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4.01 수정: 2014.10.17 


'주식투자에도 만유인력의 법칙을'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근대 물리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은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라는 ‘매우 유명한’ 주식의 투자자였다.


그런데 영국 남해회사 투기사건은 네덜란드 튤립투기와 함께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투기와 거품사례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이 회사는 1711년 영국 토리당 당수이던 로버트 할리가 설립했는데, 눈덩이처럼 점점 불어난 900만파운드의 정부 부채를 해결하는 게 임무였다.


남해회사는 당시 스페인의 지배 아래 있던 서인도제도와 남미지역의 무역독점권을 영국 정부로부터 받았다. 회사쪽은 국민들이 나눠갖고 있던 900만파운드어치 국채를 수거해 자기회사 주식으로 바꿔줬다. 당시 신대륙이던 남미에 대한 환상으로 투기바람이 일었고, 회사쪽은 1720년초 모든 국채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때부터 주가는 하늘 모르고 치솟아, 1720년 1월1일 128파운드이던 이 회사 주가는 같은 해 6월24일 주당 1050파운드가 됐다. 시가총액은 5억파운드로, 당시 전체유럽 현금잔고의 다섯배에 이르렀다.


뉴턴 역시 회사쪽이 밝힌 성장성을 믿고 이 주식에 투자한 사람 가운데 한명이었다. 1720년 뉴턴은 85살의 고령임에도 용감하게 이 투기열풍에 동참했다. 그러나 주가가 한참 상승세를 타고 있던 같은 해 4월, 뉴턴은 과학자답게 냉철하게 주식을 팔아 7천파운드를 벌어들이면서 수익률 100%를 과시했다. 그러나 그는 주가급등세가 이어지자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거액의 주식을 사들인다.


그런데 초강대국이었던 스페인 지배지역에서의 무역독점권이란 영국이 무력으로 이 지역을 확보하지 않는 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권리였다. 남해회사는 실체 없는 ‘껍데기’였던 셈이다. 이런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주가는 같은 해 12월 주당 124파운드로 되돌아왔다. 불행하게도 뉴턴의 두번째 매수시점은 고점이었고, 그는 2만파운드의 손실을 입는다.


뉴턴은 사실 돈과 인연이 많은 사람이었다. 1700년 그는 캠브리지대학 석좌교수직을 훌훌 털어버리고 영국조폐국 국장으로 취임한다. 화폐주조 실적에 따라 보수가 달라졌지만, 이때부터 사망하던 1726년까지 그의 1년 평균수입은 1650파운드, 최고 4250파운드였다. 연봉 1200파운드가 꽤 높은 보수로 여겨지던 시기였으니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던 셈이다.


그는 조폐국장 자리 덕에 주식투자로 엄청난 돈을 날리고도 상당한 유산을 남길 수 있었다. 유산 가운데 유동자산은 주로 영국은행과 그때까지 보유중이던 남해회사 주식과 연금이었는데, 모두 3만2천파운드나 됐다. 하지만 그의 상속물 가운데 가장 값나가는 것은 조카가 물려받은 ‘조폐국장 자리’였다고 한다.


남해회사 투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광기의 현장에 휩쓸렸던 그는 나중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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