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착한경제] 오바마노믹스의 본질

HERI 2014. 10. 17
조회수 4897

등록: 2010.04.01 수정: 2014.10.17


2009년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약속했던 두 가지 획기적인 일을 실행에 옮겼다. 우선 백악관에 ‘사회혁신실’(Office of Social Innovation)을 설치하고, 미국진보센터와 구글을 거친 인도계 미국인 소널 샤를 책임자로 임명했다. 또 의회를 통과한 ‘미국봉사법’(Serve America Act)에 서명했다.


이 두 가지 행동은 사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철학인 오바마노믹스의 밑그림을 완성시키는 작품이다. 집권 100일째를 지나면서, 그 동안 그저 추측의 대상이었던 오바마노믹스의 본질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 내용은 세 가지의 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정부가 나서서 있는 곳에서 덜어 없는 곳으로 이전하는 ‘분배’ 정책이다. 최근 발표한 향후 10년 예산계획에서는, 10년간 소득 상위 5% 부유층과 석유회사 등의 대기업에게 1조 달러(약 1300조원)의 세금을 추가 부담시키기로 했다. 이 재원은 의료보험과 공교육 등 공공 복지에 사용된다.


둘째, ‘빌려서 쓰는 경제’에서 ‘벌어서 모으는 경제’로 전환하는 정책이다. 오랫동안 미국 경제의 동력은 국채 발행과 주택담보대출에 기댄 소비였다. 오바마 정부는 기본적으로 부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한다고 믿는다. 최근에는 신용카드 남용을 막는 법률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대책이 그 동안 저질러진 문제에 대응하는 수세적 경제정책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4월에 발표된 사회혁신실과 미국봉사법 사례는 오바마노믹스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공세적 정책의 신호탄이다.


이게 바로 세 번째 축인 ‘사회적 기업가정신’이다. 백악관 사회혁신실은 미국 비영리 부문에서 혁신적 사회문제 해결 방법을 개발하는 ‘사회적 기업가정신’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국봉사법’은 전문 지식을 갖춘 미국인이 교육, 의료, 환경 등의 영역에서 마음 놓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생계비를 지원하게 한다. 직원에게 자원봉사를 위한 유급휴가를 주는 기업에게는 세제혜택도 준다. 최근 강조하고 있는 ‘그린 뉴딜’ 역시 사회적 기업가정신이 꽃을 피울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이다.


비영리 혁신과 자원봉사가 무슨 경제정책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서는 이게 바로 경제정책이다.


미국 비영리(NGO) 부문은 혁신적 기업가정신과 사회적 사명감을 동시에 갖춘 ‘사회적 기업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명문대학 MBA학위를 소지하고 있고, 다국적기업이나 금융사 출신도 많다. 최근 <블루스웨터>라는 책을 낸 어큐먼펀드 설립자 재클린 노보그라츠나, 사회적 기업가정신을 육성하는 아쇼카재단의 빌 드레이튼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사회문제 해결의 주류로 나설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정책이다.


경제위기 시대, 소비자는 소비를 줄일 것이다. 고용도 줄어들 것이다. 제 아무리 헌신성과 능력을 갖춘 인재라 해도, 취업하거나 창업해서 경제에 기여하기는 어려워진다. 이럴 때 인재들이 오히려 사회문제 해결에 뛰어들게 한다는 것이 오바마노믹스의 승부수다.


자원봉사와 기부와 비영리 활동은 돈이 오가는 활동이 아니므로, 국민소득에는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되도록 하는, 생산적 활동이다. 이 부문을 효과적으로 운용한다면, 돈으로 계산되지는 않는 만족을 국민에게 주며 삶을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전략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미국보다 몇 년씩 뒤처진 트렌드를 밟아 가는 경향이 있다. 레이거노믹스의 시장만능주의 사고방식도, 벤처기업 붐도 5~10년씩 늦게 한국 주류 사회의 관심을 받았다. 오바마노믹스는 그 모습을 이제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한국에는 아직 주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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