도 높은 의사소통을 했다. 그들의 의식을 개선하고, 설비 유지보수를 위한 교육도 했다. 그 결과 설비가 완공된 뒤에도 사업이 지속될 수 있었다. 신타메카 프로젝트는 2004년에 완료되었으며, 지금 현재 이 지역은 에너지 자립을 달성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서 창출된 수익으로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마을 공동의료원이나 공중전화와 같은 시설도 세웠다.” -한국은 전력 소비가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최근에는 갑작스런 정전으로 많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원자력발전을 전력난 해결의 주요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으로서 전기소비량이 상당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 꼭 원자력발전이 필요한지는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내가 만약 한국인이라면 우선 활용 가능한 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쓸 것이다. 원자력발전은 최후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 -10년 뒤 당신과 이베카의 비전에 대해서 말해달라. “나는 우리의 모델을 전세계와 공유했으면 한다. 지역공동체가 소유한 자연자원과 연계하여 빈곤을 완화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환경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책도 쓰고 싶고, 정부 정책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 이베카는 앞으로 10년 동안 1000만명의 사람들에게 에너지 자립의 길을 열어줄 계획이다.” <끝> 이영미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