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범용로봇 사람처럼 쓸모 ‘무궁무진’
일본 소프트뱅크가 판매중인 최초의 감성인식형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는 최근 생산 중단과 사업 철수 추진 사실이 알려졌다. 소프트뱅크 제공.
각종 도구, 기계장치가 대부분 사람의 조작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기 때문에 잘 기능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면 사람 활동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거나 지원할 수 있다. 인간형 로봇 소피아를 개발한 핸슨로보틱스의 창업자 데이비드 핸슨은 일찍이 “사람을 닮은 로봇은 넘어지고 대화에서 주제를 잃어버리고 우리를 오해하고 흥분시키는 만큼 실망시키며 개발자와 일반인을 좌절시킨다” 면서 “하지만 걸음마 단계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계속 성장하므로 양육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사람을 닮은 로봇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사회적 기능을 통해, 다른 기계가 제공할 수 없는 가치와 역할을 보여줄 수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인간을 위협하는 인간형 로봇을 우려할 단계는 까마득해 보인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로봇 분야를 넘어 생물학, 인지과학, 기계공학, 인공지능 및 음성인식, 신경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개발을 촉진시키므로 광범한 과학기술 발달로 이어진다는 게 개발찬성론자들의 견해다.
■ “ 휴머노이드 로봇, 장점 없다”
컴퓨터의 선구자 앨런 튜링은 1951 년 “사람 닮은 로봇을 만드는 일은 헛되고 매우 불쾌한 결과가 될 것” 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지 말라” 고 경고했다. < 인공지능: 현대적 접근 > 의 저자 스튜어트 러셀도 “휴머노이드 로봇의 문제는 그 모습 때문에 우리가 인간의 특성을 부여하도록 속인다는 점” 이라며 “그걸 빼면 휴머노이드의 장점은 없다” 고 최근 밝혔다.
구글 로봇공학자 출신의 로봇사업가 라이언 힉맨은 < 미디엄 > 기고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옳은 문제에 대한 그릇된 해답” 이라며 “어떤 작업을 자동화하려면 온전한 사람의 형태보다는 전동 연필깎이처럼 훨씬 단순한 형태로 수행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미래 자동차 기술 또한 운전로봇대신 자율주행차량 개발 경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정에서도 사람닮은 1 대의 범용 로봇이 아니라 청소, 설거지, 세탁, 요리 등 고유의 기능별 직무를 자동화한 각각의 로봇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발언이 실체없이 과대포장된 마케팅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 시엔엔 (CNN)> 과 <블룸버그> 등 외신은 머스크가 기존에도 실체없이 이미지만 갖고 마케팅을 벌여온 과거를 상기시켰다. 또다른 형태의 로봇인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동시에 개발한다는 머스크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상호충돌하는 사업전략이기도 하다.
2015년 미국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 ( 다르파 ) 주최 재난로봇대회에서 우승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한 오준호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 한겨레 > 와의 통화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구하고 있지만, 실용적 목적을 갖고 하는 것은 아니다” 라며 “인간형 로봇은 다목적이어서 인간처럼 무엇이든 시도하게 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이라고 말했다. 재난상황이나 우주탐사와 같은 예측불가 상황에서 다른 수단이 없을 때 휴머노이드의 활용가치가 있지만, 현 단계에선 실용성이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