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11.01 수정: 2014.11.11


이 글은 왕후이야오(王辉耀)가 상해금융법률연구원(上海金融与法律研究院)이 운영하는 <思想库>에 2010년 9월 7일자로 게재한 것이다(그러나 글이 쓰여진 시점은 2009년으로 보인다). <사상고>는 중국 싱크탱크의 현황과 고민, 제안을 다채롭게 접할 수 있는 사이트이며, 이미 몇차례 여기에 실린 글들을 '착한경제 블로그'에 번역게재한 바 있다. 저자는 중국과세계화 연구중심(中国与全球化研究中心, Center for China & Globalization) 주임(主任)이며, 구미동학회(欧美同学会)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2009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세계 싱크탱크 회의(Global Think Tank Summit)에 참가하면서, 본인이 느낀 바와 중국 싱크탱크의 나아갈 길에 대해 담담히 서술한 글이다. 번역은 남혜선씨께서 해 주셨다. 늘 좋은 글을 번역해 주시는 남혜선씨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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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싱크탱크의 발전, 그 막중한 임무와 머나먼 여정


왕후이야오(王辉耀)

 

‘싱크탱크’ 중국인의 시야에 들어오다

 

올해 들어 ‘싱크탱크’라는 단어가 중국인의 시야에 자주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쩡페이옌 전 부총리가 세운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中國國際經濟交流中心, China Center For International Economic Exchange)-원문에는 国际经济合作学会라고 나오는데 쩡페이옌이 세운 건 国际经济合作学会이 아니라 中國國際經濟交流中心이다. 그리고 国际经济合作学会라는 명칭을 가진 싱크탱크는 없고 中国国际经济合作学会라는 명칭의 싱크탱크는 있는데 이곳은 쩡페이옌이 주축이 된 곳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전후 맥락을 고려하여 번역에서는 中國國際經濟交流中心으로 하였다.(역자+감수자)-이 올 하반기 성대한 규모의 글로벌싱크탱크서밋(Global Thinktank Summit)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당시 리커창(李克強)[1] 국무원 부총리를 포함한 중국 정부 고위 관료들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중국의 지식계와 전 세계에 보낸 중요한 신호, 즉 중국 정부가 싱크탱크와 같은 비정부, 비영리조직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이런 조직의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결심을 드러내는 메시지였다. 거대 언론사들이 관련 보도를 내보내고, 싱크탱크라는 개념이 보급되면서 중국 사회에서 싱크탱크에 대한 전에 없던 관심이 일어났다. 나 또한 중국과세계화연구중심(中國與全球化研究中心, Center For China&Globalization)을 대표해 베이징에서 열린 글로벌싱크탱크서밋에 참여했고, 함께 참석한 브루스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 카네기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과 같은 전세계 유명 싱크탱크의 대표들과 만나 교류할 기회를 얻었으며, 이를 통해 느낀 바가 많았다.


당시 내 감회는 글로벌싱크탱크서밋이라는 행사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중국과세계화연구중심을 설립하면서 오랫동안 경험했던 모든 것과 관련되어 있었다. 개혁개방이 30년을 맞이하면서 물질적인 면에서 중국 사회는 전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성취를 이루었다. 역사상 가장 화려한 올림픽을 치뤘고, 양쯔강을 교통의 요지로 변화시킨 싼샤댐(三峡)을 준공시켰다. 또한 세계 주요 언론들은 G20정상회의를 중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G2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취들은 과거 30년, 특히나 하드웨어 방면에서의 성과에 속한다. 앞으로 중국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과 진보는 소프트웨어 방면에서의 발전, 즉 사상, 문화교육에서의 돌파구, 정부의 정책 결정, 정책의 과학화와 합리적인 개혁 등이 핵심 요소가 되어야 한다. 중국에서 진정한 의미의 독립성을 갖춘, 수준 높은 민간 싱크탱크들이 대량으로 출현할 수 있게 되면 각 분야 인재들의 합리적인 토론과 목소리가 중국의 대내, 대외 정책 결정에 모여들어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로부터 정책 결정의 과학성과 유효성, 민주화 수준이 올라가고, 오류는 줄어들 것이다.


중국은 서양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중국은 서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집중된 역량으로 대규모의 일을 해내는’ 장점과 효율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책 결정 과정이 과학적이지 못해 ‘역량의 집중’이 엄청난 손실을 불러오기도 한다. 중국에는 전문적인 능력과 ‘예비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정책 연구 기구, 즉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중국 인민대표대회의 대표직이나 정치협상회의의 위원직은 모두 ‘겸직’의 형태로, 겸직을 하지 않는 서구의 국회의원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사회와 국민이 누구에게 정책 연구를 위탁해야 할 것인지가 더더욱 중요하다. 나는 특히나 중국에는 일정 수준의 독립성과 민간 성격을 가진, 중립적인 제3의 연구기구, 즉 민간 싱크탱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민간 싱크탱크들이 중국의 발전에 지혜를 보태줘야 한다.










2009년 7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싱크탱크 정상회의. /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 제공 


 선진국 싱크탱크의 막대한 영향력


많은 중국인들에게 싱크탱크는 낯선 개념이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20세기 초에 이미 싱크탱크라는 개념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5,465개의 싱크탱크 중 1,777개가 미국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는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싱크탱크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싱크탱크 운영 시스템도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이에 비해 중국의 경우 국제적으로 싱크탱크라고 인정 받을 만한 연구 기관이 겨우 74개에 불과하다.


선진국에는 싱크탱크를 입법, 행정, 사법과 병립하는 4대 기구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싱크탱크가 미치는 막강한 영향을 보여준다 하겠다. 실례를 하나 들어보자. 저명한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는 한국전쟁 직전 미국 정부와 군부 모두가 중국은 절대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한 가운데, 훗날 사실로 증명된 자신들의 ‘출세작’을 내놓았다. 그 연구 보고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중국은 한반도에 파병할 것이다.” 랜드가 200만 달러에 내놓은 이 보고서를 펜타곤은 거절했지만 그 후 미국 정부는 랜드의 장기 고객이 되었다. 랜드는 이를 계기로 미국 사회에서의 자신들의 가치와 영향력을 확고히 하게 된다.


선진국의 싱크탱크들과 비교하면 현재 중국 싱크탱크들의 영향력은 함께 놓고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다. 현재 중국의 싱크탱크는 95%가 비(非)민간 싱크탱크다. 국책 싱크탱크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비민간 싱크탱크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민간 기업이 전무하던 계획경제 시대와 비슷하다. 싱크탱크 사이의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중국은 다원화된, 다양한 유형의 싱크탱크를 필요로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예를 들면, 민간 싱크탱크는 원래 비영리조직이지만 현단계 중국은 정책적으로 민간 싱크탱크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형태로 등록을 하거나 아니면 관련 정부 부문에 예속되는 형태를 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외에 사회 분위기도 문제가 있다. 나는 기업과 개인의 자선 활동이 꼭 도서관이나 체육 시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싱크탱크에 기부해 중국의 사회 공공 정책 연구 사업에 이바지하는 것도 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다. 해외에서는 저명 기업가, 정계 인사들의 기부금으로 설립된 싱크탱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후버연구소(Hoover Institution), 카터센터(Carter Center), 닉슨센터(Nixon Center for Peace and Freedom)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기부 사례를 볼 수 없다.


중국, 국제적인 영향력을 가진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싱크탱크 특히나 독립성을 가진, 영리와 결부되지 않는 중립적인 싱크탱크는 중국의 민주정치개혁과 사회공공정책 분야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역할을 한다.


중국의 시사잡지 <요망(瞭望)>은 2009년 첫 호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개혁개방 이래, 정책 연구를 핵심으로 하면서 정부를 대상으로 한 직간적접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둔 ‘싱크탱크형’ 연구기관이 대략 2,000개에 달하며 중국은 수치상으로는 이미 세계에서 싱크탱크 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을 앞질렀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는 중국 대학이 매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박사’들을 배출시키고, 중국의 과학기술 인력 규모가 세계 최대를 자랑하며, 과학기술 연구개발비가 세계 6위에 랭크되어 있는 데도 중국 본토가 이데올로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자연과학 분야에서조차 아직도 노벨상 수상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똑같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이 발표한 <2008년 세계싱크탱크보고>는 국제 기준에 따를 경우 중국에는 겨우 74개의 싱크탱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아시아의 인근 국가인 인도와 일본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국제적인 이슈를 두고 각국의 싱크탱크들은 ‘책략가’로서의 면모를 발휘한다. 그러나 중국의 싱크탱크는 여러 차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런 ‘민망한 침묵’을 우리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적인 영향력과 공신력을 갖추지 못한 세계적인 싱크탱크의 부재는 중국 싱크탱크 발전의 가장 큰 약점이다. 대국에는 대국에 걸맞은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중국이 슈퍼파워로 발돋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적인 공신력과 영향력을 겸비한 세계적인 싱크탱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겠다.


중국 싱크탱크의 95%가 국책 싱크탱크인데, 이런 싱크탱크들로 대변되는 ‘소프트파워’와 중국의 종합국력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서로 부합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소프트파워’가 ‘하드파워’[2]에 한참 뒤지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앞으로 중국 정부는 일련의 개혁 조치 시행을 포함해서 필연적으로 싱크탱크를 육성하게 될 것이다. 나는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자 한다. 반드시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싱크탱크는 스스로의 규율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며, 정부의 공공정책의 경우 연구 입찰 공고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세계은행 프로젝트를 도입할 때 정부가 입찰 공고를 냈듯 말이다. 지나친 행정화는 국책 싱크탱크를 정부의 홍보 부처처럼 만들어 버릴 뿐이고, 이런 상태에서 싱크탱크는 ‘예비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민간 싱크탱크의 발전을 크게 촉진시켜야 한다. 다수의 영역에서 국책 싱크탱크와의 공평한 경쟁을 허용해 민간 싱크탱크도 프로젝트와 연구 경비를 따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내부 경쟁마저 없다면 중국의 싱크탱크들은 전세계 최고 싱크탱크들과 경쟁이 가능한 ‘대국의 싱크탱크’로 우뚝 설 수 없을 것이다.


(계속)




[1] 현재 중국 국무원 부총리직을 맡고 있다. 2010년 10월 18일 중국공산당 5중전회에서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출되면서 2012년 등장하게 될 중국의 차세대 지도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데 대부분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체제’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역주).

[2] ‘하드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제재 등의 물리적 힘을 뜻하며, 이에 대응하는 개념인 ‘소프트파워’는 강제력보다는 매력을 통해, 명령이 아닌 자발적 동의에 의해 얻어지는 능력으로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가 처음 사용했다(역주).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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