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싱크탱크시각] 독일 국민이 부러운 이유

admin 2015. 12. 14
조회수 4199

이상호 연구위원_!.JPG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2월9일 미국 <타임>은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메르켈 총리의 얼굴을 전면에 내건 표지의 제목은 ‘자유세계의 총리’였다. 타임 편집장 낸시 깁스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시리아 난민의 유입, 파리의 테러사태 등과 같이 중차대한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시점에 지도자로서 용기있는 태도를 보여주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그녀는 유로존의 붕괴를 막기 위해 그리스의 재정개혁을 끈기있게 설득했을 뿐 아니라, 이슬람국가(IS)의 희생자인 시리아 난민이 유럽 사회에 정착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그녀가 속한 독일 기민당이 보수우파 정당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정치적 행위가 선뜻 납득되지 않을 수 있다. 정치적 반대파는 물론, 자국민들로부터도 쉽게 비난받을 수 있는 이러한 조처들은 인본주의, 관용과 인내를 기본원칙으로 하는 메르켈 총리의 정치철학이 배경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독일 언론들은 메르켈 총리의 이러한 ‘따뜻한’ 정치를 ‘엄마(Mutti) 리더십’이라고 개념화하고 있다. 옛 동독 출신의 가난한 목사의 딸로 태어나 이혼 경력까지 있는 그녀가 2005년 이후 10년째 독일을 이끌 만큼 독일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인가? 2013년 9월 연방의회 선거에서 기민당이 승리하고 메르켈 총리가 3선 연임에 성공하자 독일 주간 <차이트>는 “메르켈의 정치적 강점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티내지 않고 슈바벤 지역의 주부와 같이 국민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도록 만드는 힘에 있다”고 평가하였다. 한마디로 독일 국민들은 메르켈 총리의 엄마 리더십에서 안락감을 느끼기 때문에 정치적 급변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독일의 이런 따뜻한 정치가 부러운 이유는 무얼까? 우리는 메르켈 총리와 달라도 정말 너무 다른 대통령을 모시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정치적 경쟁자이기도 했던 슈뢰더 전 총리의 출판기념회에 참여하여 기꺼이 축사를 한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 원내대표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배반의 정치’ 운운하면서 그를 단호하게 내쳤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9월20일 독일노총 소속 통합서비스노조 총회에 참석하여 좋은 일자리가 행복한 삶의 기반이 된다고 조합원들을 격려한 것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고용유연화의 최대 장애물로 민주노총을 지목하고 그 수장을 체포하기 위해 수천명의 경찰을 조계사에 투입하기까지 하였다. 메르켈 총리는 시리아 난민에 대한 포용정책에 있어 독일이 모범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올해만 벌써 네 차례나 직접 국민과의 대화에 나섰다. 반면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쟁점 법안들을 밀어붙이면서 국민과의 대화는커녕 번번한 기자회견조차 한번 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 나라의 국민들은 자신의 정부 수반에 대해 전혀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국민들은 메르켈 총리가 따뜻한 엄마 같다고 애정어린 표현을 하지만, 한국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독재자의 딸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냉혹함을 절감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매서운 추위에 몸이 시린 연말이 다가올수록 엄마 리더십을 가진 메르켈 총리의 따뜻한 정치를 누리고 있는 독일 국민들이 더욱더 부럽기만 하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lshberlin0612@hani.co.kr

등록: 2015-12-13 18:56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21617.html
첨부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싱크탱크 시각] 노동개혁(?)의 침몰, 자업자득이다 / 이상호

3월10일 340회 임시국회가 종료되면서 정부의 노동법 ‘개악’은 일단 좌절되었다. 물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바로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한 상태이긴 하지만, 정치일정상 19대 국회에서 박근혜표 노동‘개혁’(?)은 사실상 물 건...

  • admin
  • 2016.03.14
  • 조회수 3289

[싱크탱크 시각] 협동의 교육학, 사회적 경제 / 조현경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자발적 결사에 의한 공동체 활동을 통해 대안적인 가치들을 구현하고자 사업을 전개한다. 사회적 경제란 민주적 참여와 자율성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위한 생산과 분배를 하는 ...

  • admin
  • 2016.03.07
  • 조회수 4230

[싱크탱크 시각] 그러므로 ‘사람 중심’ 경제다 / 이상호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새로운 성장론이 유행이다. 새누리당은 ‘일자리 중심’ 성장론,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 성장론, 국민의당은 ‘공정’ 성장론을 내세우고 있다. 경제성장론의 백...

  • admin
  • 2016.02.29
  • 조회수 3817

[유레카]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 박순빈

날아다니는 국수를 창조신으로 떠받드는 종교가 있다. 일명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FSM: Flying Spaghetti Monster)교’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의 보비 헨더슨이라는 한 물리학도가 2005년 창시했다. 그에 따르면, 날아다...

  • admin
  • 2016.02.18
  • 조회수 3968

[한겨레 프리즘] 안보이슈의 총선 효과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 한반도 평화경제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출범 12년 만에 전격 폐쇄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총선이 다가왔음...

  • admin
  • 2016.02.15
  • 조회수 3780

[싱크탱크 시각] 기억 속 가라앉은 세월호의 시그널 / 조현경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지난 1월 시작된 티브이엔(tvN) 드라마 <시그널>의 흥행몰이가 한창이다. 나 역시 요즘 <시그널>에 빠져 산다. <시그널>은 현재의 경찰청 ‘장기미제전담팀’의 프로파일러 박해영 경...

  • admin
  • 2016.02.15
  • 조회수 3998

[싱크탱크시각] ‘해고 자유화’에 내몰린 국민 / 이상호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결국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지난 22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개혁을 위한 공정인사·취업규칙 지침’을 발표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에 대한 파기선언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

  • admin
  • 2016.01.25
  • 조회수 4121

[유레카] ‘뱀의 입’ 속으로 / 박순빈

박순빈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금융위원회가 18일 정부합동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온라인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 도입 방침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일환이란다. 누구를 위한 창...

  • admin
  • 2016.01.20
  • 조회수 4708

[싱크탱크 시각] 임금피크제의 불편한 진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2015년 11월 종영된 제이티비시(JTBC) 드라마 <송곳>의 대사 중 도드라졌던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취업규칙’이다. 취업규칙이란 ‘직원들의 노동조건에 관한 회사의 규정’을 말한...

  • admin
  • 2016.01.18
  • 조회수 4396

[한겨레 프리즘] 제3지대 신당의 가능성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 2016년 새해 정가의 키워드는 단연 안철수다. 지난 주말 발표된 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는 21%로 새누리당(35%)에 이어 2위로 올라섰고, 더불어민주당은 19%로...

  • admin
  • 2016.01.11
  • 조회수 4412

[싱크탱크시각] 쌍용차 복직과 통상해고 지침 / 이상호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박근혜 정부가 새로운 해고 방식으로 ‘통상해고’ 도입을 공식화하던 바로 그날, 해고의 고통과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우리 사회에 각인시켰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가 6년 만...

  • admin
  • 2016.01.04
  • 조회수 4133

[김공회의 경제산책] 경제본질 보려면 ‘중산층’보다 ‘중간계급’ 개념을

김공회 연구위원 ‘중산층을 70%로 늘리겠다.’ 지금은 가물가물해진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다. 이 때문인지, 중산층 논의가 이번 정권 들어 특히 많다. 중산층이란 누구인가? 흔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산층을 중위소득...

  • admin
  • 2015.12.21
  • 조회수 4042

[싱크탱크시각] 독일 국민이 부러운 이유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2월9일 미국 <타임>은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메르켈 총리의 얼굴을 전면에 내건 표지의 제목은 ‘자유세계의 총...

  • admin
  • 2015.12.14
  • 조회수 4199

[한겨레 프리즘] 이 시대 구원은 어디에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 파시즘의 군홧발이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는 것만 같다. 설마설마하던 일이 정말로 벌어지고 있다. 국가는 우리 머릿속을 국정 사상으로 채우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은 복면을 쓰고 ...

  • admin
  • 2015.12.14
  • 조회수 3941

[싱크탱크 시각] 착한 소비에서 정의로운 소비로 / 조현경

“선은 악마저도 포용하고 받아안는 것이지요. 허나 정의는 악을 결코 용납하지 않습니다. 정의는 오로지 악을 방벌함으로써 정의롭습니다.”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어린 이방원(남다름)이 홍인방(전노민)에게 던...

  • admin
  • 2015.12.07
  • 조회수 4154

[싱크탱크 시각] ‘응팔’…골목이여 응답하라 / 조현경

88서울올림픽 당시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당시 우리집은 서울 광진구(옛 성동구) 자양동 59번 버스 종점 옆 상가 1층 ‘물망초양품점’에 딸린 작은 가겟방이었다. 그 시절 나의 골목은 버스기사 아저씨들의 담배 냄새와 ...

  • admin
  • 2015.12.07
  • 조회수 5042

[유레카] 부채의 원죄 / 박순빈

빚을 갚아야 할 의무는, 냉정한 경제이론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빚은 반드시 갚는다는 게 법칙일 경우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은행이 원금과 이자를 늘 돌려받는다는 전제로 대출 영업을 한다면 어떤 일...

  • admin
  • 2015.12.02
  • 조회수 3723

[싱크탱크 시각] ‘청년수당’이 두려운 박근혜 정부 / 이상호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경기 성남시의 ‘청년배당’에 이어 서울특별시의 ‘청년활동지원(청년수당) 사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취업 기회조차 갖지 못한 청년들을 위한 획기적인 ‘이행 노동시장 정...

  • admin
  • 2015.11.23
  • 조회수 4624

[김공회의 경제산책] 정부 눈에는 실업자도 취업자로…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지난주 기획재정부는 10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전체 실업률이 전년도에 비해 0.1%포인트 준 3.1%를 기록했고, 청년층(15~29살) 실업률도 같은 기간 8.0%에서 7.4%로 크게 줄었다는 ‘희...

  • admin
  • 2015.11.17
  • 조회수 3898

[한겨레 프리즘] ‘헬조선’의 분노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 지난 토요일,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이날 정권은 위헌 결정 따위는 무시하고 다시 차벽...

  • admin
  • 2015.11.17
  • 조회수 3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