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지난 1일 세계 최대 온라인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 노조 설립안이 통과했다. 미국 뉴욕의 스태튼아일랜드 아마존물류센터 직원들의 투표 결과, 55%가 찬성했다.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해 디지털 삶을 혁신시켜온 아마존닷컴에 생기는 첫 노조다. 아마존은 효율적인 물류와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높은 노동 강도로 유명하다. 지난해 3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아마존물류센터 직원에겐 10시간 근무 동안 30분씩 두 번 휴식시간이 주어질 뿐이고, 화장실 갈 틈도 없어 페트병을 이용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아마존은 미국 내 고용 규모에서 월마트(150만명)에 이어 2위 업체(110만명)이지만 노조가 없었다. 여러차례 설립 시도가 있었지만 사쪽의 집요한 방해 시도로 번번이 실패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아마존은 노조 설립을 저지하기 위해 유명 컨설팅업체를 고용하고 선전전을 벌이는 등 그동안 430만달러 넘는 돈을 써왔다. 지난해 11월 미국 노동관계위원회는 아마존의 노조 설립 방해 시도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월엔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인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에 첫 노조가 설립되었다. 처우와 업무환경에서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일터이지만 근래 직원들의 시위와 항의가 이어졌다. 성희롱 문제로 퇴직한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에게 퇴직금 1천억원 지급, 미 국방부와 인공지능을 협업하는 메이븐 프로젝트, 윤리적 인공지능 팀장과 직원 해고 등이 항의 배경이다. 페이스북에서는 지난해 내부고발자인 프랜시스 하우건 전 제품관리자의 폭로로, 돈벌이를 위해 청소년 자살과 외모주의 부추김 등 정신건강을 외면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아마존 노조 설립은 지금까지 실리콘밸리 기술자들이 주도해온 ‘기술행동주의’에 전통적 노동 이슈가 결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기술은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힘의 불균형이 심각한 영역이다. 힘의 불균형은 서비스기업-이용자 관계만이 아니라 회사-노동자 관계도 마찬가지다. 아마존 노조는 심한 불균형 상태의 빅테크 역학 관계에서 힘의 균형이 노동자와 이용자 쪽으로 이동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국내에서도 2018년 네이버·카카오에 노조가 설립된 이후 임원 선임과 급여 등 직원 목소리가 경영에 반영되는 걸 보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10374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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