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뜨는 동네’ 서촌 지키는 지역공동체

청년이 바라본 주민자치 ⑨ 종로구 주민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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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통인시장 고객센터에서 정홍우 통인커뮤니티 대표가 동국대생들에게 ‘통인시장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통인커뮤니티 제공


“좋은 바람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지난 5월23일 관악구 신림역 3번 출구의 한 주점이 행사장에에 써붙인 문구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행사다. ‘바보주막’(cafe.daum.net/baboinn)은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하던 ‘사람 사는 세상’의 뜻과 가치를 공유하고 이어가려는 주막이다. 서울 외에도 부산, 인천, 김해 등에서 성업 중이다. 관악구의 바보주막은 2014년 3월 130여 명의 조합원이 모여 ‘좋은바람협동조합’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현재는 490명의 조합원이 함께한다.

주점으로서 가장 기본이 되는, 몸에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유기농 쌀로 만든 ‘봉하막걸리’와 국산 고춧가루, 국산 김치를 사용한 제철 안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는다.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을 위해 기분 좋게 한턱 내는 ‘바보쿠폰’도 있다. 조합원이나 손님이 선금을 내고 ‘받는 이’의 조건을 지정해 안주나 술을 제공하도록 만든 쿠폰이다. “비 오는 날에 기분 꿀꿀한 아무나 막걸리 2통 드세요” “후배들에게 미안한 50대가 취업 준비로 힘들어하는 20대에게 매콤오삼볶음 하나 쏩니다.” 쿠폰을 매개로 정이 오간다.

 

소통과 정이 넘치는 공간을 위해 조합원과 임원이 모두 사장이란 생각으로 팔을 걷어붙인다. 경기 불황을 이겨내는 바보주막만의 비법이다. 이사들은 무보수로 주막 매니저 업무와 조합 사무를 맡아 하며 인건비를 절약한다.

조합원들은 단체 손님이나 조합 행사 때면 주방에서 설거지하고 서빙하며 무료 봉사를 한다. 신규 조합원 가입 독려, 출자금 증액운동 동참, 자발적인 월 후원금 쾌척 등에 앞장섰다.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협동조합은 작은 행사나 주점 운영에 대해서도 매번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회의를 통해 행사 기획과 운영에 동참하도록 한다. 조합원과 지역주민들이 애용하는 사랑방이기에 경제난에도 든든하다.

 

시민교육 공간 몫도 한다. 지난 7월24일 1인 미디어 ‘아이엠피터’의 강연을 비롯해, 올해 지금까지 아홉 차례 학자·정치인·저술가 등 다양한 연사를 초빙해 강연을 열고 있다. 인근 주민까지 포함해 늘 60명의 참석자가 통로까지 꽉 들어찬다. 때로는 인디밴드의 공연이 있고, 시국 관련 토론회가 열리기도 한다. 건강한 음식과 수다, 그리고 정치가 섞여 있는 생활정치 공간이다. 김정만 조합 이사장는 “정치란 생활과 사회 속의 여러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다. 정치를 좁게 해석하지 않고 우리 문제로 인식하며 외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socialec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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