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3.31  수정: 2014.10.16



글로벌 금융위기는 사회적기업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2009년 3월 25~27일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열리는 스콜월드포럼(Skoll World Forum)에 참석했습니다. 스콜월드포럼은 이베이 창립자인 제프 스콜의 이름을 딴, 세계 사회적기업가들의 포럼입니다. 2004년 시작해, 올해 6년째이군요. 올해는 모두 67개국에서 800여명의 사회적기업가, 금융 및 경영전문가, 시민운동가, 학자 등이 참석했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물론 이 포럼 자체가 세계 최대 규모의 사회적기업가 모임이기도 합니다.


이번 스콜포럼의 대주제는 “Shifting the Power Dynamics”입니다. 앨빈 토플러가 말했던 ‘권력이동’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실화되고 있다는 주제입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세 가지 흐름으로 모아지네요. Power, Finance, Media가 그 세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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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포럼의 오프닝 세션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사회적기업가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옥스포드대 스콜센터 회장인 스테판 체임버스는 스콜포럼 개회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경기 침체는 기회다. 그 동안 영리 기업으로만 몰리던 인재가 사회적기업으로, 비영리섹터로 들어오게 된다. 사회 및 환경적 문제에 대한 전체 사회의 관심이 커진다. 특히, 기업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늘어난다. 재무제표에 이익을 많이 낸 것으로 나온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업활동의 외부효과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고, 재무제표 비용뿐 아니라 기업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까지 반영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게 되고 있다. 이 모든 흐름이 사회적기업가에게는 기회다.”


스테판 체임버스는 이런 모든 움직임이 ‘shifting power dynamics’라는 2009년 스콜포럼의 주제에 맞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힘이 글로벌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사회 부문, 비영리기관, 사회적기업, 개인으로 몰리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2009년 스콜포럼의 환영사는 제프 스콜이 맡았습니다. 스콜포럼을 운영하는 옥스포드대학 스콜센터, 사회적기업가정신을 촉진하는 스콜재단은 모두 세계 최대 경매사이트 eBay의 창립자 제프 스콜이 만든 것입니다. 이베이를 통해 축적한 부를 사회적기업가정신을 북돋우는 데 쏟아 붓고 있는 것이지요. 제프 스콜은 ‘선물’을 준비했다는 이야기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세계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우리에게는 어떤 선물이 필요할까요? 단상 옆의 테이블 위에 덮여 있던 보자기가 벗겨졌습니다. 그 곳에는 아주 예쁜 돼지저금통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어 스콜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금융파생상품은 잊어버리자. 주식도 채권도 잊어버리자. 은행 예금조차도 잊어야 할지 모른다.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piggy bank’(돼지저금통)이다”


스콜은 계속 설명했습니다. “돼지저금통은 예쁘기도 하지만 실용적이기도 하다. 일단 돈이 모이고 나면, 바로 꺼내서 그 돈을 어딘가 실질적인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갈 때다(back to the fundamentals, back to the basis).” 지금은 뭔가 아름다운 이야기, 화려한 기교, 정교한 논리가 필요한 때가 아니고, 문제가 있는 곳에 들어가서 실제로 일을 하는 것이라는 실용적인 접근입니다.


스콜은 “사회적 기업가정신은 가장 레버리지가 높은 사회문제 해결책(highly-leveraged solution)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사회적기업가정신은 매우 강력한 낙관주의 정신(tough-minded optimist)”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지금의 사회적기업가들이 이뤄내야 할 두 가지 임무를 제시했습니다.


세계는 지금 두 가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사회적기업가정신의 임무입니다.


첫 번째는 기회의 갭(opportunity gap)입니다. 세계 인구의 극히 일부만이 자신의 삶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가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이런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일을 해서 갭을 줄여야 합니다.


두 번째는 희망의 갭(hope gap)입니다. 세계 인구의 대부분은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없으리라는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사회적기업가는 우리 스스로에게 희망이 있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설득해야 합니다. 스스로 행동하고 일을 이뤄 냄으로써 설득해야 합니다.


로저 마틴 토론토대학 로트먼경영대학원 교수가 다음 연사로 나왔습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먼저 인용했습니다.


오바마는 취임사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지요. “안전과 이상 둘 중 택일해야 하는(choice between safety and opportunity) 시대는 지나갔다.” 조지 부시가 911사태 11일 뒤 연설에서 “세계는 이제 우리 편인지, 테러리스트 편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했던 것과는 정 반대지요.


이게 바로 사회적기업가에게 필요한 정신이라는 게 마틴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사회적 가치냐, 경제적 가치냐 중 택일하는 시대는, 적어도 사회적기업가에게는 지나갔습니다. 사회적기업가는 그 둘을 모두 이룰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존재하는 모델이 현실이 아니다. (Existing model is not the reality itself) 더 나은 모델이 가능하다. (We can build a better model)”


스콜포럼의 오프닝 세션에는 특이하게도 패널토론이 있더군요. 여기 등장한 패널들은 2009년 스콜포럼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세 명의 패널의 면면은 이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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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루베츠키(Founder of PeaceWorks Foundation, President of OneVoice Movement).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함께 분쟁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유한회사 피스웍스의 회장이기도 한데, 이 회사는 분쟁지역에서 조인트벤처 방식으로 사업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루베츠키는 트리니티대학에서 경제학과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스탠포드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월드뱅크, 국제연합 등에서 연설을 했던 사람이고요. 2007년 세계경제포럼은 이 사람을 250명의 41세 미만 글로벌 리더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지요. 아주 유명한 사람입니다.


루베츠키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인과 관료를 만나서 일하는 게 아니다. 하루에 2달러를 버는 농부와 같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보통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다.’ 그렇게 접근한 결과, 루베츠키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푸는 two-state solution을 지지하는 서명을 65만 명의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인으로부터 받았습니다. Two-state solution은 이 지역 분쟁 해결 노력의 일환인데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Wikipedia.org나 구글에서 검색해 보시면 곧 나옵니다.


칼라시 사티아티(Chairperson, Global March against Child Labour).


캘라시 사티아티는 아동노동을 반대하는 일에 평생을 바쳐 온 사람입니다. 캘라시는 1954년 인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보팔의 대학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바크판 바차오 안돌란(BBA; Save the Childhood Movement)이라는 단체를 1980년 설립했지요. BBA는 아동노동을 반대하는 투쟁을 하는 단체였고요. 운동은 점점 발전해서 ‘남아시아 아동노예노동연합’이라는 국제 단체를 만들기에 이르렀지요.


1994년, 칼라시는 기념비적인 사업을 벌이게 됩니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러그마크”(rugmark)라는 것이지요. 대부분 아시아의 아동노동을 통해서 생산되어 서양으로 수출되던 양탄자라는 제품에 주목한 것입니다. 러그마크는 아동노동이 개입되지 않고 생산된 양탄자에 붙여 주는 상표입니다. 윤리적 소비와 아동노동 방지운동을 연결시키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성공하게 되지요. 최근 칼라시는 아동친화적 마을만들기 운동을 인도에서 벌이고 있습니다. 2005년 스콜 사회적기업가상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메리 로빈슨(전 아일랜드 대통령, former UN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메리 로빈슨은 1990년부터 7년간 아일랜드 대통령을 지낸 여성이면서, 국제사회에서 인권운동과 관련해 명성을 떨치고 있는 사람입니다.


패널의 경력만 봐도 2009년 포럼의 성격이 드러나지요? 이들은 모두 유명한 사회운동가들입니다.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강조하는 스콜포럼이, NGO, NPO 등 사회운동과의 결합을 더욱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전통적 방식이 아니라, 혁신적인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지요.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케네스 브레쳐(선댄스연구소 이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끝을 맺었습니다. “한 사람의 힘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개인의 노력으로는 시대를 거스를 수 없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말하려 한다. 한 사람의 혁신, 개인의 헌신과 열정으로 세상은 바뀐다는 것을 말하려 한다." 권력이 자본과 국가와 기업으로부터, 사회적 가치와 시민사회와 개인으로 옮겨간다는 2009년 스콜포럼의 주제와 딱 맞아 떨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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