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 경쟁력보고서】 한국 ‘노사간 협조’, 꼴찌에서 4번째…2008년 이후 ‘정부 무능’ 탓
세계경제포럼(WEF)의 ‘2016~17년 경쟁력보고서’가 28일 나왔다. 우리나라 전체 순위는 26위로, 역대 최하위 수준에서 3년째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참조: ‘대한민국 국가경쟁력 26위…3년째 제자리 걸음’).

부문별는 노동시장 지표가 눈에 띈다. 특히 ‘노사간 협조’(cooperation in labor-employer relations)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135위로, 조사대상이 된 152개국 중 이 부문 자료가 없는 나라(14개국)을 제외한 138개국 중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트리니다드토바고, 우루과이에 이어 꼴찌에서 4번째 자리에 올랐다. 이는 흔히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파업을 일삼고 전투적이라는 비판의 근거가 되곤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사관계 지표가 늘 이렇게 최하위권이었던 것은 아니다. 세계경제포럼은 1979년부터 나라별 경쟁력순위를 발표해 왔고, 현재와 같은 형태를 갖춘 지도 이제 10년째다. 지난 10년간 ‘노사간 협조’에서 우리나라 순위를 보면, 2007년에는 55위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냈으나 그 이듬해 95위, 그 다음엔 131위로 급락한 뒤 줄곧 최하위를 지켰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것은 2008년 이후 국내의 어떤 노사관계 또는 이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 변화 때문에 이 지표가 급격히 나빠졌음을 시사한다.


세계경제포럼 각 년도 ‘경쟁력보고서’ 상의 우리나라 ‘노사간 협조’ 지수와 순위. (이 보고서에서 질적 성격을 갖는 각 지표는 0~7 사이의 값을 갖고, 이 값에 따라 각국의 순위가 매겨진다.)

세계경제포럼 각 년도 ‘경쟁력보고서’ 상의 우리나라 ‘노사간 협조’ 지수와 순위. (이 보고서에서 질적 성격을 갖는 각 지표는 0~7 사이의 값을 갖고, 이 값에 따라 각국의 순위가 매겨진다.)


사실 세계경제포럼의 국제경쟁력 평가의 신뢰성은 늘 도마에 올라 왔다. 이 단체 자체가 공적 기관이 아닐 뿐만 아니라 자료수집 과정에서 경영자들의 관점이 주로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격은 특히 ‘노사간 협조’와 같은 항목에서 심각한 왜곡을 낳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노사간 협조’ 수준이 전세계 꼴찌에서 4번째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왜곡된 자료라 하더라도, 10년 정도 쌓인 것을 시계열로 보는 것은 그 나름의 의의가 있다. 도대체 2008년 이후 무슨 일 때문에 우리나라의 ‘노사간 협조’ 지표가 급격히 떨어진 것일까?

무엇보다 2008년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해이고, ‘노사간 협조’가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친 2009년엔 이른바 ‘쌍용차 사태’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줄곧 노동을 압박하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 기조는 현 정부 들어 한층 강화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급기야 올초엔 비교적 정부에 협조적인 입장을 보였던 한국노총마저도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리고 말았다. 애초 한국노총은 지난해 9월 민주노총이 빠진 ‘반쪽짜리’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 의결에 참여했으나, 올 1월 “정부가 노사정 합의 내용과 다른 노동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2개 지침을 발표했다”며 ‘9·15 노사정 합의’ 파탄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지난 8년간 우리나라의 ‘노사간 협조’ 지표가 떨어진 것은 현재 정부와 일부 보수매체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전적으로 노동계에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 오히려 2008년 이후 계속된 경제위기 속에서 노사관계의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후 조선업 등 취약업종에서 대책없는 대량해고를 낳지 않고 노사관계를 원만히 풀어가는 문제도 결국엔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정부는 1백만 명이 넘는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고용주이기도 하다. 범위를 공공부문 전체로 확대하면 30만명이 더 늘어난다. 현재 진행중인 공공부문의 파업은 바로 이러한 ‘고용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정부에 맞서는 성격이 크다.

물론 경제가 어려워지면 노사관계도 경직되게 마련이다. 서로들 여유가 없으니 그럴 수 있다. 정부가 ‘능력’을 발휘할 때가 바로 이럴 때다. 2008년 이후 세계경제포럼 경쟁력보고서를 보면, ‘노사간 협조’와 함께 우리나라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또 하나의 ‘주범’이 정부의 무능이었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정부의 정책 비일관성(19.%)과 비효율성(15.7%)이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가장 큰 걸림돌로 어김없이 꼽혔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가 좀 더 슬기롭고 포용적인 자세로 노사관계를 안정시키는 데 능력을 발휘한다면, 노사관계와 정부 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림으로써 우리나라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일거양득’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gg@hani.co.kr


등록: 2016-09-28 17:10수정: 2016-09-28 18:11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631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