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 2014.09.14 19:00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문학가 이은상이 시로 그려낸 내 고향 마산 바다의 1930년대 모습은 풍경화처럼 정겹고 넉넉한 자연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추석 명절에 찾은 마산 바다는 가곡 ‘가고파’에서 그려지는 모습과 달라도 너무 달라 가고픈 생각이 들 것 같지 않았다. 마산 앞바다에 자리잡은 축구장 57개 크기의 광활한 야적장은 콘크리트의 삭막함 그 자체였다. 컨테이너 화물과 일반 화물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건설한 가포신항 때문이었다. 또 다른 곳에서는 해양신도시 건설을 위한 19만평의 대규모 매립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이뤄진 신항 개발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3200억원을 들여 준공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개장조차 못하고 있다. 애초 핵심사항인 컨테이너 물동량 예측을 턱도 없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물동량은 예상치의 10%에도 못 미쳤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민간운영사와 맺은 협약에 따라 14년간 최소수익을 보장해줘야 한다. 적자가 나면 혈세를 들여서라도 메워줘야 하는 셈이다.

이런 부실 개발은 애초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신항은 건설 초기부터 부산신항과 광양항 등의 영향으로 사업성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잇따랐다. 하지만 주무부처였던 해양수산부는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했다. 왜 그랬을까. 신항 공사를 맡은 시행사인 마산아이포트 임직원 구성을 보면 짚이는 구석이 있다. 아이포트는 2004년 현대산업개발 등 5개 건설사와 경남도, 창원시(옛 마산시) 등이 자본금 580억원으로 만든 민간자본 투자회사이다. 그런데 초대부터 3대 대표까지 해양수산부 고위 관료 출신이 맡았고, 다른 주요 직책을 꿰찬 이들도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이 적잖다.

돌이켜 보면 마산만은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으며 시름시름 생명의 기운이 꺼져갔다. 1970년대 수출자유지역이 들어서면서 마산 바다는 급격히 오염되어갔다. 1975년에는 해수욕장이 폐쇄되고, 4년 뒤에는 어패류 채취가 금지된다. 1982년에는 적조특별관리 해역으로, 18년 뒤인 2000년엔 특별관리 해역으로 지정됐다. 그대로 두면 바다로의 기능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가운데 매립사업은 이어졌다. 100년 만에 마산만은 원래 면적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땅을 얻기 위해 바다의 절반을 잃어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그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듯 준설과 매립 공사를 반복하는 도돌이표식 정책을 펼쳤다. 오염된 뻘(준설토)을 버렸던 곳을 항구로 만들고, 항구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또다시 준설토를 파내고, 이 준설토를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매립(해양신도시)을 하고 있다. 도돌이표식 정책의 결과는 그들의 기대와 달랐다. 바다오염을 개선하기는커녕 대규모 공사로 물길이 막히면서 적조현상은 더 심해지고, 폭우 뒤에는 쓰레기 등으로 바다는 만신창이가 됐다.

4대강 사업과 마산만 개발사업은 너무나 닮은꼴이다. 역사에 길이 남고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명품 4대강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무리들은 온데간데없고, 시름하는 4대강만 남았다. 보로 막힌 4대강 곳곳에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식수원의 수질도 공업용수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강에 살던 생명들도 온전치 못하다. 얼마나 더 눈으로 확인을 해야 무책임한 개발정책을 멈출 수 있을까.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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