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4.05 수정: 2014.10.29


비즈니스는 직관과 감각이 중요한 '예술'의 영역일까, 아니면 치밀한 계산과 정교한 전략이 중요한 '과학'의 영역일까? MBA는 애초부터 ‘과학적 경영’을 표방하고 탄생했다. 비즈니스스쿨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19세기 후반, 그들이 가장 먼저 내건 기치는 ‘경영의 과학화’였다.


시장경제와 상업이 시작된 것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중국이나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화폐가 유통됐고 교환이 일어났다. 당연히 경쟁이 있었을 테고 경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이 정작 학문으로 정립되기 시작한 것은 오래지 않았다. 학문이 아니라 기술에 가까운 부기나 회계만이 고유한 영역으로 발달해 교육됐다.


19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대학들은 경영을 다루는 과학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며 경영학과와 학위를 만들기 시작한다.펜실베니아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은 1881년 미국 최초의 경영 대학인 ‘와튼스쿨’(Wharton School)을 설립한다. 그 때는 학부만 있었다. 최초의 경영 대학원은 미국 뉴햄프셔주의다트머스대학(Dartmouth College)에 설립된 터크경영대학원(Tuck School of Business)이었다. 터크는비로소 오늘날의 MBA에 해당하는 경영학 석사학위를 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터크가 주었던 석사 학위 이름이 ‘상업 과학’(Commercial Science)이었다. 처음부터 상업을 과학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임무로 여기고 만들어진 학위였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생각한다. 경영과 과학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경영이란 경영자의 직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누가 수많은 우연으로 얼킨, 이 복잡한 자본주의 시장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MIT MBA 강의노트'의 앞부분에서조차 “사람이 전략”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맞는 얘기다. 경영이란 원래 과학과 거리가 먼 영역이었다. 아직까지도 어쩌면 인문학이나 예술에 가까울지 모른다.


그러나 경영의사결정의 95%가 직관의 영역에 있다 해도, 여전히 5%가 남아 있다. 99%가 직관이고 예술이라 할지라도, 여전히1%가 남아 있다. 그 5%, 1%는 우리가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데이터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다.


내가 겪은 MBA 2년은, 그 남아 있는 5%, 1%가 얼마나 큰 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과학과 경영이 그 작은 영역에서 어떻게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작은 영역이 얼마나 큰 중요성을 갖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단 1%의 확률 차이에 따라 중요한 의사 결정이실패할 수 있고, 그 실패로 말미암아 기업 전체가 주저앉을 수 있고, 기업 하나가 휘청거리면서 수천명, 수만 명의 직원과 주주와협력업체와 그 가족들이 눈물지을 수 있는 게 경영 의사결정이다.


그래서 경영에서 성공 확률을 1%올리는 일은 엄청나게중요하다. 중요한 기업, 큰 사업에 관련된 의사결정일수록 더욱 그렇다. 1%라도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면, 수백만 달러를 들여노벨상 수상자급 학자를 모셔다가 분석모형을 만들 수도 있는 게 바로 글로벌 기업의 경영이다.


다국적 거대 기업들은 아주하찮아 보이는 의사결정, 예를 들면 한 지역에 뿌리는 광고 전단지에 어떤 물건을 큰 사진으로 싣고 어떤 물건을 작은 글씨로만실을 것인지 같은 작은 의사결정까지도 고등 수학과 통계학으로 무장한 명문 학교 교수들에게 컨설팅을 맡겨 해결하곤 한다. 교수를경영자로 영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과학의 힘, 확률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단행본 'MIT MBA 강의노트'의 일부를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 '단행본 공개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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