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00501559_20190512.JPG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두고 말들이 많다. “입법보조기구냐” 또는 “고충처리기구 아니냐”는 비아냥은 차라리 충고에 가깝다. 사회적 대화 위기론을 넘어 무용론까지 등장하는 마당이다. 민주노총의 불참에 더해 탄력근로제를 둘러싼 본위원회 무산 등 파행을 겪자 성토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유감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경사노위의 운영 미숙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화 및 의결 과정 관리에 문제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은 일방적 때리기거나 그간의 성과를 외면한 왜곡성 비난도 적잖아 보인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11월 첫 회의를 열며 활동을 시작한 새 사회적 대화 기구다. 기구의 성격과 구성에 비추어 볼 때, 파행이 있다고 해서 6개월 만에 무용론을 운운하는 건 온당치 않다. 구성도 기존 노사정위원회와 달라 취약 및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위원들까지 포함한다. 하여 논의 구조와 대화 과정은 한층 갈등적이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파행은 어쩌면 이 기구의 자연스러운 성장통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택시 카풀 사태나 광주형 일자리 모델 등에서 체감했듯이 오늘날 경제사회 이슈를 사회적 대화를 통해 공론화하거나 해결을 모색하는 시대적 요청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왜곡성 비난이나 무용론, 조급한 성과주의는 어렵사리 띄운 사회적 대화란 배를 아예 좌초시킬 위험도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경사노위 파행은 노사정 등 참여주체 모두에게 “어떻게 사회적 대화의 배를 순항하게 할 것인가”란 공통의 질문을 다시 던진다. 몇 가지 덧붙여보면, 우선 참여주체 모두 “우리는 한배를 타고 있다”는 ‘동선자 의식’으로 제각기 파행의 책임을 놓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경사노위는 마땅히 참여주체들의 자율적 기구여야 한다. 지역별, 업종별 대화를 활성화해 구체적 성과를 바탕으로 주체들 사이의 신뢰를 쌓는 방안도 숙고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대화는 신뢰를 기반으로 이해관계와 갈등을 푸는 조직적 행위이자 광의의 정치과정인 것이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93585.html#csidx46645081e321649b1773412e0fb3e08 onebyone.gif?action_id=46645081e321649b1773412e0fb3e08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한귀영의 프레임 속으로] 촛불을 들지 못한 20대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소위 ‘조국 사태’ 이후 20대 청년세대의 박탈감과 분노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일부 명문대생들은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며 촛불을 들었다. 보수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 HERI
  • 2019.09.27
  • 조회수 4340

[유레카] ‘조국 논란’의 종착점 / 이창곤

‘조국 논란’의 끝은 어디인가? 언론 보도는 연일 차고 넘친다. 하지만 공론(公論)은 없다. 검찰 수사는 마침내 ‘자택 압수수색’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장관과 직접 연계된 객관적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지와 ...

  • HERI
  • 2019.09.25
  • 조회수 4299

[유레카] 절실한 정책결정의 ‘관제탑’/ 이창곤

대부분의 공항에는 컨트롤타워, 즉 관제탑이 있다. 관제탑의 허가 없이는 어떤 비행기도 뜨고 내릴 수가 없다. 관제탑은 항공기의 위치와 고도를 확인해 필요사항을 지시한다. 비행 전에는 조종사가 제출한 비행계획을 점검하고 ...

  • HERI
  • 2019.09.03
  • 조회수 4399

[한귀영의 프레임 속으로] ‘조국 정국’ 독해법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조국 정국’이 심상치 않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태풍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촛불혁명과 문재인 정부 출범 과정에서 조 후보자가 지니는 상징성이 큰 탓에 핵심...

  • HERI
  • 2019.08.23
  • 조회수 4167

[유레카] 유라시아 ‘철의 실크로드’ 시대/이창곤

실크로드, 즉 비단길은 독일의 한 지리학자가 고대 중국과 그리스·로마 문화권 사이의 교역이 주로 비단을 통해 이뤄졌다는 데 착안해 명명했다. 김호동 서울대 교수(동양사)는 이 용어는 ‘비단길들’로 복수형으로 써야 더 역...

  • HERI
  • 2019.08.19
  • 조회수 3761

[한귀영의 프레임 속으로] 노회찬 없는 진보정치의 미래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2004년 4월15일은 한국 진보정치사에서, 아니 한국 정치사에서 역사적인 날이다. 이날 한 시대가 가고 한 시대가 시작됐다. 민주노동당이 총선에서 지역구 2석, 비례대표 8석을 얻어 ...

  • HERI
  • 2019.07.26
  • 조회수 3487

[유레카] ‘시민연대’로 새 한-일 관계 물꼬를/ 이창곤

일본의 경제보복은 지금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언론엔 연일 분석과 논평이 쏟아지지만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진짜 속내는 무엇이며, 그는 어디까지 밀어붙이려 하는가? 정부는 왜 ...

  • HERI
  • 2019.07.18
  • 조회수 3574

[한귀영의 프레임 속으로] 다시 '문재인의 시간'이 올까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지난 6개월은 ‘황교안의 시간’이었다. 2017년 탄핵사태 이후 줄곧 10%대에 묶여 있던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1월 20%대로 급등한 데에는 황 대표의 역할이 컸다. 그가 등장하자 문재...

  • HERI
  • 2019.06.28
  • 조회수 3447

[유레카] 한국 ‘사회복지 역사’ 소고 / 이창곤

“정신이 없는 역사는 정신이 없는 민족을 낳을 것이며, 정신이 없는 나라를 만들 것이니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써놓고 나면 찢어버리고 싶어 못 견디는 이 역사 … 이것이 나라냐? 그렇다. 네 나라며, 네 역사며 내...

  • HERI
  • 2019.06.26
  • 조회수 8103

[유레카] ‘소리 없는 아우성’ / 이창곤

사회관계에서 어떤 문제에 부닥치면 사람들이 대응하는 방식은? 또는 어떤 조직이나 회사가 내리막길로 추락할 때 조직원들의 선택은?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의 저자인 앨버트 허시먼의 개념을 원용하면 셋으로 나눌 수 있...

  • HERI
  • 2019.06.04
  • 조회수 4239

[한귀영의 프레임 속으로] 청년을 퇴사로 밀어내는 사회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청년 퇴사는 시대적 변화를 드러내는 사회 현상이다. 무엇보다 청년층의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이 1년 5.9개월에 불과하고,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도 27.7%에 이른다는 수치...

  • HERI
  • 2019.05.31
  • 조회수 4318

[유레카] 위기의 ‘사회적 대화’ 살리기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두고 말들이 많다. “입법보조기구냐” 또는 “고충처리기구 아니냐”는 비아냥은 차라리 충고에 가깝다. 사회적 대화 위기론을 넘어 무용론까지 등장하는 마당이다. 민주노총의 불참에 ...

  • HERI
  • 2019.05.13
  • 조회수 4228

[한귀영의 프레임 속으로] 길 잃은 문재인 정부, 내년 총선은 어디로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여기 두개의 지표가 있다. 83%에서 44%, 12%에서 24%. 앞의 것은 1년 사이에 반토막 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고, 뒤의 것은 같은 기간 곱절로 뛴 자유한국당 지지율이다. 갤럽의...

  • admin
  • 2019.05.03
  • 조회수 3998

[유레카] ‘부양의무제’ 폐지의 가치론 / 이창곤

1537년 로마 교황 바오로 3세는 한 칙령을 내린다. “인도인이나 흑인, 아메리카 대륙의 토착민들도 인간이다.” 이 칙령이 시사하는 바는 당시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한동안 유럽인들에게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 admin
  • 2019.04.18
  • 조회수 4047

[한귀영의 프레임 속으로] 보궐선거에서 표출된 엄중한 민심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4·3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범여권과 자유한국당의 무승부로 끝났다. 민주당은 2017년 대선 이후의 압도적 우위 체제가 끝났고, 자유한국당은 쇄신 없는 반사이익만으로는 지지층 확장에 ...

  • HERI
  • 2019.04.05
  • 조회수 3798

[유레카] ‘가짜 보수’의 몽니/ 이창곤

시사평론가 김용민은 한때 한국의 보수를 네가지로 유형화했다. 모태보수, 기회주의 보수, 무지몽매 보수 그리고 자본가 보수다. 모태 보수는 “돈과 기득권을 갖춘 집안에서 자라온 사람들”이고, 기회주의 보수는 “어떤 계기에...

  • HERI
  • 2019.03.28
  • 조회수 4297

[유레카] 금강산관광, 새 북-미 대화의 ‘킹핀’ / 이창곤

 금강산은 우리에게 이제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기암괴석의 천하명승만을 뜻하지 않는다. 금강산은 남북관계에서 “민족 화해, 협력의 체험장”이었다. 남북의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 여성 등 각계각층이 이곳에서...

  • HERI
  • 2019.03.12
  • 조회수 3878

[한겨레 프리즘] 청년 이슈에 대한 태도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뜨겁다. 이 현상의 핵심에 20대 남성의 ‘역차별 인식’이 있다. 최근 20~30대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

  • HERI
  • 2019.02.25
  • 조회수 4348

[유레카]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반응 톺아보기

지난 주말 기본소득이 반짝 회자되었다. 핀란드가 이태 동안 벌인 기본소득 실험의 ‘예비결과’(1차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압축하면 이렇다. “기본소득은 2017년 자료만 볼 때 수령자들의 고용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의미있...

  • HERI
  • 2019.02.13
  • 조회수 4602

[한겨레 프리즘] 핵심 지지층이 떠나고 있다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포 원도심 차명 투기 의혹,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두 사안이 다르고, 손 의원의 경우는 논쟁적 요소가 꽤 있...

  • HERI
  • 2019.01.23
  • 조회수 4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