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0.10.15 수정: 2014.11.11


‘값 싸고 질 좋은 상품’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결정적인 기준입니다. 얼마 전 이마트의 ‘싸고 큰 피자’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지난 8월 한 달 성수점에서만 6천개가 팔려 7천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 독일의 경제,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 베른하르트 푀터는 <세상을 바꾸는 뉴파워, 녹색소비>에서 소비자들이 이렇게 가격만 보고 소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구입하는 상품의 가격은 말도 안 되게 부풀려졌거나 혹은 억지로 낮춰져 있다.… 값비싼 물건이라고 해서 꼭 품질이나 내구성이 좋은 것은 아니며, 저렴한 물건이라고 해서 품질이 항상 형편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바로 과도한 가격 경쟁 때문에 기업들에게 환경이나 사회적 의미 따위는 뒷전이라는 점이다. 저렴한 가격에는 그만큼 희생이 따른다.”


그리고 실제 어떤 희생들이 치러지고 있는 지를 보여줍니다. “국제단체 '깨끗한 옷 입기 운동'은 신발 하나를 파는 데 누가 얼마의 돈을 벌게 되는가를 계산했다. 브랜드 운동화 한 켤레를 100유로라고 가정했더니 50유로는 소매업자의 주머니로, 32유로는 브랜드 기업의 몫이었다. 5유로는 운송비와 세금, 12유로는 생산비다. …생산비 가운데 공장에서 온종일 바느질을 하는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40센트뿐이다.”


이런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통한 ‘사회덤핑’ 덕분에 우리는 물건을 싸게 살 수 있게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도 근로자이기에 언젠가 이 사회덤핑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월급과 일자리를 칠지 모른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값싼 식품으로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도 만만치 않습니다. “2004년에만 콩 재배 때문에 2만6130㎢ 에 달하는 아마존의 열대 우림이 사라졌으며, 국제적인 분업화 속에서 차, 커피, 카카오, 담배, 목화, 고무 등 값싼 농산물 생산을 담당하게 된 가난한 나라들은 토양의 황폐화, 과도한 살충제의 사용, 동식물종 감소 등의 피해를 떠안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저가 상품들이 결국 불경기, 가난, 실업, 환경문제 등을 불러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비록 싼 가격에 현혹돼 스스로를 망쳐온 소비자들이지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소비자들뿐이라고 봅니다. “시간이 필요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적어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소된 국가들에서 사람들은 물리적 생존보다는 다른 사람의 인정, 만족감, 자아계발 같은 심리적,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소비한다. 이것은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현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다. 더 나은 삶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결과를 평가한다면 소비자들이 거둔 성적은 저조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소비자의 변화는 세상을 바꿀 만큼의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체념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소비자의 권리는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으며,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힘만큼이나 강하다.…소비자들이 바꾸는 것은 단순히 먹고, 입고, 이동하는 방식일 뿐일지 몰라도 그 작은 변화들은 정치, 경제의 뒤를 잇는 ‘제3의 힘’이 되어 세상을 바꿀 것이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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