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이재우의 산업혁신 톺아보기]
훌륭한 정책과 정부의지 높아도 실현은 난항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에 ‘포획’된 공적집단
합종연횡하며 정책결정이나 실행 연기되기도

실행 난항 극복하고, 실행 효과성 높이려면
경제·사회 전반 고려하고 이해관계 넘어서는
공인으로서 책무 고민하고 소명의식 회복해야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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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집단의 얽힌 이해관계는 정책실행 난항의 근본 이유

세상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법은 없다. 아무리 훌륭하고 정부의 추진의사가 강한 정책이라도 시작부터 끝까지 그것을 실행하는 정부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정책실행이 국가적 차원의 의사결정의 과정이고 여기에는 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산업정책을 둘러싼 이익집단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쉽게 산업정책의 대상인 산업별 단체를 떠 올릴 수 있다. 흔히 “ㅇㅇ산업협회”라고 불리는 단체들이다. 산업정책이 지원 대상 산업과 아닌 산업, 또는 구조조정대상 산업 등으로 산업을 가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하나의 산업정책이 실행될 때마다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산업별 협회는 자기산업의 이익을 위해 죽기살기로 역량을 다해 정책결정과정에 개입하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최근의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탈원전 정책이나, 공유경제의 상징으로 산업구조 변화의 표상으로 등장했던 우버, 타다 등의 시장진입 논쟁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산업협회’가 사용자의 입장에서 산업정책에 개입하는 이익집단이라면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집단이 노동조합이다. 이들 역시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자신이 삶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어 정책에 민감하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이들이 국가정책의 큰 축인 고용문제에 대상이기 때문에 이들의 입장을 중요한 정책변수로 볼 수밖에 없다.

산업협회 및 노조 수준 이상으로 산업정책에 개입하는 이익집단이 바로 지역자치단체와 시민단체이다. 어떤 산업활동이 어느 지역에서 이루어지냐에 따라 그 지역의 경제 전체의 사활이 결정된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니 각 지역자치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산업정책에 깊숙이 개입하려는 것이다. 특정 산업지구 및 경제인프라의 건설 지역 선정 등이 이들이 개입하는 주요 사안이다. 우리는 최근 가덕도 신공항의 결정과정 등을 통해 익숙해져 있다.

위의 이익집단들이 산업정책을 둘러싼 핵심 집단이라고 한다면, 이들의 외각에서 핵심집단과 협조하는 학계 및 연구단체가 있다. 이들은 자신과 연관된 산업단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산업정책에 개입한다. 특히, 과학과 기술 R&D에 대한 투자가 민간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산업정책의 결과가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커져 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문제는 산업정책의 결정의 과정에서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익집단들이 합종연횡하면서 전선을 형성하고 서로 팽팽히 대립하여 정책결정과 실행이 장기화되거나 좌초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 지연 넘어 왜곡 만드는 공적집단의 이익집단화

이익집단의 정책개입의 문제는 단순히 정책실행의 지연에만 있지 않다. 이익집단의 활동은 자신의 이해만을 고려하지 사회나 경제 전반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이익집단의 로비 등에 따른 정책결정이 사회적 이익과 상반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산업정책은 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궁극적으로 국가의 경제발전과 국민의 복지증대를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정책결정의 이해당사자는 산업과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인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개별적으로 자신에게 미치는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정책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앤서니 다운스와 맨슈어 올슨이 이야기한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다.

정책에 따른 각 개인들 이익의 합이 산업단체 등 특정 이익집단들의 총 손실보다 커 사회적으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합리적 무지’적 행동으로 이익집단의 의견이 과대 표상되어 정책이 왜곡되거나 실행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는 국민들의 이익이 배제된 체 이익집단간 타협의 방식으로 정책이 결정되며 알맹이 없는 정책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최근에 누더기가 되어 알맹이 없이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익집단이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자신의 기득권 유지라는 점이다. 이러한 지대추구적 행위는 시장에 진입장벽을 만들어 산업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한 나라 경제의 쇠퇴를 가져온다.

이해관계의 조절하는 공적영역의 본질 회복해야…

그렇다고 이익집단이 부정적인 측면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 이익집단이 제공하는 정보는 정책을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익집단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객관적이고 공익적 입장에서 판단하여야 할 관료, 정치인 등이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 수립과 집행의 중심인 관료 및 공공기관들의 경우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정책결정에 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또 다른 이해관계가 있다. 그것이 바로 자신 조직의 관리 영역을 넓혀 조직의 규모 및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정책의 사회경제적 목적보다는 이 정책이 자신의 부처 또는 자신의 기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가 여부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자신의 영역 일명 “나와바리”를 넓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며 정책을 왜곡시키기까지 한다. 최근 K-뉴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각부처가 뉴딜이란 이름으로 각종 정책을 구상하는 것이 이러한 모습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책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관계를 맺은 이익집단들에게 ‘포획’당해 자기 조직의 이익과 이익집단의 이해가 일치할 경우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역할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적 갈등의 조정을 통해 자신을 선출한 국민들의 삶이 개선되도록 하는 것이 존재이유인 정치인을 보자. 여기에는 대의정치의 문제로 항상 지적되는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즉 선출된 사람이 자신을 뽑은 사람의 의견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문제이다. 정당이라는 이익집단으로 뭉친 정치인들은 정당의 궁극적 목적인 집권을 위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 문제는 정권획득이라는 지상최대의 과제를 위해 자신의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정략적으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경쟁 정당의 정책에 대하여 건설적 대안제시보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거나 이해갈등을 해결하기 보다는 증폭시켜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제 그들의 안중에 국민이 있는지가 의심스러워지기까지 하는 상황이 왕왕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공적집단의 소명의식 회복 절실

이해집단의 개입 속에서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원론적으로 들어가보자. 민간 영역의 이익집단이 자기 조직의 이해를 최대한으로 관철시키려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으로 변화를 요구할 수 없다. 문제는 이해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무지’적 행동을 하는 국민들을 어떻게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느냐이다. 국민들이 참여하지 못한 것은 참여를 통해 얻는 이익이 참여에 드는 비용보다 작기 때문이므로 참여의 비용을 낮추는 것이 일차적이다.

국민들이 정책 참여비용으로 생각하는 것은 정책 정보에 대한 접근성 문제일 것이다. 최근 IT 기술의 발전은 정보접근에 대한 비용을 매우 낮출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을 만들어 놓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기본적으로 확대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는 정책의 경우에는 웬만하면 조용히 정책을 집행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정부 및 관료가 벗어나야 한다.

그와 함께 정책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해설을 통해 국민들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참여도가 활성화될 수 있다. 이것을 담당해야 할 부분이 언론이다. 최근 언론의 양적인 팽창이 이루어졌다. 문제는 언론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질적 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회적으로 더 혼란이 야기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보도자료를 수준을 넘어서 국민들에게 객관적이고 정확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의 역할이 강조된다.

아무리 국민적 참여가 활성화된다고 해도 정책의 결정은 결국 정부와 국회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이익집단적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별 관료나 정치인의 개인적 이해를 위한 행위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다. 그러나 조직의 이해를 위한 것에는 쉽게 제제를 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권력기관간 상호견제도 제한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결국 그들에게 요구할 것은 불행하게도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일 뿐이다. 공인으로서 자신의 책무를 고민하고 소신에 따라 행동을 결정할 것을 요구할 뿐이다.

막스 베버의 ‘직업(소명)으로서의 정치’는 많은 정치인에게 감동을 준 책으로 유명하다. 이 책에서 베버는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질로서 열정, 책임의식, 균형감각을 들며 자신 행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의식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그것과 먼 것 같아 안타깝다. <끝>

이재우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산업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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