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착한경제] 무상급식과 엄마의 도시락

HERI 2014. 11. 11
조회수 3531

등록: 2010.10.29 수정: 2014.11.11


지난 6월 지방 선거를 뜨겁게 달궜던 무상급식에 대한 로드맵이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속속 발표되고 있다.


사회복지선진국이라 일컫는 스웨덴과 핀란드, 그리고 영국과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의 일부 공립학교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무상급식을 초 ․ 중 ․ 고등학교에서 전면 시행하겠다는 계획은 분명 파격적이다. 현재 13% 정도에 불과한 우리나라 무상급식 비율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무상급식 시행 이전에 선행해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 효율적인 시스템과 표준 마련을 위해 완전 직영이 이뤄져야 한다. 2009년 말 기준, 경기도를 비롯해 지역의 경우 대부분 100% 직영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서울은 여전히 70~8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직영전환은 불필요한 예산 누수를 막고, 위탁체제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급식의 질 저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둘째는 건강한 급식 제공을 위한 방안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실, 지난 선거에서 무상급식이 국민의 공감대를 살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에는 ‘급식은 단순히 한 끼의 식사를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주권을 찾아주는 교육’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무상급식이 단순히 학생들에게 점심 한 끼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주권을 찾아주는 일환이라고 밝힌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다. 일부 지자체에서 주장하는 친환경 유기농 급식의 경우 예산 문제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대안이다. 또한, 건강한 급식 제공을 위한 예산 기준조차 마련이 쉽지 않다. 현재 서울시내 고등학교의 급식비를 살펴보면, 특목고와 일반고 사이에 최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급식비에 따라 급식의 질이 결정된다는 단순한 가정이 성립된다면, 천편일률적으로 급식 예산 기준을 일반고에 맞춰서는 곤란하다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현재와 같이 급식비를 도교육청과 지자체가 마련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일반 사회와 연계 가능성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양질의 급식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지역의 로컬 푸드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생각해보자. 지역의 취약계층 또는 농가에 지원할 예산을 무상급식에 지원해 이들의 소득 보전과 건강한 급식을 연계하는 전략적 시너지 효과를 노려야 한다. 단, 이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은 지나친 시스템의 효율화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지역의 환경이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지역에 동일한 기준이나 잣대를 적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영국의 유명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가 최근 진행하고 있는 학교 급식 개선 사업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그는 지나친 급식 시스템 효율화에 빠진 나머지 급식의 질 저하를 눈 감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예를 들면, 지역 초등학교에 제공해야 할 메뉴를 정할 때 효율적으로 조달 및 가공할 수 있는 요리가 중심이 되다보면 급식의 인스턴트화가 가속화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무상급식 비율이 낮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여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아침급식, 간식 등 부수적인 급식 프로그램도 전무하다. 지방선거 선거 공약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무상급식이라는 혁신적인 제도 시행을 섣불리 진행하기 보다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무상급식 시행에도 불구하고, 급식의 질 때문에 영국 학부모들은 여전히 도시락이라는 대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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