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평창올림픽이 개막하고 메달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패자에게 더 큰 감동을 느낄 때도 있다. 규칙에 승복하는 경쟁이 주는 감동 덕분일 것이다. 불공정으로 찌든 세상이다. 그 아비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업적’으로 3세가 재벌총수가 되더니 기어코 집행유예를 받아낸다. 스포츠에서는 이렇게 뻔하고 창피한 각본이 없다. 그래서 승자는 존경받고, 패자는 격려받으며, 반칙은 응징된다.

공정성 논란이 뜨겁다. 발단은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대한 청년세대의 반발이었다. 청년세대 상당수는 남북 단일팀을 반칙으로 여겼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룰은 조금 어길 수도 있지 않으냐는 감각은 청년세대의 감수성과 불화한다. 단일팀 문제만이 아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기간제 교사, 공공부문 비정규직 등의 정규직화에 대해 정규직은 물론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세대들도 적잖이 반발하고 있다. 20대가 차별 철폐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룰대로 하자는 것이다. 정규직이 되려는 자, 경쟁의 관문을 뚫어라.


이 감수성의 일단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글로벌리서치가 19~59살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지난달 23~27일 온라인 방식 조사)를 통해 살펴보자. 20대(만 19~29살)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어느 세대보다 세대 내 차이, 균열이 심하다. 부유한 20대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가난한 20대에게 한국은 ‘헬’이다.


‘우리 사회는 한번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에 대해 20대는 39.4%가 그렇다고 응답해서 전체 평균(38.1%)과 비슷하다. 하지만 부유한 20대(50%)와 가난한 20대(19.6%)의 인식 차이는 꽤 크다. 가난한 20대는 가난한 40대, 50대보다 더 비관적이다.

가난한 20대의 32.1%가 미래 희망을 가지지만 부유한 20대는 89.6%가 미래 희망을 품고 있다. ‘우리 사회가 노력에 따른 공정한 대가가 제공되는 사회’라는 신념 역시 가난한 20대 12.5%, 부유한 20대 33.3%로 차이가 크다. 충격적인 것은 ‘자신의 노력을 통한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가난한 20대의 7.1%만 이렇게 믿는다. 부유한 20대 열에 아홉이 미래의 희망에 들떠 있는 동안, 가난한 20대는 열에 아홉이 노력을 통한 계층 상승은 불가능하다며 좌절하고 있다. 이 간격이 어느 세대보다 크다.

삶이 위태로우니 타인에 대한 관용도 설 자리가 없다. 가난한 20대는 ‘정부는 여성 친화적인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44.6%만 동의했다. 전체 평균 63%, 20대 평균 55.9%에 견줘 꽤 낮다. 20대 중에서도 남성의 동의율이 37%로 낮았다. 가난한 20대 남성은 너무 억울하다. 부자 부모도 없고, 일자리는 적은데 군대를 다녀오니 동년배 여성에게 치이고, 때로는 외국인 노동자와 경쟁해야 한다. ‘노오력’을 강조하는 보수나, 거시적인 구조를 보라는 진보나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이끈 시대정신은 ‘공정함’이었다. 박근혜 탄핵의 불씨도 정유라의 이대 부정입학이라는 ‘불공정’에 대한 분노였다. 가난한 20대에게 공공부문은 스포츠처럼 그나마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최후의 보루처럼 보였다.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간단치 않다. 역사상 어느 세대보다도 경쟁적인 환경에서 자란 지금의 20대에게 구조적 불공정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대학서열의 문제점보다는 정확한 서열을 바라는 세대다. 설명이 아니라 설득이 필요하다. 가난한 20대의 좌절이 그들 잘못이 아니듯, 비정규직도 그들 잘못이 아니다. 그대의 잘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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