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04.01 수정: 2014.10.17


‘파트너십’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습니다. 영리와 비영리간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비슷한 미션을 가진 사회적기업이나 NPO끼리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등 많은 이야기를 듣지요. 하지만 어떤 목적에서든, 처음 만난 사람이나 조직과 친해져서 서로 신뢰하고 함께 비즈니스를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마련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포럼이나 세미나에 참석해 보면 모르는 사람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 수 있지요. 세션 중간중간에 네트워킹 시간이 있는데, 큰 로비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슬슬 친해지고, 그러면서 이야기가 잘 되면 사업 이야기까지 이어지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기술적으로 끼어드는 방법도 알아야 하고, 잘 맞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예의바르고 슬기롭게 ‘도망치는’ 방법도 알아야 한답니다. 이런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약한 고리의 강한 힘’(Strength of weak ties)이라고 일컫는 연구도 있었지요.

이런 낯설음을 어떻게 빨리 극복하고 파트너십을 형성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세션이 2009년 3월 25~27일 영국 옥스포드에서 열린 스콜세계포럼에 있었습니다.

IDEO에서 연 이 세션은, 포럼에 처음 참석한 사람들이 ‘억지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기교를 가르쳐 주고 직접 실습을 하도록 해 주었답니다. 네트워킹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답니다. Empathy, Prototyping, Storytelling입니다.

Empathy는 서로 이해하는 단계입니다. Prototyping은 본격적으로 공동사업을 하기 전에, 모델 사업을 작게 띄워 보는 것입니다. Storytelling은 양자간의 본격적인 결합으로 가기 위해 서로 동의하는 일정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부를 설득하고 주변에 알리면서 일을 벌이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면 IDEO가 세계적 사회적 벤처캐피털인 Acumen Fund와 함께 일하기로 했을 때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볼까요? 이들은 공동으로 인도의 물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었답니다.

Empathy 단계에서는 일단 CEO끼리 먼저 인도를 방문했다고 합니다. 문제가 있는 지역을 방문하고, 여행을 함께 하면서 신뢰를 쌓는 것이지요. 그리고 나서는 중간관리자, 말단 직원들을 모두 포함해 공동으로 인도를 방문해 여행했다고 합니다. 그냥 여행하고 이야기만 나누는 단계였던 것이지요.

Prototyping 단계에서는 아주 작은 프로젝트 몇 개를 같이 했답니다. 본격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결정하고 스토리를 정하기 전에, 우선 물 문제와 관련된 작은 연구 프로젝트, 작은 개발 프로젝트를 함께 했습니다.

Storytelling 단계에서 두 기관은 ‘청결한 물 수송과 저장을 통해 인도 빈곤층의 물 문제를 해결한다’는 스토리에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지요.

그리고는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주변 사람들과 짝을 지어 서로를 소개하고 함께 할 수 있는 1주일 짜리 프로젝트, 1년짜리 프로젝트를 이야기하고 적어 내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어색했느냐고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아주 좋은 출발이었습니다. 아시아와 CSR에 관심 있는 캠브리지대 교수부터, 인도의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터 운영자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잠재적 협력 방안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단 10분 만에 말이지요. 누구와도 10분 만에 협력방안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약한 고리의 강한 힘'은 현실이 되는 것이지요.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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