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규제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 뒤 규제개혁 추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규제가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로까지 규정되면서 후속조처가 이어지고 있다. 옥석 구분 없는 규제개혁 강풍에 ‘필요한 규제’마저 휩쓸려 날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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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아니나 다를까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최근 몇 년간 어렵게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든 조례들을 폐지하거나 개선하려는 압력이 있다. 골목상권 보호,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육성, 로컬푸드 활성화, 친환경급식 지원 등 주로 경제민주화, 지역발전 관련 조례와 규칙들이다.

이 가운데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은 사회문제 해결과 개선을 위해 속속 생겨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다. 지자체들도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이 주체가 되어 협력과 협동의 방식으로 만든 사회적 경제 조직이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섰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육성하는 조례와 규칙을 만들었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지자체의 예산 상황과 미흡한 제도 탓에 적극적인 정책으로 이어지는 곳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지자체의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육성을 위한 조례조차 철폐의 압력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이들 자치법규가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차별적 규제라고 지목했다. 3월 중순부터 공정위는 광역지자체에 공문을 보내고 권역별 설명회를 열고 있다.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폐지할 자치법규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란다.

공정위는 지자체별로 경쟁제한적 규제 현황표를 제시했다. 통계는 지난해 한국규제학회가 공정위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학회는 2008년 이후 제정·개정된 자치법규의 경쟁제한성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영향평가 방법론을 적용해 검토했다. 학회는 연구에서 이들 조례나 규칙을 법규 내용으로는 규제가 아니지만 사실상의 진입장벽으로 봤다. 적용 과정에서 특정 업체나 대상을 우대해 경쟁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경기도 여주시의 사회적 기업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는 교육훈련 지원, 경영 지원, 재정 지원, 시설비 지원, 지역공동체 활성화 목적사업에 대한 우선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학회는 이 조례가 시장경쟁에서 불균형을 초래한다며 교육훈련 지원을 뺀 나머지는 모두 없애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규제학회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의문과 우려가 생긴다. 의문은 분석의 틀로 삼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경쟁영향평가 방법론에 예외조항이 없는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규제를 국민경제의 발전과 국민의 복리 향상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바람직한 경제사회질서의 구현을 위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규제를 개혁할 때는 시장의 효율성과 형평성, 민주성을 확보해 공익 추구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규제에 대한 입장을 볼 때 사회적 목적이 담긴 법규에 대한 예외조항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려는 ‘묻지마’ 식 규제개혁으로 풀뿌리민주주의 근간인 지방자치가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지역의 선순환 발전을 위해 마련된 조례들을 중앙정부가 규제개혁을 명분으로 손을 대면 오히려 지역 경쟁력은 더 떨어지게 된다.

사회적 필요로 만든 규제는 악이 아닌 사회 균형발전을 위해 지켜야 할 선이다. 규제개혁을 잔디깎기 식으로 무조건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암덩어리를 제거하기 위해 무작정 항암치료를 하다 보면 건강한 세포까지 죽여 허약체질이 될 수밖에 없다. 규제개혁을 누구를 위해,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사회적 합의부터 필요하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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