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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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걷는 길들이 유행처럼 만들어졌다. 걷기여행길 종합안내 누리집을 보면 현재 전국에 걷는 코스는 1600여개에 이른다. 5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많은 길들이 생겨난 만큼 이 길들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만들어진 길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 길 위에 살고 있는 주체들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이 ‘느린 경제’의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협력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길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지역에 사회적 경제 생태계가 거의 없는 곳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북 북부와 강원을 잇는 외씨버선길이다. 이 지역에는 이렇다 할 사회적 경제 지원조직이 없는 가운데, 최근 지역주민 협동조합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외씨버선길은 경북 청송에서 시작해 영양, 봉화를 지나 강원 영월을 이어준다. 길 이름은 영양 출신인 조지훈 시인의 ‘승무’에서 따왔다. 실제 지도에서 4개 군의 길을 이어보면 버선 모양과 닮았다. 외씨버선길은 13개 구간에 전체 240㎞에 이른다. 옛날 보부상들이 다니던 길을 찾아 끊어진 길을 잇고, 사라진 길을 불러내었기에 걷기엔 험한 코스도 더러 있다.

외씨버선길 조성은 2010년 4개 군과 지역민간기관인 경북북부연구원이 함께 협력사업단을 띄우면서 시작됐다. 정부의 지역협력사업 지원금을 적극 활용해, 그간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방문객도 꾸준히 늘어 해마다 약 60만명이 찾고, 연간 매출은 200억원에 이른다. 외씨버선길 축제도 두 번 열렸다.

하지만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한 계획들도 있다. 사업단은 길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하기에 길 조성은 물론, 길 유지 보수까지 주민들에게 맡겼다. 그리고 이들이 지역 주체를 이끌어내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다. 사업단은 지역의 오랜 자원인 전통시장과의 연계도 계획했다. 걷기 여행자들이 마을에 머물고 전통시장을 둘러볼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이런 시도들은 아쉽게도 일이년이란 시간적 제약으로 거의 빛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새로운 실험이 시도됐다. 외씨버선길 사업단은 2013년부터는 주민들이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도록 멍석을 깔았다. 협동조합 교육을 통해 주민들이 협동과 연대에 관심을 갖고, 자치역량을 키워가길 기대했다. 생업에 바쁜 주민들이 교육을 받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협동조합을 만들어 내는 건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3년에 걸쳐 틈틈이 교육받고, 현장탐방에도 참여하며 사업단의 노력에 조금씩 함께했다.

더디고 느리지만 외씨버선길에 지역주민 협력모델이 서서히 싹트고 있다. 지난주 화요일 영양군청에서 열린 ‘외씨버선길 협동조합 인큐베이팅 최종 심사’에서 4개 군의 협동조합 5곳이 선을 보였다. 협동조합으로 정식 출범한 곳도 있고 이제 조합원을 모으고 있는 곳도 있었다. 귀농, 귀촌자들과 더불어 원주민들도 함께했다. 사업 내용은 체험관광프로그램 운영, 귀농 멘토링, 온오프라인 지역생산물 공동판매 등 다양했다. 이날 청송군의 참농업협동조합이 4개 군 협동조합 연합회를 만들어 앞으로 외씨버선길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자는 의미있는 제안을 해 박수를 받았다.


내년부터 외씨버선길 사업은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사업단 활동이 올해 말로 끝난다. 현재로선 느린 경제의 실험도 오롯이 지역주민들이 이끌어가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 멀리 가기 위해 어렵게 뜻을 모은 지역주민들이 오래 함께하도록 4개 군의 관심과 협력이 있길 바란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hslee@hani.co.kr


등록 :2015-07-26 21:35수정 :2015-07-27 01:15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018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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