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임팩트 투자 플랫폼, 사회의 미래에 투자하는 문화 조성
사회 가치 창출하는 프로젝트·사업에 돈의 흐름 이어줘

임팩트투자 플랫폼 비플러스 누리집(benefitplus.kr)
임팩트투자 플랫폼 비플러스 누리집(benefitplus.kr)

“내 돈이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쓰였다니 기쁘네요.”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회사에 한 중년 여성이 남긴 후기다. 처음엔 수익률에 대한 기대로 투자를 결정했는데, 내 돈이 좋은 일에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자부심이 생겨서 좋았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이 시민 투자자는 은행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착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사람들은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걸 잘 모른다. 가치 있는 프로젝트와 개인을 연결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만들기 위한 중개 비즈니스. 개인의 투자금을 모아 자금이 필요한 착한 기업, 훌륭한 사업에 돈을 빌려줌으로써 투자자와 투자처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마당이 ‘시민 참여 임팩트 투자 플랫폼’이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투자연계(P2P) 시장에서 활동하는 회사들은 무척 많다. 하지만 임팩트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은 드물다.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과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개기관은 투자원금과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리 가치가 높아도 손실이 생기면 사람들은 떠날 것이다.

기존 금융거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영역이지만, 착한 투자자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등 온라인 임팩트 투자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 같아 고무적이다. 시민들의 의식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한편에선 영혼까지 끌어당겨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지구 환경과 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며 마음을 보태는 이들이 있어 희망이 느껴진다.

시민 참여형 임팩트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사업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지원 덕분에 과거보다 돈의 흐름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사회적 경제 기업들은 자금에 목말라 하고 있다. 금융회사와 정책 금융기관들을 통해 돈을 빌리거나 투자받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시민들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직접 조달받으면 어떨까. 금융회사에 돈을 묻어두는 것보다 나은 수익률을 제공해줄 수 있다면, 시민들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 선뜻 투자할 것이다. 은행에 맡긴 돈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방식은 내가 직접 투자처를 고를 수 있다. 내 돈이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일 수 있다. 이것이 시민 참여형 임팩트 투자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다. 수익만 좇는 차가운 금융 질서를 넘어 돈이 우리 사회를 위해 유익하게 쓰이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올 한 해, 시중 은행들은 역대 최고 호황을 누리며 수십조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이익 대부분은 예·대 마진이고, 원천은 시민들이 은행에 맡긴 돈을 빌려주고 거둬들인 이자 수입이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가운데, 생계유지를 위해 절박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자 장사를 하고 큰돈을 벌었다. 은행들은 과연 이 수익을 누릴 만큼의 가치를 창출했을지 묻고 싶다.

동시에 금융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금융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어떤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방식은 그대로 둔 채 대출 총량을 줄이는 것만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겠는지, 사회와 환경을 위한 금융 지원체계는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는지, 금융이 시민을 위해 일하도록 하려면 어떤 변화가 따라주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돈의 주인은 누구인가? 시민이다. 정부에 낸 세금도 은행에 맡긴 예금도 모두 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하지만 현실의 금융은 시민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 때가 됐다. 낡은 질서를 바꿀 수 있는 해법은 깨어 있는 시민들의 자각과 실천 그리고 사회적 상상력이다.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장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유레카] ‘15초 영상’ 인기가 알려주는 미래 / 구본권

틱톡은 세대 차가 유난히 큰 모바일 플랫폼이다. 중국 바이트댄스가 서비스하는 15초 동영상 기반의 소셜미디어인 틱톡은 10대 사이에선 선풍적 인기지만 기성세대는 존재조차 모르는 이가 많다. 2020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

  • HERI
  • 2022.02.24
  • 조회수 1585

[유레카] 이재용의 ‘노사화합’ 약속은? / 곽정수

지난해 8월 삼성전자와 노조가 창사 52년 만에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2020년 5월 대국민 사과에서 “더는 무노조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삼성 역사 81년 만에 ‘무노조경영’을 포기...

  • HERI
  • 2022.02.22
  • 조회수 1045

사회적 금융이란 무엇인가?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19] 사회적 금융은 시장금융 공백 채우는 활동 금융 취약계층과 낙후 지역 발전 돕고 사회혁신기업 지원과 구성원 삶의 질 높이는 사람과 사회 중심의 따뜻한 금융 언스플래쉬 사회적 금융은 시...

  • HERI
  • 2022.02.11
  • 조회수 1201

[아침햇발] “이건 당신이 대통령이야” 하면 다 되나 / 이봉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상식 회복 공약-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경제사회연구원장· 논설위원 지난주 열린 첫 대선 후...

  • HERI
  • 2022.02.10
  • 조회수 1201

‘보행중 시청’ ‘1.5배속 재생’ 유튜브 시청 ‘짜내기’ 신공

삼성전자가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5대 안전규정’ 준수를 의무화했다. 5가지 규정은 주요 사업장에서 보행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무단횡단 금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운전 중 과속 금지·사내 제한속도 준수,...

  • HERI
  • 2022.02.07
  • 조회수 1373

신협, 사회적 경제 지원해야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자조와 협력으로 전후 어려움 극복한 신협 세계 4위 협동조합 금융기관으로 성장했지만 민간 금융사 운영 방식 따르며 정체성 잃어 사회적 경제 특화 금융 체계 만들어 정부 정책자금에 의존 ...

  • HERI
  • 2022.02.03
  • 조회수 1156

[유레카] 인간만이 지닌 능력 / 구본권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의 존재를 유럽에 알린 콜럼버스는 이후 10여년간 4차례 항로를 변경해가며 신대륙 탐험을 이어갔다. 콜럼버스의 배는 1503년 6월 마지막 항해 때 자메이카 해안에 좌초해 원주민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체류...

  • HERI
  • 2022.01.26
  • 조회수 1328

[유레카] ‘갑질 기업’의 전략적 봉쇄소송 / 곽정수

미국의 사회학자 카난과 법학자 프리그는 기업·정부·공직자 등이 공적 관심사나 쟁점에 대해 자신에게 반대하거나 불리한 주장을 하는 것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을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정의했다. 전략적 봉쇄소...

  • HERI
  • 2022.01.25
  • 조회수 1252

‘사회성과연계채권’을 활용하자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언스플래쉬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 SIB)이란 비용이 많이 들고 다루기 힘든 사회문제를 정부, 민간기업,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협력해 해결하는 성과 기반 보상 ...

  • HERI
  • 2022.01.17
  • 조회수 1372

[아침햇발] 8년 숙원 사회적 경제 기본법, 이번엔 마침표 찍자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이 법 제정을 열망하는 사회적 경제 단체와 사회적 경제인들이 ‘시민행동’을 결성하는 등 수년간 입법 청원 활동을 벌였다. 사진은 ‘시민행동’에 참여한 사회적 경제인들이...

  • HERI
  • 2022.01.07
  • 조회수 1195

기업의 ‘임팩트 워싱’ 우려된다고? ‘임팩트’ 평가기준부터!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산출·성과보다 목표 실현하는 ‘임팩트’ 중요 임팩트 측정 어떻게 할 것인가는 향후 과제 국내·외 사회적 가치, ESG 측정법 많지만 ‘임팩트 워싱’ 현상 일어나지 않으려면 정부가 올바른 방...

  • HERI
  • 2022.01.03
  • 조회수 1815

[유레카] ‘거수기 이사회’ 종언 판결 / 곽정수

법률전문매체인 <법률신문>이 선정한 ‘2021년 주요 판결’ 중에서 기업 담합행위에 대해 이사의 책임을 잇달아 인정한 대법원과 고등법원의 판결이 당당히(?) 1위에 올랐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유니온스틸(현 동국제강)의 소액주...

  • HERI
  • 2022.01.03
  • 조회수 1772

[유레카] 현실이 된 5년 전 ‘미래 예측’ / 구본권

“2022년이 되면 선진국 대부분의 시민들은 진짜 정보보다 거짓 정보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컨설팅업체 가트너가 2017년 10월 발표한 ‘미래 전망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미래 예측은 해당 시점에서 대부분...

  • HERI
  • 2022.01.03
  • 조회수 1188

자치의 힘을 믿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자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지방자치 의제는 중앙 집권식 공약이 아닌 지역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정책 설계 필요 언스플래쉬 선거철이다. 후보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표를 달라고 호소한다. 정책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

  • HERI
  • 2021.12.17
  • 조회수 1274

[유레카] 재벌의 ‘윤석열 공포증’ / 곽정수

요즘 기업인을 만나면 대선 후보에 대한 재계 시각을 물어본다. “그냥 납작 엎드려 있다”는 의례적 답변이 많다. 구설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보신성’ 대응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친분이 있는 기업인들은 조심스레 “윤석열...

  • HERI
  • 2021.12.13
  • 조회수 1633

“실명만” “복수계정 추천” 페북·인스타 ‘따로 또 같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이름을 바꾼 ‘메타플랫폼’ 소속의 사회관계망 서비스다. 두 서비스는 계정을 서로 연동할 수 있는 한울타리 안의 소셜미디어로, 메타플랫폼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지휘한다는 ...

  • HERI
  • 2021.12.13
  • 조회수 1437

[유레카] 메타버스 환경과 ‘인공지능 정치인’ / 구본권

정치에 대한 불만과 불신으로 인해 정치인은 인공지능(AI)으로 가장 대체하고 싶은 직업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치인은 인공지능 시대에 사라지지 않을 최후의 직업일 것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국회에서 절대로 자신들의 직업을...

  • HERI
  • 2021.12.13
  • 조회수 1220

[아침햇발] 대통령 혼자 유능할 수 없다 / 이봉현

문재인 정부는 30여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으나 집값을 잡지 못했고, 이는 민주당을 지지했던 많은 국민이 등을 돌리는 이유가 됐다. 사진은 2018년 9월13일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운데)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왼...

  • HERI
  • 2021.12.08
  • 조회수 1128

사회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

사회적 금융 원금 회수 원칙으로 사회가치 창출이라는 기금 취지 훼손 손실 문제 해결은 정책의 영역 사회혁신 조직에 돈이 흐르도록 정부는 사회투자 촉매자 역할해야 언스플래쉬 “ 빌려준 돈은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 ” 대...

  • HERI
  • 2021.12.02
  • 조회수 1154

[유레카] 재벌의 ‘아빠 찬스’ / 곽정수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최근 우리나라가 ‘청년층의 무덤’으로 전락했는데 여야 대선 후보들은 나랏빚으로 환심을 사겠다는 무책임한 대책만 내놓는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올해 상반기 청년층(15~29살)의 ...

  • HERI
  • 2021.11.25
  • 조회수 1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