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김공회 연구위원.JPG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매년 찾아오는 최저임금 결정 시즌이다. 올해는 금액 자체뿐 아니라 고시 방법을 둘러싸고서도 의견 대립이 첨예하다. 이제껏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고시되는 게 관례였으나 노동계에서 이를 월급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언뜻 보면 ‘왜 이런 걸 가지고 싸우나’ 싶기도 하다. 시급이 모이면 일당이 되고, 일당이 모이면 자연 월급이 될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임금 결정에서는 이러한 단순한 덧셈과 곱셈이 통하지 않는다. 주범은 ‘주휴수당’이다. 우리 법에서는 주당 15시간 이상 고용할 경우 노동자에게 하루의 주휴수당을 의무 지급하도록 돼 있다. 예컨대 한 대학생이 평일 내내 하루에 3시간씩 학교 근처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다면 그는 15시간이 아니라 18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요컨대 시급으로 고용되는 노동자들이 주휴수당의 존재와 그 계산법을 잘 몰라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많고, 또한 이를 악용하는 업주들도 많으니, 최저임금을 고시할 때 아예 주휴수당이 고려된 월급을 단위로 하자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여기 반대하는 경영계의 ‘저의’가 무엇인지도 의심스럽지만, 정말로 개탄스러운 것은 저 ‘하루의 주휴수당’을 넣느냐를 두고 온 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의 문명 수준이다. 주휴수당이라는 게 뭔가? 일주일 열심히 일했으니 하루는 쉬되 그 하루의 삶을 재생산하는 데도 평소와 다름없이 돈이 들 것이기에 받는 게 주휴수당이다. 이 휴일은 한주간 소진된 노동력 회복에 필수적이라는 뜻에서 거기 드는 비용은 전액 임금의 개념에 포함됨이 마땅하다. 우리의 법률은 바로 이 점을 적시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급휴일도 이틀이 되어야 마땅하나 현행법상에서는 오직 하루만의 주당 유급휴일을 강제하고 있을 뿐이다. 주5일제를 도입할 때 경영계가 극렬히 반대해 유급휴일은 하루만 강제하고 나머지는 노사 자율에 맡기도록 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현재 우리나라 노동자는 법적으로 ‘5일 일하고 6일치 받아서 7일 살아야 하는’, 아주 괴이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문명국’이라면 이제 주5일제 도입도 10년을 훌쩍 넘겼으니 저 ‘6일치 받아서’ 부분을 ‘7일’로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인데, 지금 최저임금위원회는 확실한 ‘6일치’의 지급에 반대하는 경영계의 ‘뻗치기’로 공전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주휴수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임금 지급의 시간범위를 늘려갈수록 거기 포함될 요소들은 늘어난다. 하루 3시간 일하는 ‘알바’에게 홀어머니를 위한 가족수당이나 자녀의 교육비, 자신의 노후보장비 등을 지급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이미 보편적인 임금의 요소들로 고려되고 있다. 과연 이런 것들을 ‘시급제’ 노동자에게 어떻게 보장해줄 것인가? 노동 유연화로 시급제 비정규 노동이 일반화한 지금, 이 질문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니 이런 사항들도 최저임금위원회의 안건에 오르는 것이 당연하고, 그래서 현재의 사태가 더 개탄스럽다.

한편, 이에 대해 인류가 고안한 가장 유력한 방안이 바로 복지국가다. 노동자의 삶의 재생산에서 장기적이고 보편적인 성격을 갖는 부분들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국민복지에 전향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시장임금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것이고,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 증폭될 것이다.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gg@hani.co.kr




등록: 2016-06-26 18:01수정: 2016-06-26 19:06

한겨레에서 보기: http://hani.co.kr/arti/opinion/column/749751.html

첨부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숨겨진 일자리

[유레카] 박근혜씨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뒤로 대선 후보들 간 공약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각 후보는 장밋빛 일자리 창출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왠지 희떠운 소리로 들린다. 안팎 경제 상황으로 봐서는 고용 ...

  • HERI
  • 2017.03.16
  • 조회수 2277

대선의 출발, 4·16 그날

[한겨레 프리즘] 대한민국 여기저기에서처럼, 그날 밤 우리 동네에서도 뜨거운 파티가 열렸다. 겨우내 촛불 드느라 수고한 서로를 위로하고 축하했다. 삼년 전 그날의 참사가 없었다면 서로 비껴갈 인연들이었다. 세월호 이후의 ...

  • HERI
  • 2017.03.13
  • 조회수 2094

재벌 경영권은 챙기고 소비자 권익은 외면하는 공정위

[Weconomy | 주수원의 협동조합 A to Z] 국회가 마련한 생협 공제사업 허용 법률, 6년여 만에 공정위는 ‘바꾸자!’ 생협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생협 회원.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침...

  • admin
  • 2017.02.24
  • 조회수 2541

[유레카] 위대병 증후군

우리 속담에 ‘사주에 없는 관(冠)을 쓰면 이마가 벗어진다’는 말이 있다. 타고난 자질이나 능력이 없는데 벼슬을 맡으면 머리칼이 빠진다는 것으로, 제 분수에 넘치는 일을 맡으면 도리어 괴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속담에...

  • HERI
  • 2017.02.09
  • 조회수 2122

[한겨레 프리즘] 진짜 ‘이적행위’ / 김공회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러시아 혁명>이라는 절판된 책을 대중이 읽기 쉽게 인터넷에 올렸다는 이유로 사람이 잡혀갔다. 러시아혁명 100주년이 되는 해 벽두에 벌어...

  • admin
  • 2017.01.09
  • 조회수 2459

[토요판] 법인세 논쟁, ‘자원배분 왜곡’ 바로잡는 차원에서 봐야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토요판] 뉴스분석 왜? 법인세 실효세율 논란 자료사진" alt="세액감면이 대기업에 집중되다 보니, 일부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그보다 작은 규모의 기업에 비해 낮아지는 기현상이...

  • admin
  • 2017.01.09
  • 조회수 2425

[토요판] 특집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2017년이 기억해야 할 교훈들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토요판] 특집 2017년과 세계 ▶ 2017년. 누구는 민주화운동 30년으로, 또 누구는 박정희 100년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시야를 확장하면, 지구촌의 2017년은 다른 얼굴로 다...

  • admin
  • 2017.01.05
  • 조회수 2604

【HERI 쟁점진단】사회보험도 없는 비정규직 499만, 그들은 누구인가?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HERI 쟁점진단】 비정규직의 57.8%,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 ‘직장가입’ 모두 제외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2005 vs. 2015) 분석 결과 비정규직 문제인가, 영세사업장...

  • admin
  • 2016.12.21
  • 조회수 2317

【HERI 쟁점진단】노동자 임금상승률은 떨어지고 불평등은 커져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HERI 쟁점진단】 ILO ‘세계임금보고서’ 발간…기업간·기업 내부 불평등 심화 기업간 불평등과 기업내 불평등 현상 동시에 나타나…최저임금 인상, 초기업 단체교섭 촉진 등 ...

  • admin
  • 2016.12.21
  • 조회수 2283

경제 위기에 서민이 ‘호구’되는 이유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긴축 마크 블라이스 지음, 이유영 옮김/부키·2만2000원 경제학자에겐 두 가지 편견이 따른다. 하나는 경제학자라면 경제에 대해 무조건 잘 알리라는 것이다. 이웃에 경제학자라도 ...

  • admin
  • 2016.12.21
  • 조회수 1737

[한겨레 프리즘] 혐오와 물신주의 / 김공회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를 정치와 경제라는 양대 영역으로 구분하는 것은 근대사상사의 오랜 전통이다. 이 둘은 서로 꽤 명확히 ...

  • admin
  • 2016.12.15
  • 조회수 1770

‘뜨는 동네’ 서촌 지키는 지역공동체 | 청년이 바라본 주민자치 ⑨ 종로구 주민네트워크

‘뜨는 동네’ 서촌 지키는 지역공동체청년이 바라본 주민자치 ⑨ 종로구 주민네트워크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지난 10월 통인시장 고객센터에서 정홍우 통인커뮤니티 대표가 동국대생들에게 ‘통인시장 어제...

  • admin
  • 2016.12.08
  • 조회수 2017

[한겨레 프리즘] 세계화의 종말? / 김공회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누가 당선되든 예정된 수순이긴 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말이다. 그래도 오바마 정부가 한참 공들여 키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 admin
  • 2016.11.15
  • 조회수 1569

[한겨레 프리즘] 세계화의 종말? / 김공회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누가 당선되든 예정된 수순이긴 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말이다. 그래도 오바마 정부가 한참 공들여 키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 admin
  • 2016.11.15
  • 조회수 1444

[유레카] 더불어 행복 / 박순빈

사람들은 즐겁고 만족스러운 상태일 때 흔히 “행복하다”고 한다. 즐거움과 만족이 행복의 모든 조건일 수는 없다. 여러 조건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 즐거움과 만족의 충족을 매우 중시하는 학자들이 있다. ‘이기적인 ...

  • admin
  • 2016.11.11
  • 조회수 1258

[한겨레 프리즘] 노벨상 잡상/김공회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노벨 문학상 존립에 대한 의문도 던져준다. 이미 세계적 스타인 밥 딜런 같은 이가 상을 받아서 인류가 얻을 이익이 무엇일까? 앞으로는 사람들이 그의 음악...

  • admin
  • 2016.10.16
  • 조회수 1634

국가경쟁력 떨어뜨리는 ‘노사간 협조’, 누구 책임인가?

【세계경제포럼(WEF) 경쟁력보고서】 한국 ‘노사간 협조’, 꼴찌에서 4번째…2008년 이후 ‘정부 무능’ 탓 세계경제포럼(WEF)의 ‘2016~17년 경쟁력보고서’가 28일 나왔다. 우리나라 전체 순위는 26위로, 역대 최하위 수준에서 3...

  • admin
  • 2016.09.29
  • 조회수 2139

국가경쟁력 떨어뜨리는 ‘노사간 협조’, 누구 책임인가?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세계경제포럼(WEF) 경쟁력보고서】 한국 ‘노사간 협조’, 꼴찌에서 4번째…2008년 이후 ‘정부 무능’ 탓 세계경제포럼(WEF)의 ‘2016~17년 경쟁력보고서’가 28일 나왔다. 우리나...

  • admin
  • 2016.09.29
  • 조회수 1966

급속하게 늘고 있는 ‘혼자 사는 중년들’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드러난 40~50대 1인 가구 증가세, 다른 연령층 압도 가구 구성의 변화 추이(1980~2015), 자료: 통계청 10년이면 강산도 몰라보게 달라지는 것처럼, 사람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사회경제적 환경도 빠르게...

  • admin
  • 2016.09.28
  • 조회수 2302

급속하게 늘고 있는 ‘혼자 사는 중년들’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드러난 40~50대 1인 가구 증가세, 다른 연령층 압도 가구 구성의 변화 추이(1980~2015), 자료: 통계청 10년이면 강산도 몰라보게 달라지는 것처럼, 사람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사회경제적 환경도 빠르게 ...

  • admin
  • 2016.09.28
  • 조회수 2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