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뜨는 동네’ 서촌 지키는 지역공동체

청년이 바라본 주민자치 ⑨ 종로구 주민네트워크



  • 페이스북
  • 트위터
  • 스크랩
  • 프린트

크게 작게

148116240797_20161209.JPG
지난 10월 통인시장 고객센터에서 정홍우 통인커뮤니티 대표가 동국대생들에게 ‘통인시장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통인커뮤니티 제공


“좋은 바람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지난 5월23일 관악구 신림역 3번 출구의 한 주점이 행사장에에 써붙인 문구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행사다. ‘바보주막’(cafe.daum.net/baboinn)은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하던 ‘사람 사는 세상’의 뜻과 가치를 공유하고 이어가려는 주막이다. 서울 외에도 부산, 인천, 김해 등에서 성업 중이다. 관악구의 바보주막은 2014년 3월 130여 명의 조합원이 모여 ‘좋은바람협동조합’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현재는 490명의 조합원이 함께한다.

주점으로서 가장 기본이 되는, 몸에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유기농 쌀로 만든 ‘봉하막걸리’와 국산 고춧가루, 국산 김치를 사용한 제철 안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는다.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을 위해 기분 좋게 한턱 내는 ‘바보쿠폰’도 있다. 조합원이나 손님이 선금을 내고 ‘받는 이’의 조건을 지정해 안주나 술을 제공하도록 만든 쿠폰이다. “비 오는 날에 기분 꿀꿀한 아무나 막걸리 2통 드세요” “후배들에게 미안한 50대가 취업 준비로 힘들어하는 20대에게 매콤오삼볶음 하나 쏩니다.” 쿠폰을 매개로 정이 오간다.

 

소통과 정이 넘치는 공간을 위해 조합원과 임원이 모두 사장이란 생각으로 팔을 걷어붙인다. 경기 불황을 이겨내는 바보주막만의 비법이다. 이사들은 무보수로 주막 매니저 업무와 조합 사무를 맡아 하며 인건비를 절약한다.

조합원들은 단체 손님이나 조합 행사 때면 주방에서 설거지하고 서빙하며 무료 봉사를 한다. 신규 조합원 가입 독려, 출자금 증액운동 동참, 자발적인 월 후원금 쾌척 등에 앞장섰다.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협동조합은 작은 행사나 주점 운영에 대해서도 매번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회의를 통해 행사 기획과 운영에 동참하도록 한다. 조합원과 지역주민들이 애용하는 사랑방이기에 경제난에도 든든하다.

 

시민교육 공간 몫도 한다. 지난 7월24일 1인 미디어 ‘아이엠피터’의 강연을 비롯해, 올해 지금까지 아홉 차례 학자·정치인·저술가 등 다양한 연사를 초빙해 강연을 열고 있다. 인근 주민까지 포함해 늘 60명의 참석자가 통로까지 꽉 들어찬다. 때로는 인디밴드의 공연이 있고, 시국 관련 토론회가 열리기도 한다. 건강한 음식과 수다, 그리고 정치가 섞여 있는 생활정치 공간이다. 김정만 조합 이사장는 “정치란 생활과 사회 속의 여러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다. 정치를 좁게 해석하지 않고 우리 문제로 인식하며 외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socialec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한겨레 프리즘] 진짜 ‘이적행위’ / 김공회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러시아 혁명>이라는 절판된 책을 대중이 읽기 쉽게 인터넷에 올렸다는 이유로 사람이 잡혀갔다. 러시아혁명 100주년이 되는 해 벽두에 벌어...

  • admin
  • 2017.01.09
  • 조회수 3026

[토요판] 법인세 논쟁, ‘자원배분 왜곡’ 바로잡는 차원에서 봐야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토요판] 뉴스분석 왜? 법인세 실효세율 논란 자료사진" alt="세액감면이 대기업에 집중되다 보니, 일부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그보다 작은 규모의 기업에 비해 낮아지는 기현상이...

  • admin
  • 2017.01.09
  • 조회수 3172

[토요판] 특집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2017년이 기억해야 할 교훈들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토요판] 특집 2017년과 세계 ▶ 2017년. 누구는 민주화운동 30년으로, 또 누구는 박정희 100년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시야를 확장하면, 지구촌의 2017년은 다른 얼굴로 다...

  • admin
  • 2017.01.05
  • 조회수 3267

【HERI 쟁점진단】사회보험도 없는 비정규직 499만, 그들은 누구인가?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HERI 쟁점진단】 비정규직의 57.8%,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 ‘직장가입’ 모두 제외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2005 vs. 2015) 분석 결과 비정규직 문제인가, 영세사업장...

  • admin
  • 2016.12.21
  • 조회수 2922

【HERI 쟁점진단】노동자 임금상승률은 떨어지고 불평등은 커져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HERI 쟁점진단】 ILO ‘세계임금보고서’ 발간…기업간·기업 내부 불평등 심화 기업간 불평등과 기업내 불평등 현상 동시에 나타나…최저임금 인상, 초기업 단체교섭 촉진 등 ...

  • admin
  • 2016.12.21
  • 조회수 2998

경제 위기에 서민이 ‘호구’되는 이유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긴축 마크 블라이스 지음, 이유영 옮김/부키·2만2000원 경제학자에겐 두 가지 편견이 따른다. 하나는 경제학자라면 경제에 대해 무조건 잘 알리라는 것이다. 이웃에 경제학자라도 ...

  • admin
  • 2016.12.21
  • 조회수 2260

[한겨레 프리즘] 혐오와 물신주의 / 김공회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를 정치와 경제라는 양대 영역으로 구분하는 것은 근대사상사의 오랜 전통이다. 이 둘은 서로 꽤 명확히 ...

  • admin
  • 2016.12.15
  • 조회수 2289

‘뜨는 동네’ 서촌 지키는 지역공동체 | 청년이 바라본 주민자치 ⑨ 종로구 주민네트워크

‘뜨는 동네’ 서촌 지키는 지역공동체청년이 바라본 주민자치 ⑨ 종로구 주민네트워크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지난 10월 통인시장 고객센터에서 정홍우 통인커뮤니티 대표가 동국대생들에게 ‘통인시장 어제...

  • admin
  • 2016.12.08
  • 조회수 2619

[한겨레 프리즘] 세계화의 종말? / 김공회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누가 당선되든 예정된 수순이긴 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말이다. 그래도 오바마 정부가 한참 공들여 키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 admin
  • 2016.11.15
  • 조회수 2087

[한겨레 프리즘] 세계화의 종말? / 김공회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누가 당선되든 예정된 수순이긴 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말이다. 그래도 오바마 정부가 한참 공들여 키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 admin
  • 2016.11.15
  • 조회수 1951

[유레카] 더불어 행복 / 박순빈

사람들은 즐겁고 만족스러운 상태일 때 흔히 “행복하다”고 한다. 즐거움과 만족이 행복의 모든 조건일 수는 없다. 여러 조건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 즐거움과 만족의 충족을 매우 중시하는 학자들이 있다. ‘이기적인 ...

  • admin
  • 2016.11.11
  • 조회수 1745

[한겨레 프리즘] 노벨상 잡상/김공회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노벨 문학상 존립에 대한 의문도 던져준다. 이미 세계적 스타인 밥 딜런 같은 이가 상을 받아서 인류가 얻을 이익이 무엇일까? 앞으로는 사람들이 그의 음악...

  • admin
  • 2016.10.16
  • 조회수 2133

국가경쟁력 떨어뜨리는 ‘노사간 협조’, 누구 책임인가?

【세계경제포럼(WEF) 경쟁력보고서】 한국 ‘노사간 협조’, 꼴찌에서 4번째…2008년 이후 ‘정부 무능’ 탓 세계경제포럼(WEF)의 ‘2016~17년 경쟁력보고서’가 28일 나왔다. 우리나라 전체 순위는 26위로, 역대 최하위 수준에서 3...

  • admin
  • 2016.09.29
  • 조회수 2659

국가경쟁력 떨어뜨리는 ‘노사간 협조’, 누구 책임인가?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세계경제포럼(WEF) 경쟁력보고서】 한국 ‘노사간 협조’, 꼴찌에서 4번째…2008년 이후 ‘정부 무능’ 탓 세계경제포럼(WEF)의 ‘2016~17년 경쟁력보고서’가 28일 나왔다. 우리나...

  • admin
  • 2016.09.29
  • 조회수 2528

급속하게 늘고 있는 ‘혼자 사는 중년들’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드러난 40~50대 1인 가구 증가세, 다른 연령층 압도 가구 구성의 변화 추이(1980~2015), 자료: 통계청 10년이면 강산도 몰라보게 달라지는 것처럼, 사람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사회경제적 환경도 빠르게...

  • admin
  • 2016.09.28
  • 조회수 2942

급속하게 늘고 있는 ‘혼자 사는 중년들’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드러난 40~50대 1인 가구 증가세, 다른 연령층 압도 가구 구성의 변화 추이(1980~2015), 자료: 통계청 10년이면 강산도 몰라보게 달라지는 것처럼, 사람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사회경제적 환경도 빠르게 ...

  • admin
  • 2016.09.28
  • 조회수 2798

한국엔 ‘1년 이상 장기실업자’ 없다?

12개월 이상 실업자, OECD평균 34%인데 한국은 사실상 제로(0) 짧은 실업급여 기간 탓…‘구직활동하는 실업자’ 대열에서 자발적 이탈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수가 1...

  • admin
  • 2016.09.22
  • 조회수 2754

[한겨레 프리즘] ‘전기요금 논란’이 남긴 것 / 김공회

이번 여름의 태양만큼이나 뜨거웠던 게 전기요금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돌이켜보면 ‘8월 전기요금 폭탄’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그 반향은 어느 때보다도 컸다. 이번 파동의 원인으로 많은 이들이 ‘기록적인 폭염’을 ...

  • admin
  • 2016.09.19
  • 조회수 2631

[한겨레 프리즘] ‘전기요금 논란’이 남긴 것 / 김공회

이번 여름의 태양만큼이나 뜨거웠던 게 전기요금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돌이켜보면 ‘8월 전기요금 폭탄’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그 반향은 어느 때보다도 컸다. 이번 파동의 원인으로 많은 이들이 ‘기록적인 폭염’을 ...

  • admin
  • 2016.09.19
  • 조회수 2434

[유레카] 선물과 뇌물 사이 / 박순빈

말 많았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28일부터 드디어 시행된다. 공직자와 언론, 교육계에 몸담은 사람들은 앞으로 3, 5, 10이라는 숫자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남한테 공짜로 한 ...

  • admin
  • 2016.09.19
  • 조회수 2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