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정치에 대한 불만과 불신으로 인해 정치인은 인공지능(AI)으로 가장 대체하고 싶은 직업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치인은 인공지능 시대에 사라지지 않을 최후의 직업일 것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국회에서 절대로 자신들의 직업을 위협하는 인공지능을 허용하는 법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실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인공지능 정치인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지난 6일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와 너무 닮아 놀랐습니까”라며 ‘에이아이 윤석열’을 선보였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를 닮은 디지털 아바타 ‘명탐정 이재봇’을 공개했다. 김동연 후보도 인공지능 아바타 ‘윈디’를 소개했다.


실제로 2018년 4월 일본 도쿄도 다마시 시장 선거엔 마쓰다 미치히토라는 인공지능 후보가 출마해, 4013표를 얻고 낙선한 일이 있다. 사람만 피선거권이 있어 동명의 사람이 출마했지만, 마쓰다는 선거공보에 로봇 얼굴을 인쇄하고 당선하면 인공지능에 결정을 위임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사욕 추구와 부정부패 우려가 없고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최적의 예산 분배와 정책 집행이 가능하다는 걸 내세웠다.


국내에서 인공지능 정치인의 등장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정책 기능이 아니라, 후보의 디지털 이미지를 홍보하고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유비쿼터스 선거운동 목적에서다. 기술 변화에 따라 선거에 텔레비전 토론과 광고가 도입된 것처럼, 논란 속에서도 인공지능과 디지털 아바타를 활용하는 ‘메타버스 선거운동’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가상과 현실이 뒤섞이는 메타버스 세상은 편리함만큼 위험도 높다. 진짜와 똑같은 가짜 이미지 천지인 딥페이크 세상인 까닭이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가짜와 진짜를 판별하는 정보의 신뢰성과 사실성 식별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배경이다. 디지털 세상은 복잡하고 번거로운 직무를 편리한 기술이 대체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고 실제 서비스 개발로 이어진다. 사람이 점점 더 많은 사고와 판단을 똑똑한 기계에 위임하는 배경이다. 대의민주주의는 공동체의 주요 사안을 정치인에게 위임하는 선거를 통해 작동한다. 후보가 내세운 정책과 공약의 신뢰도를 직접 따져보는 정보 판별 능력은 선거만이 아니라 딥페이크 시대의 핵심 기술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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