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2.05.08 수정: 2014.11.12


당선되자마자 "긴축은 더이상 우리의 운명일 필요가 없다. 특히 독일에 하고 싶은 말”이라고 쏘아붙인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는 앞으로 유럽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올랑드 입장에서 하나의 가설을 세워 본다.

재정위기 해법은 어디서나 ‘긴축, 자유화 그리고 민영화’이다. 1997년 IMF가 한국에 들고왔고 한국민이 착하게 받아들였던 그 정답이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대책이 독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중심으로 논의됐다.

유럽 위기의 기존 해법은, 독일 등 형편이 나은 국가들이 그리스 스페인 등 위기 국가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신 긴축과 구조조정과 공공기관 민영화를 요구하는 것. 이러면 복지재정이 줄고 노동시장 유연화가 높아지니 둘 다 국민 고통을 키운다.

유럽 진보진영의 대안은 크게 두 흐름으로 나뉜다. 유로존을 유지하며 EU의 제도적 틀을 활용해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유로 활용론’과, 통화 연합 자체를 해체하자는 '해체론'이다. 올랑드는 활용론자다. 온건개혁파라고 할 수 있다.

활용론자인 올랑드는 미국 뉴딜식 해법을 내놓고 독일과 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긴축하고 쥐어짜다가는 그나마 남은 성장동력도 모두 사라지고 말 테니 돈 있는 쪽에서 성장을 위한 투자를 하자는 해법이다.

연방정부가 빚을 내서 각 주에 댐 같은 사회인프라를 짓고 투자를 늘려 일자리와 경기를 활성화한 게 미국 뉴딜이다. 한 나라의 어느 지방에 위기가 벌어졌는데 중앙정부가 그 지방에만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유럽연합이 바로 그 중앙정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올랑드는 따라서 ‘유로채권’(Eurobonds)을 발행해 이 돈을 마련하고 싶을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이 발행해 중국 등에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채권이다. 개별 국가로는 빚 내기 어렵지만, 독일까지 모두 뭉치면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렇게 마련한 돈을 뉴딜에서처럼 지역에 집중 투자하되, 시대가 바뀐 만큼 건설인프라보다는 교육, 도시 재생, 환경, 중소기업 등에 투자하자는 제안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자는 카드를 꺼내 들고 독일과 협상하는 그림이 가능하다.

여기에 '사회 혁신(social innovation)이나 '사회투자'(social investment)등의 개념이 동원될 수 있고, 여기에는 녹색산업이나 사회적기업도 포괄될 수 있다.

올랑드 이후 유럽에 대한 이런 가설을 세우는 데 바탕이 된 좋은 분석글(한겨레21에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자문위원이 쓴 글) 링크를 소개한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트위터 @wonjae_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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