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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협동조합 정체성 점검 세션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 인터뷰

“협동조합은 연대·협력의 민주적 공동체
차별화된 경쟁력은 조합 정체성으로부터

세계 10위 협동조합으로 성장한 농협
농업인 조합원 연대·역량 강화에 집중

피부에 와닿는 협동조합 교육·지원으로
다음 세대 협동조합인 육성에 힘써야”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협동조합의 연대와 협력의 정신이 협동조합의 정체성이며 그것이야말로 일반기업과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농협중앙회 제공.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협동조합의 연대와 협력의 정신이 협동조합의 정체성이며 그것이야말로 일반기업과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농협중앙회 제공.

세계협동조합대회 1일차 주제는 ‘협동조합 정체성 점검하기’이다. 자조, 자기책임, 민주주의, 평등, 공정, 연대의 협동조합 원칙과 가치는 글로벌 사회에서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우리나라 농업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230만명이다. 5200만명의 안전하고 풍성한 밥상을 책임진 농가의 상당수는 농협의 조합원이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농협중앙회의 이성희 회장에게 협동조합 운동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오랫동안 협동조합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개인적으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신가요?

“젊은 시절부터 농협에 근무하면서 협동조합을 통해 농업인들 스스로 힘을 모아 삶의 질을 향상하는 과정을 체험했습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은 경제적 약자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만드는 연대와 협력의 정신일 것입니다. 이는 협동조합 운영의 기본 원리이기도 합니다. 협동조합은 100퍼센트 조합원 출자로 설립되고, 조합원은 출자금액에 관계없이 1인 1표의 의결권을 행사합니다. 소액을 출자한 조합원도 다른 조합원과 동일한 권리를 갖습니다. 조합원 누구나 평등하게 협동조합 운영에 참여해 공동의 이익을 함께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협동조합에서 수익배당은 조합원별 출자액과 협동조합 사업 이용액에 각각 비례합니다. 협동조합은 평등한 의결권으로 조합원 모두의 참여를 보장하고, 사업에 기여한 만큼 수익을 배분하는 연대와 협력 기반의 민주적인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협동조합 모델이야말로 날로 심화되는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에 따른 사회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이 주류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이 훼손되지는 않을까요? 협동조합 기업으로 사업을 추진 시 협동조합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협동조합은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사업체입니다. 생존을 위해 일반기업과 시장에서 경쟁하며 수익을 창출합니다. 협동조합의 특수성으로 자본 조달이나 의사결정의 신속성 등 불리한 부분도 있습니다. 반면, 협동의 이념 아래 구성원들을 결속하고, 조합원의 민주적인 경영 참여로 경영진의 독단적인 의사결정과 오류를 최소화하는 합리적인 시스템은 협동조합만의 강점입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은 지난 120여년간 세계 협동조합의 발전을 이끌어 온 원동력입니다. 다시 말해 협동조합의 정체성이 일반기업과 차별화된 경쟁력입니다.

농협이 이를 증명합니다. 농협은 1961년, 전형적인 후진국 협동조합으로 시작해 현재 세계 10위 규모의 글로벌 협동조합으로 성장했습니다. 연대와 협력의 협동조합 정체성은 농업인 조합원과 임직원의 역량을 결집시키고, 합리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기본 원리가 되었습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지켜온 노력이 사업 경쟁력이 된 것입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지키며 시대에 발맞춰 사업을 추진한다면, 협동조합이 얼마든지 시장에 자리매김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최근 농협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화된 비대면 경제와 온라인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려 유통 단계를 비대면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농업인들이 디지털 경제 시대에 대비할 수 있도록 보급형 스마트팜 개발, 실시간 농사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농사지원시스템 구축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농업인 조합원의 영농경쟁력을 높이고, 협동조합과의 연대를 단단히 하는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농협은 글로벌 협동조합 운동에 적극 참여합니다.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의 의장국 역할도 이러한 맥락의 활동일 텐데요, 글로벌 협동조합 운동 차원에서 농협의 역할과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요?

“농협은 1998년부터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 사무국을 맡고 있고, 농협중앙회장이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협동조합 간 공동사업 개발 및 개도국 농업협동조합 지원 등 회원국 간의 교류와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년 개도국 협동조합인과 공무원을 초청해 우리 농업의 운영방식을 소개하는 워크숍을 개최합니다. 또한,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농산물 유통을 비롯한 각종 사업 노하우를 전수합니다. 농협의 국제협력은 단순히 교육훈련에 그치지 않습니다. 해외 협동조합과의 사업 협력에도 적극 참여 중입니다. 중국 최대 농업협동조합 공소합작총사, 인도 최대 협동조합 인도비료협동조합(IFFCO)과 합작법인을 설립하여 우리의 전문성을 이식하는 동시에 해외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였습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협동조합과도 사업 협력을 위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협동조합이 지켜야 할 일곱가지 원칙 가운데 제 6원칙인 ‘협동조합 간 협동’의 실질적인 구현을 위해 교육과 사업을 아우르는 국제 협력을 추진 중입니다.”

―협동조합 정체성이 다음 세대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연대와 협력의 협동조합 정체성은 최근 청년 세대가 외치는 공정의 가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청년실업의 대안으로 또 최근 플랫폼 경제로 발생한 노동 소외현상의 극복을 위해 설립된 플랫폼 협동조합까지,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협동조합이 앞으로 100년, 200년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금을 기회로 젊은 세대에게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넓혀야 합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함께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실천할 수 있는 열린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농협은 ‘청년농부사관학교’에서 매년 약 200명의 후계농업인을 양성하여 협동조합의 미래를 키우는 일에 주력합니다. 교육 이후 영농 컨설팅, 농산물 판로 확보, 영농자금 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으로 이들이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가 협동조합을 이해하고 참여하기 위해서는 이론 교육도 중요하지만,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지원과 성과 창출을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앞으로 청년들에게 실천과 성과로 협동조합 모델의 성공을 알리는 일에 협동조합계가 함께 힘써 나가길 기대합니다. 그 과정에서 농협은 한국을 대표하는 협동조합으로서 선봉에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약력

- 1949년 경기 성남 출생

- 낙생농협(경기 성남) 상무, 전무, 조합장

- 농협중앙회 이사, 감사위원장

- 제24대 농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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