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EU 같은 경제공동체
동아시아선 비현실적
한·중·일 FTA 모색을

아시아미래포럼 연사에게 듣는다 ⑤


» 허시유
푸단대 교수
 허시유 중국 푸단대 교수(42·경제학)는 한·중·일 경제공동체 구상에 대해 균형 잡힌 안목을 갖고 있는 중국에서 흔치 않은 전문가다. 허 교수는 아시아미래포럼(15~16일) 첫날 행사인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세션에서 최근 3국 모두에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한·중·일 경제공동체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그를 최근 전자우편으로 인터뷰했다.

-지난 10월 방한한 노다 일본 총리, 그리고 그 일주일 뒤 한국에 온 리커창 중국 부총리가 한목소리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이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2003년 공동연구가 시작됐으니 8년이 흘렀다.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글로벌 경제위기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는 듯하다. 학자들 사이에선 이미 진척이 많이 된 연구 분야다.”


-그렇다면 애초 2012년부터 시작하기로 한 3국간 자유무역협정 협상은 무리 없이 진행된다고 보면 되는가?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당장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정치적 입장이 달라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자유무역협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치상황이라면 무엇을 말하나?


“아다시피 한국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비준 문제로 정치권이 갈등에 휩싸여 있다. 일본 역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정치상황이 안정적이지 않다. 결과적으로 오로지 경제적 관점에서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은 환경인 것이다.”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경제공동체 전반을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먼저 명확히 할 것이 있다. 경제공동체는 자유무역협정과 다르다.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과 유럽연합(EU)은 전혀 다른 형태의 경제공동체다. 이런 점에서 한·중·일 경제공동체는 지금 시점에선 무리라고 본다. 그 이전 단계로 자유무역협정 체결부터 서둘러야 한다. 물론 자유무역협정 체결에도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적으로 공동정책에서 소외돼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에 대한 염려가 큰 것 같다. 하지만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경제와 정치가 조화를 이루지 않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다. 현재와 같이 한국과 일본의 미국에 대한 정치의존도가 심한 상황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의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런 우려가 상존하고 있음에도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경제적인 이유다. 자유무역협정이 미뤄질 경우 한·중·일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가장 큰 교역상대국과 가장 비싼 비용을 들여 거래해야 한다. 단골손님에게 오히려 더 비싸게 받는 셈이다. 사회·문화적인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와 사회·문화적 반목이라는 비용 요인을 제거하는 데 자유무역협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으로 한·중·일 3국이 경제협력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 단계 한 단계 차근히 밟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솔직히 유럽연합과 같은 경제공동체를 동아시아에서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3국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은 자유무역협정에 온힘을 쏟아야 한다. 이것도 힘들다면 현재 감소 추세에 있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 관련 연구 지원이나 사무국 확대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kseo@hani.co.kr


*참가문의: 아시아미래포럼 사무국 www.asiafutureforum.org 070-4099-5630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유레카] 투기와 거품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 지표(케이스-실러 지수)를 만들어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개발한 분석 지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 증시의 주가수익률은 25로 1년 전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이 ...

  • admin
  • 2014.09.02
  • 조회수 8217

[유레카] CEO 프란치스코

‘파파 프란치스코’가 100시간여 한국 체류를 마치고 출국했다. 가는 곳마다 구름 인파가 몰렸고 잔잔한 열광이 일었다. 한바탕 ‘메시아 신드롬’이 태풍처럼 헤집고 간 느낌이다. 한국을 아시아의 첫 방문지로 정한 교황청의 선...

  • admin
  • 2014.08.21
  • 조회수 8311

[싱크탱크 광장] “한국적 ‘경쟁’ DNA 극복해야 협동조합 성공”

지난달 30일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2회 협동조합 경영 오픈포럼’에서 후안호 마르틴 몬드라곤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싱크탱크 광장] 몬드라곤이 본 한국 협동조합 현실‘몬드라곤’...

  • admin
  • 2014.08.19
  • 조회수 8960

[HERI의 눈] 청소년에게 사회적 경제 체험을

사진 마을닷살림 제공 HERI의 눈 지난달 24일 영국과 한국의 사회적 경제 지원기관 활동가들이 만났을 때(<한겨레> 7월30일치 29면) 양국의 차이를 하나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 언리미티드(UnLtd) 클리프 프라이어 대표가 소개...

  • admin
  • 2014.08.19
  • 조회수 9289

[싱크탱크 시각] 진정한 황제주가 되려면

지난 수요일 국내 1위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이 주식시장에서 황제주로 등극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에 이어 세번째로 200만원대를 돌파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2분기 실적 호전이 200만원 돌...

  • admin
  • 2014.08.18
  • 조회수 8593

[사회적 경제] 나이 많아도 장애 있어도 노동의 즐거움에 흠뻑

도우누리 사회적 협동조합은 노동의 참된 가치가 소득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존감과 정체성 확립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조합원 대상 교육을 통해 전하고 있다. 도우누리 사회적 협동조합 제공 [사회적 경제] “사람과 노동” 교...

  • admin
  • 2014.08.13
  • 조회수 8499

[사회적 경제] 정치권 법안 발의 준비…민간선 대책위 닻올려

사회적경제 기본법 어디까지 왔나그간 지지부진했던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연초 여야는 당내에 사회적 경제 조직을 꾸리고 기본법 제정을 추진했다.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30일 ...

  • admin
  • 2014.08.13
  • 조회수 7845

[이봉현의 소통과 불통] 묘수보다 기본

이봉현 경제·국제 에디터 진리는 단순, 질박할 때가 많다. “묘수 세 번이면 그 바둑 진다”는 바둑 격언이 있는데 기본을 갖춘 단순한 것들이 복잡하고 현란한 것보다 힘이 세다는 뜻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주 한국을...

  • admin
  • 2014.08.13
  • 조회수 8102

[유레카] 상속예찬

부자는 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려 할까?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얼마 전 이와 관련한 주장을 <뉴욕 타임스>에 기고했다. 그의 논리를 따라가 보자. 부자의 상속은 자신이 지금 쓸 돈을 절약해 미래 후손에 투자하...

  • admin
  • 2014.08.13
  • 조회수 7415

[유레카] 생존을 위한 연극

영국의 기숙형 사립학교(보딩스쿨)는 고위 관료와 정치인의 필수 코스다.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를 포함해 영국 내각의 절반 이상이 보딩스쿨 출신이다. 명문 보딩스쿨을 나와 옥스브리지(옥스퍼드-케임브리지)를 거쳐 고위직에 진...

  • admin
  • 2014.08.13
  • 조회수 7184

[유레카] 불평등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을 둘러싸고 내로라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유력 언론을 통한 오피니언 공방이 거세다. 근대성의 주요 가치인 평등의 문제가 탈근대 시대에 새삼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

  • admin
  • 2014.08.13
  • 조회수 7200

[사회적 경제] “다양한 주체 함께해야 건강한 생태계 구축 가능”

지난 24일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언리미티드(UnLtd) 클리프 프라이어 대표(윗줄 오른쪽에서 넷째)와 신나는조합, 씨즈 등 한국의 사회적 경제 지원기관 담당자들이 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

  • admin
  • 2014.07.30
  • 조회수 11056

[사회적 경제] 마음만 먹으면 모두 ‘공유지’ 될 수 있다

윤형근 한살림성남용인생협 상무 윤형근의 모심과 살림용인에 가면 동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특별한 곳이 있다. 동천동 874-6번지를 폼나게 바꿔 부르는 ‘마을공유지 파지사유(破之思惟, 破之私有, 破之事由…)’. “익숙한...

  • admin
  • 2014.07.30
  • 조회수 11907

[싱크탱크 시각] 청소년 일터 권리, 사회의 거울이다.

툴바메사공유하기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영국 노동법상 16살 이하의 연기자는 오전 9시30분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한다. 이 가운데 3시간은 학교 커리큘럼에 맞춘 공부를 해야 하고 1시간은 식사시간이다. 제작자는 교재...

  • admin
  • 2014.07.28
  • 조회수 12773

[사회적 경제]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은 10인의 ‘힐링캠프’

1세대 사회적기업가와 지원조직 관계자들이 지난 4~7일 제주에서 열린 ‘성장기 사회적기업가 워크숍’에 참석해 토론을 하고 있다. [한겨레] [사회적 경제] 성장기 사회적기업가 워크숍 시민참여형 싱크탱크 희망제작소가 주최한...

  • admin
  • 2014.07.16
  • 조회수 14804

[사회적 경제] 19개국서 ‘사회적 경제’ 논문 70편 발표

지난 4~6일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아 사회적기업 국제학술대회’ 마지막날 주요 참가자들이 원탁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세대 제공 [한겨레] ‘아시아 사회적기업 학술대회’ 리뷰 지난 4~6일 연세대 원주캠퍼스...

  • admin
  • 2014.07.16
  • 조회수 12739

[싱크탱크 시각] 사람 중심 ‘대업’을 꿈꾸는 청년들

“두려움을 떨쳐라. 냉소와 절망을 버리고 나태와 무기력을 혁파하라. 불가능한 꿈을 품어라.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그것이 바로 그대들의 진정한 대업(大業)이다.” 최근 종영된 <한국방송> 사극 <정도전>의 마지막 회상 장면...

  • HERI
  • 2014.07.07
  • 조회수 14124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 가치 나누며 아시아 미래 열어요”

응우옌 로안 [사회적 경제]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 아시아 5개국 청년 사회혁신가들이 3일 서울을 찾는다. 서울시와 한겨레신문사가 공동으로 여는 국제포럼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청년, 아시아 미래를 열다’...

  • admin
  • 2014.07.02
  • 조회수 16333

[싱크탱크 광장] 사회적협동조합, ‘소셜 프랜차이즈’로 활로 찾을까

지난해 2월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4층에 문을 연 카페오아시아 1호점. 카페오아시아는 결혼이주여성 고용과 다문화가족 지원을 위해 설립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현재 전국에 20여개 가맹점이 운영중이다. [싱크탱크 광장] 협동조...

  • admin
  • 2014.07.01
  • 조회수 15391

[싱크탱크 광장] ‘사회적 경제’ 마을에도 파수꾼을

최근 사회적 경제 조직이 활성화되면서 기본 취지와 원칙을 훼손하는 사업체들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매주 일요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직거래 장터에 인파가 몰린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HER...

  • admin
  • 2014.07.01
  • 조회수 9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